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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이란 ‘중동판 오월동주’… 美 항모 걸프만으로 이동

美·이란 ‘중동판 오월동주’… 美 항모 걸프만으로 이동

입력 2014-06-16 00:00
업데이트 2014-06-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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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내전 양상으로 치닫는 ‘이라크 사태’와 관련해 군사개입 초읽기에 들어갔다. 미사일을 실은 항공모함을 이라크 인근 페르시아만(걸프 해역)으로 옮겨 언제든 작전에 투입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여기에 미국의 앙숙인 이란이 미국과 협력할 방침을 밝혀 중동에서 ‘오월동주’(吳越同舟, 서로 미워하면서도 공통의 이해에 대해서는 협력하는 것)의 정세가 펼쳐지고 있다.

BBC 등 외신은 14일(현지시간) “이라크의 시아파 정부에 불만을 품은 급진 수니파 무장단체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L)의 반란이 수도 바그다드까지 이어지자 미국 국방부가 아라비아해 북부에서 작전 중이던 항공모함 조지 H W 부시호를 페르시아만으로 이동시켰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이라크에 있는 미국인의 생명과 이익을 보호하는 데 군사작전이 필요하다면 이번 항모 이동 명령으로 총사령관(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선택 폭이 넓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부시 호 외에 미사일순양함 ‘필리핀 시’와 미사일구축함 ‘트럭스턴’도 함께 움직였다. 항모에는 전투기, 헬리콥터는 물론 미사일 등의 무기가 탑재돼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라크에 지상군을 보내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상황에 따라 전투기 공습이나 무인기(드론) 폭격 시나리오를 강구 중이다.

특히 1979년 ‘이란 주재 미 대사관 인질 사건’ 이후 외교 관계를 단절한 미국과 이란이 ‘이라크 지원’이라는 공동 행동을 취하고 있어 주목된다. 어렵사리 수니파 사담 후세인 정권을 붕괴시키고 친미 정권을 세운 미국은 어떻게 해서든 ISIL의 이라크 정복을 막아야 하고, ‘시아파의 맹주’ 이란도 현재 이라크의 시아파 정권을 지켜야 한다. 특히 이란의 세력 확장을 경계하는 미국은 ‘울며 겨자 먹기’로 다시 이라크에 발을 들이고 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이라크 내 테러집단을 응징하고자 미국이 행동에 나선다면 협력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도 오스트리아 빈에서 16일 열리는 이란과의 핵협상에서 이라크 상황을 논의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미국 시사잡지 ‘더 뉴요커’는 “미국과 이란이 같은 언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물고 물렸던’ 이란-이라크-미국의 3각 관계도 재편되고 있다. 미국은 9·11 테러를 일으킨 알카에다의 배후로 이라크 사담 후세인 정권을 지목한 뒤 2003년 전쟁까지 벌였다. 이후 들어선 친미 정권이 독재로 일관해 수니파의 봉기를 불러왔고, 이미 종전을 선언한 미군은 ‘사후 관리’에 나서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이란 역시 1980년부터 8년 동안 전쟁을 치렀던 ‘숙적’ 이라크를 도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란은 이날 혁명수비대 조직인 ‘바시즈’ 등 총 2000명을 이라크에 파병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2014-06-16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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