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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경전에서 두 스님이 터득한 마음 다스리는 법

길에서 경전에서 두 스님이 터득한 마음 다스리는 법

입력 2014-05-03 00:00
업데이트 2014-05-03 0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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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정원을 거닐다/지안 지음/불광출판사/232쪽/1만 2000원

추워도 향기를 팔지 않는 매화처럼/법현 지음/프로방스/304쪽/1만 5000원

위로는 깨달음을 구하고, 아래로는 중생을 교화한다는 보살 수행인 ‘상구보리 하화중생’(上求菩提 下化衆生). 불가의 스님들은 이 두 가지의 거역할 수 없는 숙명적 과제를 안고 살아간다. 그 스님들도 현실에 발 딛고 사는 바에야 갈등과 번민이 없지 않을 터. 그래서 수행과 전법의 두 마리 토끼를 좇는 스님들이 일상에서 터득한 지혜는 속인과는 다른 차원의 메시지를 전하기 마련이다.

‘마음의 정원을 거닐다’(불광출판사)와 ‘추워도 향기를 팔지 않는 매화처럼’(프로방스)은 각각 조계종·태고종에서 수행과 전법에 치중해 온 두 스님이 나란히 펴낸 생활 법문집이다. ‘마음의 정원을 거닐다’가 줄곧 경전 공부와 교육에 매달려 온 조계종 고시위원장 지안 스님의 수필집이라면 ‘추워도’은 저잣거리 포교로 이름난 태고종 열린선원장 법현 스님의 산문집으로 눈길을 끈다.

“누군가의 승리나 패배를 바라는 대신 경기를 벌이는 양쪽 모두에게 박수를 보내며 응원하고 싶어졌다”는 지안 스님. 그는 수필집 ‘마음의 정원을 거닐다’에서 마음 가꾸기의 이런저런 단상을 설득력 있게 소개한다. 그 단상들은 한 가지로 집약된다. 내면이 바뀌지 않고선 외면을 바꾸는 행동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외침이다. 일구기와 기르기, 거두기, 나누기 등 4장에 걸쳐 풀어낸 경험담이 호소력 있게 전해진다. 그리고 스님은 무엇보다 마음은 이렇게 다져야 한다고 일례를 든다. “속이 썩은 늦박의 껍질이 단단해지듯 속을 썩이며 살면 세상살이에 강해져 스스로 무너지지 않는 힘과 관용력, 포용력이 생깁니다.” 그리고 모두가 인연의 빚으로 살고 있기에 사람들은 선근(善根), 즉 착한 의지를 길러야 한다고 거듭 말한다.

그런가 하면 ‘태고종의 마당발 스님’으로 유명한 법현 스님의 산문집 ‘추워도 향기를’에는 저잣거리 포교의 수행과 체험이 오롯이 살아 있다. 2005년부터 서울 갈현동 역촌중앙시장에서 열린선원을 운영해 오면서 부닥치고 풀어냈던 갈등과 깨달음의 궤적인 셈이다. “숨쉬는 데에도 3000가지의 품위가 들어 있다”는 스님은 모두가 스스로 언제나 마음 조심, 몸 조심의 경계를 늦춰선 안 된다고 말한다. “스님도 목욕하시나요? 마음공부를 열심히 하면 때가 낄 틈이 없는 것 아닙니까.” 목욕탕에 갔을 때 구두닦이 아저씨가 건네 온 한 말씀에 이 세상 곳곳에 선지식(善知識)이 있음을 알았다 한다.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선 수행도, 전법도 저잣거리에서 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더욱 굳어진다는 스님. 그 스님은 ‘더불어 사는 지혜는 생각이 다른 이도 친구로 만들고 남이 내 곁에 다가올 수 있도록 틈을 내 주는 것’이라고 귀띔한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2014-05-03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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