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급 파괴’ 무색… 겉도는 재계 매니저제
2006년 SK텔레콤을 시작으로 국내 기업들이 ‘매니저제’를 앞다퉈 도입하고 있지만 아직은 ‘직급 파괴’, ‘수평적 조직문화’라는 본래 취지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같은’ 매니저 간에도 입사 연도에 따라 위아래가 엄연히 존재하고, 회사 밖에서는 여전히 차장이니 부장이니 하는 이전 직함이 통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KT 경우엔 아예 매니저제를 폐지하고 직급제로 되돌렸다.또 대부분의 직원들에게 “이전 직급으론 어떻게 되세요?”라고 물으면 즉시 “과장 2년차 입니다”라는 식으로 대답한다. 공식적으론 직급을 없앴지만 직원들 인식까지 바꾸진 못했다.
2012년 10월 매니저제가 전면 도입된 한화그룹의 경우엔 아직도 회사 밖에선 이전 직급이 더 편하게 불린다. 한 직원은 “이전 직급으로 차장급, 부장급에게 ‘매니저님’이라고 하면 싫어하는 기색이 역력하다”면서 “매니저 대신 ‘차장님’, ‘부장님’이라고 부르면 분위기가 좋아진다. 회사 밖에선 그냥 이전 직급으로 부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직급제로 돌아간 KT도 사정이 복잡하다. 매니저제를 시행한 5년간의 근무 평점으로 승진 여부를 결정하다 보니 입사 선후배와 직급 상하가 뒤바뀐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한 부서에는 입사 10년 된 차장과 14년 된 과장이 함께 근무하는 경우도 있다. 5년 전엔 같은 과장이었는데 후배는 ‘1인 팀장’에 선발되는 등 근무 평점이 좋아 이번에 차장이 됐고, 근무평점 관리에 소홀히 했던 선배는 과장으로 남은 것이다. 매니저제가 남긴 또 다른 ‘유산’인 셈이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2014-07-23 17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