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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황순팔 심판 “팬들 야유, 충분히 이해하죠”

<프로농구> 황순팔 심판 “팬들 야유, 충분히 이해하죠”

입력 2014-04-17 00:00
업데이트 2014-04-17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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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 기간 모친상 박웅열·김귀원 “외부에 안알려…이런 게 심판의 숙명”

“솔직히 야유까지 나올 줄은 몰랐죠. 그래도 팬들 마음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지난 14일 열린 프로농구 시상식에서 심판상을 받은 황순팔(44) 심판은 당시 터져 나온 팬들의 야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프로농구 베테랑 심판들인 황순팔, 박웅열, 김귀원(왼쪽부터) 심판이 16일 서울 서초구 JW 메리어트호텔 서울에서 열린 스포츠토토 프로농구 시상식장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프로농구 베테랑 심판들인 황순팔, 박웅열, 김귀원(왼쪽부터) 심판이 16일 서울 서초구 JW 메리어트호텔 서울에서 열린 스포츠토토 프로농구 시상식장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 심판은 “솔직히 기분이 좋지는 않았지만 그만큼 심판으로서 미흡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팬들의 눈높이를 더 따라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사실 2013-2014시즌은 프로농구 심판들에게 다사다난했던 한 해였다. 플레이오프 경기 도중 감독이 코트에 뛰어들어 심판을 밀치는 일이 벌어졌고 정규리그 경기에서는 심판의 오심 탓에 역전패를 당한 팀이 KBL에 재경기를 요청하기도 했다.

판정이 자주 논란에 휘말린 시즌이었던 만큼 팬들이 심판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못했고 급기야 ‘시상식장 야유’까지 나온 것이다.

사실 심판은 고독한 직업이다. 박웅열(52), 김귀원(44) 심판은 3월 모친상을 당하는 아픔을 겪었지만 상을 마치고 곧바로 코트로 돌아와 휘슬을 불어야 했다.

16일 스포츠조선 제정 2013-2014 스포츠토토 한국농구대상 시상식장에서 만난 이들 세 명의 심판은 “앞으로 더 노력하겠다”는 각오를 밝히면서도 “완벽할 수는 없는 직업이지만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점은 알아주셨으면 한다”고 입을 모았다.

프로농구 원년인 1997년부터 심판으로 활약 중인 황순팔 심판은 “사실 이번 시즌은 순위 경쟁이 워낙 치열했던 탓에 매 경기 심판으로서 부담이 컸다”며 “아무래도 심판의 존재가 드러나는 경우는 부정적일 때가 잦기 때문에 팬 여러분이 야유하시는 것도 이해가 된다”고 말했다.

그는 “심판들도 감독님들이나 팬 여러분처럼 농구가 잘 되기를 바라는 입장은 똑같다”며 “서로 위치가 다르지만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이해한다면 조금씩 공감하는 폭이 커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 심판은 팬들의 야유를 받았던 시상식장에서 “’오심’은 있을 수 있겠지만 ‘사심’은 있을 수 없다”는 명언을 남기기도 했다.

3월 모친상을 당한 김귀원 심판은 “심판으로서 떳떳해야 하기 때문에 경·조사도 알리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며 “이런 것은 심판의 숙명”이라고 말했다.

다른 프로 종목은 심판들의 경·조사를 외부에 알리기도 하지만 KBL은 일절 알리지 않고 있다. 박웅열 심판이나 김귀원 심판 역시 3월 모친상을 조용히 마치고 다시 코트로 돌아왔다.

김 심판은 “특히 선수 출신 심판들은 농구인 선·후배들이 많지만 경·조사를 알리지도 못하고 남의 행사에 가지도 못할 때가 잦아 심판하면서 인간관계가 좁아지는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현역 최고령 심판인 박웅열 심판은 10개 구단 감독 가운데 창원 LG 김진(53) 감독만 선배다. 그러나 현실은 후배 감독들이 반말로 항의하고 박 심판은 존댓말로 설명할 때가 대부분이다.

박 심판은 “예전엔 감독들이 손가락질하면서 ‘일루 와봐’라고 소리를 질렀는데 요즘은 그런 모양새가 보기 안 좋아서 타임아웃 때 아예 벤치 근처에 가 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심판은 아무리 신인 선수라 하더라도 존댓말을 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귀원 심판은 2000년대 초반 한 경기에서 있었던 실화를 들려줬다. A팀의 슛이 그물을 맞고 내려왔는데 그 팀의 감독이 ‘왜 골인인데 득점을 인정하지 않느냐’고 거세게 항의하더라는 것이다.

만일 감독의 항의가 사실이라면 프로농구 사상 최초로 골인되고도 득점 인정이 되지 않는 사태가 벌어질 판이었다.

그는 “감독님이 항의를 너무 자신 있게 하셔서 그때 심판 세 명이 전반전 내내 가슴에 돌덩이 하나를 안고 뛰는 기분이었다”며 “다행히 하프타임에 ‘노골이 맞다’고 재확인할 수 있었지만 벤치에서 보면 공이 그물을 통과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고 회상했다.

그만큼 각자 위치에 따라 똑같은 일이 다르게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박웅열 심판은 “심판이 직업인 우리도 고과 점수가 있기 때문에 거꾸로 (휘슬을) 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하며 “방송 기술의 발달과 날로 높아지는 팬들의 눈높이를 따라가고자 노력하는 심판들을 믿고 신뢰를 보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당부했다.

이번 시즌부터 KBL은 심판 유니폼에 이름을 넣도록 했다.

어떤 변화가 있었느냐고 묻자 이들은 “예전에는 팬들이 ‘야, 심판’하고 부르며 욕을 하셨는데 이제는 이름을 정확히 부르시죠”라며 유쾌하게 웃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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