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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In&Out] 출판계 ‘이방인 번역’ 논란 왜?

[문화 In&Out] 출판계 ‘이방인 번역’ 논란 왜?

입력 2014-04-08 00:00
업데이트 2014-04-08 0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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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계에 때아닌 ‘번역 논란’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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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 카뮈(1913~1960)의 노벨문학상 수상작 ‘이방인’이 국내에선 원작과 다르게 번역돼 읽혀 왔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이 소설은 전 세계 100여개국에서 번역돼 수천만 부가 팔린 고전 중의 고전이다. 문제를 제기한 이는 이정서라는 필명을 지닌 블로거다. 이씨는 최근 카뮈 권위자인 김화영 고려대 명예교수에게 정면으로 이 문제를 제기했던 주인공이기도 하다. 김 교수는 카뮈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카뮈전집을 완간한, 프랑스 문학에 관한 한 국내 최고 권위자다. 이씨가 최근 펴낸 ‘이방인’(새움)은 340쪽이 넘는 책의 절반 이상을 역자노트로 채웠다. 작가는 “원래 카뮈의 ‘이방인’은 서너 시간이면 다 읽고 감탄할 수 있는 (쉬운)소설이었다. 어느 한 문장 이해되지 않는 곳이 없는 완벽한 글”이라고 강조한다. 이씨는 김 교수의 번역본은 도무지 알 수 없는 문장으로 채워져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예컨대 김 교수의 번역본에서는 주인공(뫼르소)이 태양빛이 너무 찬란해 아랍인에게 총을 쏘지만, 이씨의 책에선 아랍인의 칼날에 비친 햇빛을 보고 위협을 느껴 총을 쏜다. 이씨는 주인공의 행동을 정당방위로 해석한 것이다. 이씨는 노벨문학상 수상작이라는 권위와 번역자의 위상에 이중으로 짓눌려 지금껏 작품의 실체를 제대로 뜯어보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자신의 ‘이방인’ 번역본과 김 교수의 번역본, 원문을 나란히 놓고 김 교수 번역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한다. 그는 “책을 내면서 본명과 약력을 밝히지 않은 이유는 실제 문장만을 집중해서 보자는 취지에서였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최근 문단에선 원작과 괴리된 번역이 종종 문제점으로 지적돼 오고 있다. 해외 원작을 번역하는 데 있어 역자의 문학적 재량은 과연 어느 선까지 허용돼야 하며, 그 오류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은 없는지는 앞으로 출판계가 풀어야 할 숙제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2014-04-08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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