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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김연아 못 돼… 공부 함께해야”

“다 김연아 못 돼… 공부 함께해야”

입력 2014-07-23 00:00
업데이트 2014-07-23 0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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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100일 이창섭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

‘운동이 인생을 바꾼다’. 지난 13일 취임 100일을 넘긴 이창섭(59) 국민체육진흥공단(이하 KSPO) 이사장의 삶이 그랬다. 22일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만난 이 이사장은 취임 뒤 저소득층, 다문화 가정 등 소외 계층의 유·청소년을 위한 프로그램을 많이 펼친 이유를 묻는 질문에 뜬금없이 자신의 고교 시절 이야기를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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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섭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이 22일 서울 올림픽회관에서 가진 인터뷰 도중 웃으며 자신의 고교시절 이야기를 하고 있다. 국민체육진흥공단 제공
이창섭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이 22일 서울 올림픽회관에서 가진 인터뷰 도중 웃으며 자신의 고교시절 이야기를 하고 있다.
국민체육진흥공단 제공
그는 지역 명문인 대전중학교를 졸업했지만 가정 형편이 어려워 은행원이 되겠다며 대전상고에 진학했다. 신탄진에서 대전을 오가는 통학길이라 기차를 놓치면 무려 2시간을 걸어야 했다.

어느 날 수업이 끝난 뒤 기차시간에 맞추려 급하게 청소를 하다 옆에 늑장 피우는 같은 반 친구에게 잔소리를 했다. 그러자 그 친구가 자신의 동아리 멤버들 20여명을 데리고 와 이 이사장을 집단 구타했다.

왜소한 체구였던 그는 ‘복수의 일념’으로 합기도와 달리기, 줄넘기 등의 운동을 밤 11시까지 했고, 그게 그의 인생을 바꿨다. 은행원의 꿈을 접은 뒤 체육대학에 진학해 선수, 체육학자, 행정가 등 본격적인 ‘체육인’의 삶을 시작했다. 환갑을 바라보는 지금도 하루 팔굽혀펴기 200개와 윗몸일으키기 60개를 빼먹는 법이 없다.

그가 이사장에 취임 뒤 KSPO가 전보다 적극적으로 사회적 소외 계층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을 펼치는 것에는 이 같은 그의 삶의 경험과 바람이 녹아 있었다.

그는 “국가가 잘되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야 하고, 이를 위해선 소외 계층을 줄여가야 한다는 것이 요즘 ‘공유된 사회적 가치’다”면서 “KSPO는 스포츠를 매개로 어려운 환경에 처한 청소년들에게 평생 스포츠의 기회를 점진적으로 더욱 늘려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입시 비리, 폭력 등 여러 문제로 학교 운동부가 사라지고 위축되는 상황에 대해 이 이사장은 “후진적인 운동선수 육성시스템 탓이다. 반드시 잘못된 시스템을 선진국형으로 바꿔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운동을 한다고 모두가 박태환, 김연아가 될 수 없다”면서 “이런 사실을 한 자녀 시대의 학부모들도 알고 있다. 엘리트 체육만으로 한국이 세계무대에서 과거의 영광을 이어갈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대학 조교, 교수 시절 23년 동안 충남대 축구부를 이끌었던 그는 “선수들의 수업 출석부를 직접 체크하면서 공부에 소홀한 학생들을 혼냈다”면서 “학생들의 수업권을 보장해 줌으로써 설사 운동으로 성공하지 못해도 다른 노하우를 가지고 인생을 잘살아 갈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결국 엘리트 체육에 대한 지원을 유지·확대하면서도 생활 체육을 튼튼히 해 둘의 유기적 관계를 통해 자연스럽게 엘리트 선수가 배출되는 선진국형 시스템의 정착이 시급하다”면서 “차일피일 미뤄왔던 이 숙제를 바로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한국 체육은 머지않아 고사하게 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대한축구협회 연구 및 경기분과 위원, 2002한·일월드컵 당시 대전월드컵경기장 총책임자를 맡았을 정도로 축구와 인연이 깊은 이 이사장은 한국 축구의 부흥을 위해 “조급증을 버려야 한다”면서 “10년이 넘는 중장기 계획을 꾸준히 실행에 옮김으로써 실력을 탄탄히 쌓아 정점을 찍은 독일처럼 우리도 길게 내다볼 수 있어야 한다”고 충고했다.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2014-07-23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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