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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는 정신질환 아니다” WHO, 질병분류서 삭제 착수

“동성애는 정신질환 아니다” WHO, 질병분류서 삭제 착수

입력 2014-07-05 00:00
업데이트 2014-07-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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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보건기구(WHO)가 ‘동성애는 정신질환이나 질병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공식화하고 국제질병분류(ICD)에서 동성애와 관련된 질병 항목을 모두 삭제하기 위한 절차에 착수했다.

ICD는 한국을 비롯한 대다수 국가에서 의료기록·의료보험·역학연구 등에 활용되는 핵심 근거다. 동성애를 죄악시하는 아랍권 국가들과 러시아 등의 격한 반발이 예상된다.

과학전문 사이언스는 3일 “WHO 자문위원회가 지난 수십년간 발표된 심리학 및 역학 연구결과를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성적 지향을 기준으로 질병을 분류하는 것은 과학적·임상적·공중보건적 관점에서 정당화될 수 없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자문위는 ICD ‘F66.0조’의 ‘성적성숙장애’ 등 4개 조항에 포함된 ‘동성애 관련 심리학적 질환’의 질병명을 삭제하라고 권고했다.

동성애나 양성애의 원인은 아직까지 뚜렷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현대 정신분석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지그문트 프로이트가 동성애를 ‘미성숙한 성 발달 상태’로 구분하면서 오랜 기간 정신질환으로 취급받았다.

그러나 성 발달이 일정한 단계를 거친다는 프로이트의 이론에 대한 반박이 이어지자 1974년 미국 정신과협회(APA)는 동성애가 정신질환이 아니라는 공식 입장을 내놓았고 WHO는 1990년 동성애를 공식적으로 정신질환에서 제외했다. 그러나 ‘성적성숙장애’ 등 성적 취향 관련 증상은 여전히 질병분류상에 남아 있었다. 사이언스는 “동성애자를 환자로 간주할 경우 다른 질병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성 정체성까지 바꾸려는 전향치료 등이 정당화될 우려가 있다”고 권고의 의미를 설명했다.

WHO 자문위원회의 보고서는 170여개 WHO 회원국의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구성된 위원회 표결을 거쳐 확정된다.

현재 WHO는 각국 과학자와 의사들을 포함한 2차 심사위원회를 구성해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하지만 사이언스는 동성애를 질병이나 범죄로 간주하고 있는 국가들이 자체적인 과학적 근거를 만들어 반박할 가능성이 높아 난항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2014-07-05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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