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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이 세월호 기억해야 한국 사회가 바뀝니다”

“시민들이 세월호 기억해야 한국 사회가 바뀝니다”

입력 2014-07-09 00:00
업데이트 2014-07-09 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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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사회’ 저자 울리히 베크 뮌헨대 교수 학술대회 내한 강연

“세월호 침몰 참사는 아직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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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리히 베크 독일 뮌헨대 교수가 8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해방적 파국, 기후변화와 위험사회에 던지는 함의’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울리히 베크 독일 뮌헨대 교수가 8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해방적 파국, 기후변화와 위험사회에 던지는 함의’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책 ‘위험사회’의 저자 울리히 베크 독일 뮌헨대 교수가 내한 강연에서 청중들의 질문을 받고 세월호 참사에 대해 이야기했다. 강연 주제는 세월호가 아닌 ‘기후변화와 위험사회’였다. 언뜻 두 주제 사이에 관련성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베크 교수는 ‘탈바꿈’이라는 개념을 던지며 기후변화와 세월호 참사로 대표되는 위험사회의 극복 방안을 제시했다.

베크 교수는 8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중민사회이론연구재단 등이 주최한 학술대회에 강연자로 나서 “지금까지 우리는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를 온실가스 감축 등 기술적·경제적으로 해결하는 데만 집중했다. 기후변화 시대에 있어 ‘근대화’는 이제 잘못된 대안일 뿐”이라며 “지구 온난화는 단순히 기후변화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고방식, 법, 경제, 정치 등 사회적 조건들의 변화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베크 교수는 “위험 같은 나쁜 것에 관한 논의가 (역설적으로) 공동에게 좋은 것을 만든다”면서 이를 ‘해방적 부작용’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위험을 겪는 과정에서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해방적 부작용이 드러난 대표적 예로 2005년 8월 말 미국에서 발생한 허리케인 카트리나 참사를 들었으며, 세월호 참사도 여기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당시 카트리나는 뉴올리언스시에 커다란 피해를 안겼다. 특히 시 전체 주민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흑인 주민의 피해가 컸다. 흑인 주민 대부분은 빈곤층이었다. 여기에서 미국 사회의 뿌리 깊은 인종차별 문제가 불거졌다. 미 언론은 인종차별적 태도를 보였고, 당시 조지 W 부시 정부는 시가 요청한 재해복구·예방사업 예산을 대폭 깎았다. 부시 대통령이 가장 먼저 찾은 현장은 피해가 적은 백인계 마을이었다. 베크 교수는 “카트리나 참사는 그전까지 관련성이 없어 보였던 도시의 홍수와 인종적 불평등이 서로 연결돼 있음을 인식하는 성찰과 변화의 필요성을 이끌어 냈고, 정의(正義)라는 규범적 지평을 전 지구적 범위로 확장시켰다”고 평가했다.

그는 “세월호 참사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로 재난 앞에 무기력하고 관리·감독 업무에 부실한 정부, 선박 소유주의 불법행위 및 도덕적 해이, 사회에 만연한 안전 불감증이 조명됐다. 최근에는 정쟁에 몰두한 채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에 소홀한 정치인들의 무능을 또다시 마주했다.

이에 베크 교수는 “시민들의 ‘기억’이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병폐들을 탈바꿈할 수 있는 원동력”이라면서 “탈바꿈을 통해 전 세계적 차원의 새로운 인식의 지평을 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2014-07-09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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