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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재난대응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이동규 동아대 석당인재학부 교수

[시론] 재난대응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이동규 동아대 석당인재학부 교수

입력 2014-04-25 00:00
업데이트 2014-04-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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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로 대한민국이 울음바다로 변했다. 미국의 정책학자 벌크랜드는 2006년 출간한 자신의 저서에서 대형재난을 ‘인간의 고의적인 행위나 중대한 불법 행위에 의해 촉발된 위기로, 책임지기로 한 조직이 거의 또는 전혀 통제할 수 없는 재난’으로 정의한다. 세월호 선장과 항해사 등 승무원들이 승객을 저버린 중대한 불법행위에서 시작해 풍선효과처럼 하나씩 이어지는 세월호와 관련된 안전불감증의 인과적 스토리, 정부가 그토록 강조해 왔던 총체적 재난 대응이 컨트롤 타워의 부재에 대한 책임으로 고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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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규 동아대 석당인재학부 교수
이동규 동아대 석당인재학부 교수
세월호 침몰사건이 대형재난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모든 미디어에서는 연일 관련 이슈가 재점화되고 있으며, 모든 시민들은 세월호 침몰 사건 관련 이슈에 관심을 집중하면서 탄식하며 울부짖고 있다. 서울신문 24일자 기사의 제목처럼 ‘일상마저 죄스럽다. 숨죽인 대한민국’이라는 말처럼 말이다.

우리 모두는 한국의 대형재난과 관련된 경험적 근거를 갖고 있음에도 “왜 세월호 침몰사건 발생 이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사고수습본부, 현장지휘본부 등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가?”에 대한 정확한 해답을 그 어느 누구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사회적 책임을 필요로 하는 문제의식의 실종, 사회에 만연한 적당한 타협,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양적 성과 강조, ‘빨리 빨리’ 문화에 익숙해져 중장기 시간을 필요로 하는 연구 질문에 대한 외면 등이 만연한다는 일반적인 핑계에 매몰돼 있었던 것은 아닌지 반성해야 한다. 그동안 정부의 의사결정에 개선이 필요했음에도 주저하고 포기했던 것은 아닌지도 냉정하게 뒤돌아봐야 한다.

무엇보다 우리 모두가 참회의 반성문을 쓰는 심정으로 다시 채찍질을 하면서 고민해야 하는 것이 있다. 바로 미국이 재난대응과 관련된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인트로덕션과 오버뷰, 핸드북, 매뉴얼, 표준운영절차, 리뷰 머트리얼, 표준해설목록 등을 작성하고 공유하는 문화다.

미국은 이러한 문화가 정착돼 있기에 2001년 9·11 테러 직후 긴급대응과 관련된 현장지휘체계에서 현장책임자에 파격적으로 관할 소방서장을 선정해도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첫째, 인트로덕션과 오버뷰는 전체를 대략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개관 또는 입문용 책자다. 둘째, 핸드북은 한 분야의 모든 영역을 총망라한 서적으로 조직 구성원들이 필요할 때마다 차분하게 참고할 수 있다. 셋째, 매뉴얼은 교육 일환으로 표준화된 작업 지시서 또는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업무 습득의 전 과정을 이해할 수 있는 문서화된 안내서다. 넷째, 표준운영 절차는 경험기반 업무수행의 기준이 되는 표준적인 규칙으로, 장기적으로 학습된 결과물로 이해할 수 있다. 빠른 의사결정을 수행하기 위해 작성된 수단으로 관련된 일체의 활동들을 조정 및 통제가 용이하게 할 수 있기 위해 존재한다.

리뷰 머트리얼은 업무의 우선순위를 고려한 것 위주로 정리된 짤막하게 소개돼 있는 표준화된 업무 자료를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표준해설목록은 용어사전 같은 것으로 중요 용어들을 모두 기술해 해설목록으로 기술돼 있다. 이 모든 문서들이 지나칠 정도로 자세히 작성돼 있고 모든 이해관계자들과 실무자들은 수시로 읽고 수정하고 보완한다. 각각의 필요한 기능으로 누적돼 있는 학습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연방재난관리청의 사고지휘체계 입문 및 개관, 국토안보국 내의 해안경비대의 사고관리핸드북, 연방재난관리청의 국가사고지원매뉴얼, 국토안보부 내의 연방재난관리청에서 긴급 대응을 위해 가동되는 우리의 중대본 역할로 볼 수 있는 국가재난대응조정센터에서 발간된 국가대응계획 표준운영절차, 국토안보부 내의 국가수색구조위원회의 대형재난사고 수색 및 구조 표준해설목록 등이 학습의 결과물들이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통렬한 반성을 통해 제대로 작성하고 공유하는 작업부터 다시 시작하자.
2014-04-25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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