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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과 함께 하는 톡톡 경제콘서트] <31> 소비자의 느낌으로 만드는 경기지표

[한국은행과 함께 하는 톡톡 경제콘서트] <31> 소비자의 느낌으로 만드는 경기지표

입력 2014-06-02 00:00
업데이트 2014-06-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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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동향지수는 대표적 경기 체감지표… 상황진단·예측에 유용

생활 속에서 자주 접하는 말 중 하나가 ‘경기’라는 단어다. 흔히 ‘요즘 경기가 어떻습니까?’라고 인사말로 주고받기도 한다. 그렇다면 경기란 무엇일까? 간단히 말하면 경제적인 형편이다. 기업들은 매출이 늘고 채산성이 좋아지면 경기가 좋다고 인식할 것이다. 가계는 월급이 오르거나 투자한 주식 또는 부동산의 가격이 올라 살림 형편이 좋아지면 경기가 괜찮다고 느낄 것이다. 국민경제 전체를 대상으로 보면 경기는 국민경제의 총체적인 활동 수준을 의미한다. 경기가 좋다는 것은 생산, 소비, 투자 등의 경제활동이 평균 수준 이상으로 활발한 것을 말한다. 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 경기는 항상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지 않고 경제의 성장 추세를 중심으로 끊임없이 상승(확장)과 하강(수축)을 반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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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변하는 경기는 어떻게 측정할 수 있을까? 경기 측정이 중요한 것은 의사가 아픈 환자를 제대로 치료하려면 정확한 진단이 선행돼야 하듯이 현재의 경기상황을 올바로 판단해야만 그에 적합한 경제정책을 펼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경기상황을 파악하고 장래의 경기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방법이 쓰인다. 매일 발표되는 주가, 환율, 금리 등을 비롯해 국민소득 통계, 산업생산지수 등과 같이 경기와 관련성이 높은 경제 지표들을 개별적으로 살펴보거나 경기를 잘 반영하는 경제지표들을 합성해 만든 경기종합지수를 참고하기도 한다.

이런 지표들은 통계를 만들어 공표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리기 때문에 신속한 경기상황을 판단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이런 지표들이 공표되기 전에 빠르게 변하는 경기상황을 좀 더 신속하게 측정하고 예측하려는 필요에 의해 탄생한 것이 경제심리지표다. 경제심리지표는 기업가나 소비자와 같은 경제 주체들의 경기에 대한 판단, 전망, 계획 등이 국민경제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경험적 사실을 근거로 각 경제 주체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 만드는 통계다. 대표적인 심리지표로는 기업을 대상으로 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와 가계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소비자동향지수(CSI)가 있다. 이들 경제심리지표는 다른 통계보다 속보성이 높고 자금 사정이나 경기판단 등의 질적 정보도 조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CSI는 1995년부터 한국은행에서 작성하고 있다. 현재 매월 전국의 2200가구를 표본으로 설문조사를 한다. 선거 결과를 예측하기 위해 여론조사를 하는 방법과 비슷하게 표본가구는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를 기초로 지역과 연령, 소득, 직업 등이 현실에 맞게 반영되도록 설계돼 있다. 특히 설문조사표는 응답자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쉽게 응답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조사 항목은 대부분 6개월 전후와 비교해 가계의 재정상황, 소비지출, 경기인식 등에 대한 판단을 묻는 것이다. 예를 들면 현재의 생활형편을 묻는 설문은 ‘현재 귀댁의 생활형편은 6개월 전에 비해 어떻다고 생각하십니까?’라고 돼 있다. 이에 대한 답변은 ‘많이 나아졌다, 약간 나아졌다, 보통이다, 약간 나빠졌다, 많이 나빠졌다’와 같이 5점 척도로 구성돼 있다. 소비자들은 본인들의 직접적인 관찰이나 경험 또는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접한 경기 인식에 기초해 답한다. 이처럼 소비자들이 주관적인 판단과 느낌으로 답하기 때문에 CSI는 소비자들의 느낌으로 만드는 지표이며 BSI와 더불어 대표적인 경기 체감지표다. CSI는 매월 15일을 전후한 1주일을 기준으로 전자설문, 우편 등의 방법으로 조사하고 있으며 그 결과는 해당 월의 25일을 전후해 공표된다.

CSI는 0에서 200까지의 값을 가지며 100 이상이면 좋아질 것이라고 답한 소비자가 나빠질 것이라고 답한 소비자보다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100 이하이면 그 반대를 의미한다.

소비자동향조사는 현재의 경기상황을 진단하고 경기를 예측하는 데 매우 유용한 통계로 쓰인다. 예를 들어 생활형편전망 CSI는 민간 소비를 약 1분기 선행하고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를 6개월 정도 선행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CSI 통계 활용도가 높은 미국은 콘퍼런스보드의 소비자신뢰지수(CCI)와 미시간대학교의 소비자심리지수(CSI)가 발표되고 있는데 매달 이 통계의 발표를 전후해 세계의 주요 금융시장이 이에 주목하고 있다. 왜냐하면 미국은 민간소비지출 비중이 국내총생산(GDP)의 70%에 달할 정도로 소비 비중이 높고 CSI와 GDP 통계 간에 높은 상관관계가 있어 CSI가 경제 여건의 변화를 다른 거시 지표들보다 빠르게 반영하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CSI는 생활형편, 경제상황, 소비지출전망 등 24개 개별 지수가 있는데 개별 지수 간 결과가 상충되면 소비자 태도에 대한 종합적인 판단이 곤란한 점이 있다. 그리고 여러 개별 지수 가운데 소비자 심리를 대표하는 지수로 어떤 지수를 써야 하는지도 불분명한 문제가 있다. 이런 통계 이용의 어려움을 감안해 소비상황, 경기인식 등에 대한 소비자 태도를 종합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주요 지표들을 합성해 만든 것이 소비자심리지수(CCSI)다. CCSI는 경기변동과의 상관성 및 선행성이 우수한 현재생활형편과 향후 전망, 가계수입전망, 소비지출전망, 현재경기판단 및 향후 전망 등 6개 개별지수를 합성해 작성되고 있다. 현재 CCSI는 개별 지수를 표준화해 평균을 100으로 조정한 후 이를 합성한 것이다. 따라서 CCSI의 100은 장기시계열의 평균값이지 좋음과 나쁨의 비중이 같다는 의미는 아니다. 즉 CCSI가 100보다 크면 평균적인 경기상황보다 낙관적임을, 100보다 작으면 비관적임을 나타낸다고 해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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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갑 경제통계국 통계조사팀 차장
정문갑 경제통계국 통계조사팀 차장
심리 지표는 실물 지표와 전반적으로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나 일부 시점에서 다소 괴리를 보이기 때문에 이용할 때 주의해야 한다. 괴리가 발생하는 요인으로는 미래 정보 및 기대 수준의 반영 여부, 조사 척도의 차이, 경제의 불확실성 증대 및 언론의 보도 태도 등이다. 예를 들어 경기 정점이나 저점 부근에서 임금 상승 등 통계가 포착할 수 없는 미래에 대한 정보가 심리지표에는 반영돼 대체로 선행성을 보인다. 하지만 때로는 임금 상승이 이뤄지더라도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하면 심리지표는 회복되지 않고 다소 후행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지난 5월의 CCSI는 105로 전월보다 3포인트가 하락해 2013년 9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특히 CCSI를 구성하는 6개 지수 중 현재경기판단 CSI와 향후경기전망 CSI가 각각 15포인트와 7포인트씩 큰 폭으로 떨어져 전체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이처럼 경기 상황에 대한 평가가 나빠진 것은 세월호 침몰 사고가 소비자의 기대심리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과거 사례에서도 충격이 발생한 시기의 소비자 기대 심리는 즉각적이고도 강한 반응을 보였다. 2008년 10월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시기에는 CCSI가 11포인트 하락했으며 일본 대지진과 부실 저축은행 퇴출 등이 겹쳤던 2011년 3월에는 9포인트 떨어졌다. 이번 6월의 소비자 동향조사에서는 어떤 기대심리가 반영돼 변동 폭이 어느 정도를 나타낼지 지켜보면 경제 흐름을 읽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쏙쏙 경제용어]

■경기종합지수 매월 통계청에서 소비, 고용, 금융, 무역, 투자 등 경제 부문별로 경기를 잘 반영하는 경제 지표들을 선정한 후 이를 가공·종합해 만든 것이다. 경기변동의 방향, 국면 및 전환점은 물론 속도까지 분석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경기를 측정하는 시차에 따라 후행지수, 동행지수, 선행지수로 나눈다.

■기업경기실사지수(Business Survey Index·BSI) 기업가의 현재 경기 수준에 대한 판단과 향후 전망 등을 설문조사해 경기동향을 신속하게 파악하기 위해 작성하고 있다. 소비자동향지수(CSI)와 마찬가지로 0∼200의 값을 갖는다. 기준치인 100 이상이면 긍정적으로 응답한 업체 수가 부정적으로 답한 업체보다 많다는 뜻이다. 100 이하이면 그 반대다. 한국은행을 비롯해 중소기업중앙회,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등 여러 기관에서 통계 작성 목적 등에 따라 조사 대상을 달리해 월별 또는 분기별로 발표하고 있다.

내용 문의 lark3@seoul.co.kr
2014-06-02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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