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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참사> 퇴직공무원 곳곳서 사업자 ‘방패막이’…감독기능 약화

<세월호참사> 퇴직공무원 곳곳서 사업자 ‘방패막이’…감독기능 약화

입력 2014-04-23 00:00
업데이트 2014-04-23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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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를 계기로 각종 협회나 조합 등 업계로 자리를 옮긴 퇴직 공무원들이 도마 위에 오르게 됐다.

이들은 당국의 감시·감독을 무마하는 업계의 방패 역할을 하거나 협회로 이관된 자율 감시·감독 기능을 느슨하게 수행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업계의 분담금으로 연명하는 협회가 업계를 강력하게 감시·감독하는 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당국의 각종 인허가나 인증 등 과정에 관여하면서 퇴임 후 더 많은 부를 챙긴다는 지적도 쏟아지고 있다.

◇ 협회서 당국 감시·감독 역할 무마 의혹

23일 정부 당국에 따르면 이번 세월호 침몰 사고에서 해운업계를 장악한 해양수산부 전직 관료들에 대한 비판 여론이 비등해지고 있다.

선박의 기본이라 할 안전관리 부문에 전직 관료가 눌러앉아 안전관리 기능을 마비시킨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일례로 해수부 고위관료들이 역대로 독식하다시피 한 선사의 이익단체인 해운조합이 내항 여객선의 안전운항에 대한 지도·감독 역할을 제대로 수행했다면 이번 참사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선박 검사 업무를 맡는 한국선급과 선박안전기술공단 역시 역대로 해수부 낙하산 공무원들의 밥그릇이었다.

대표적인 규제산업인 증권·금융업의 경우에는 기획재정부나 금융감독당국, 한국은행 퇴직자들이 각종 금융업권 협회장을 맡아 당국의 감시·감독에 대한 방패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기재부는 예산과 세제를 담당하는 경제 분야의 강자이고 금융위나 금감원은 금융감독당국으로서, 한은은 외환당국으로서 금융사에 영향을 미친다.

은행협회는 9대 유지창 회장, 10대 신동규 회장, 11대 박병원 회장 등 3대 연속으로 기획재정부 퇴직 관료 출신이 맡고 있다. 최규연 저축은행중앙회장과 김근수 여신금융협회장도 기재부 출신이다.

증권업계에서는 한국거래소 최경수 이사장이 기재부 출신이고 금융투자협회에도 기재부나 금융감독당국 출신 인사들이 상당수 포진해 있다. 거래소나 금융투자협회는 업계에 대한 자율 감시·감독 기능을 갖고 있지만 업계로부터 일부 자금을 받아 운영된다는 점에서 투명성에 대한 의문이 종종 제기된다.

◇산업부 산하 협회·인증기관만 70여곳

산업계는 전직과 현직 공무원들이 보다 많은 이권으로 뭉쳐 있다는 분석이 공무원들 사이에서도 흘러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의 경우 산하에 60개에 가까운 협회·재단·진흥회·연구원이 퇴직 공무원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무역협회의 상근 부회장은 대체로 산업부 차관급 인사가, 대한상공회의소의 상근부회장은 1급 인사가 내려간다.

이외 업계의 건의 사항을 수렴하고 각종 인허가나 제재 등을 무마할 수 있는 각종 협회에도 산업부 퇴직 국·과장들이 두루 포진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협회·조선해양플랜트협회·제품안전협회·냉동공조협회·자전거공업협회 등 산업부 퇴직 공무원이 임원으로 재직 중인 협회만 25곳 달한다.

산업부 소관 민간인증기관 10곳 모두 산업부 출신 관료들이 주요 보직을 차지하고 있다. 공공 인증기관 9곳을 포함하면 사실상 산업부 소관 인증 전부를 산업부 전·현직 관료들이 장악하고 있는 셈이다.

주택·건설 등 분야에서는 대한건설협회와 건설공제조합, 한국주택협회 등의 주요 보직에 국토교통부 퇴직 공무원들이 앉아 있다.

한국제약협회 이경호 회장 역시 보건복지부 고위 관료로 재직하다가 옮겨온 사례다. 이 회장은 복지부 차관으로 물러난 이후 한국보건산업진흥원장 등 자신이 감독·관리하던 산하기관의 수장을 두 차례 맡았다.

현 식품산업협회 윤영식 부회장도 식품의약품안전청(현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잔뼈가 굵은 고위 관료 출신이다.

제약협회는 국내에서 활동하는 제약사의 이익단체라는 점에서, 식품산업협회는 식품업체의 이익단체라는 점에서 의약품·식품 안전 정책 수립·집행 과정에서 업계 요구를 강하게 전달하는 ‘로비스트’로서 활동할 개연성이 크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 “업계의 방패…총체적 점검해야”

전문가들은 퇴직 공무원들이 각종 업권의 협회에서 정부의 감시·감독 기능에 대한 방패 역할을 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는 “퇴직공무원들의 역할은 결국 방패”라고 규정하면서 “정부가 창이라면 창을 무디게 하는 역할을 맡기 위해 은퇴후 그런 기관에서 일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번 기회에 관련 협회나 재단 등에 대한 총체적인 점검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송하중 전 한국정책학회 회장은 “각종 협회의 대부분이 정부의 필요에 의해 만든 기관”이라며 “정부 인사를 낙하산으로 보내기 위해 만든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는 “환경이나 재난관리 규제는 민간에 맡겨놓으면 이번과 같은 엄청난 비용을 지불하게 된다”면서 “협회에 맡긴 모니터링, 점검 권한을 상당부분 정부가 가져와서 실질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황선 건국대 행정학과 교수는 “현장 관리책임자에게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하고 매뉴얼에 충실하게 활동하다가 실수할 경우 사후 추궁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영리기업 뿐 아니라 각종 협회와 조합 등 업계 관련단체에 퇴직공무원의 취업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공직자 윤리를 담당하는 안전행정부의 관계자는 “선박 안전과 관리를 담당하는 해운조합에 해양수산부 퇴직관료가 취업하는 관행을 놓고 논란이 있어, 퇴직관료 취업제한 대상에 협회와 조합 등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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