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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광장] 갑오년 새해, 어떤 원칙과 신뢰를 지킬 것인가/문소영 논설위원

[서울광장] 갑오년 새해, 어떤 원칙과 신뢰를 지킬 것인가/문소영 논설위원

입력 2014-01-01 00:00
업데이트 2014-0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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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오(甲午)년이 밝았다. ‘갑오’에서 사람들은 120년 전 한반도를 떠들썩하게 했던 1894년 2월 갑오농민운동을 떠올리기도 하고, 같은 해 7월 시작된 갑오경장을 떠올리기도 한다. 그해에 일어난 중요한 사건이 하나가 더 있다. 6월에 발발한 청일전쟁이다. 세 개의 역사적 사건은 개별적으로 보이지만, 한 타래의 실처럼 연결되어 있다. 갑오년에 긴장하는 사람이 있는 연유는 2주갑을 맞는 120년 전 갑오년이 이후 조선의 운명을 뒤흔든 중요한 계기였기 때문일 것이다.

문소영 논설위원
문소영 논설위원
1894년 2월 전라도 고부군수 조병갑의 가렴주구에 지친 농민들은 분노해 1차 민란을 일으켰다. 고종은 민란의 원인을 해소하겠다고 약속했지만 해결하지 못했다. 농민들은 4월 2차 봉기했다. 외세배격과 탐관오리 응징, 대원군 복귀, 잡세 철회 등 12개의 폐정개혁안을 요구했으나 조정은 토벌하기로 마음 먹고 청나라에 파병을 요청했다. 조선왕조실록에 고종은 영의정 심순택 등의 반대에도 청군을 요청하는 것이 무슨 대수냐는 태도를 취한 것으로 나온다. 당시 고종은 갑신정변 이후 청과 일본이 서로 충돌을 막고자 1885년 톈진(天津)조약을 맺어 어느 한 나라에서 조선에 파병하면 다른 한 나라도 자동으로 파병할 빌미를 준다는 점을 간과했다. 청일전쟁으로 한반도는 전쟁터가 되고, 일본이 압승했다. 이에 일본은 1차 김홍집 내각을 세우고 과거제 폐지, 단발령 등 개혁을 강요했다. 그것이 갑오경장이다. 같은 시기에 첨단 무기로 무장한 일본군은 죽창을 든 농민들을 섬멸했다. 당시 삼남지역의 선비와 양반도 수성대, 민포군 등을 구성해 농민 토벌에 힘을 합쳤다.

120년 전 갑오년이 주는 첫째 교훈은 정부의 결정이 항상 옳지도, 전지전능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근대 국가가 정부의 오류 가능성을 직시하고 국회와 법원을 두어 시스템으로 삼권 분립을 해놓은 이유다. 둘째 정부가 백성의 삶의 질과 부정부패를 개선하지 못하면 민심 이반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셋째 스스로 해결해야 할 내부의 갈등을 외세의 개입을 통해 해결하려고 할 때 심각한 부작용에 직면하게 된다. 넷째 자국을 둘러싼 국제 정세를 정확하게 읽고 예민하게 반응하지 못하면 국가적 위기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120년 전의 경장은 성공하지 못했다. 이번에는 꼭 대한민국의 미래를 여는, 성공하는 경장의 미래가 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했다. 120년 전 왜 실패했을까. 당시 개혁 드라이브는 단발령에 걸려 민심을 얻지 못한 탓이다.

박근혜 정부는 ‘국민행복시대’와 ‘100% 대한민국’을 약속했다. 지난 대선에서 박 대통령을 선택하지 않은 사람들도 그 진정성을 믿고자 했다. 그러나 ‘내가 대통령이 돼 다 해결하려는 것 아니냐’며 후보시절 약속했던 주요 공약들이 1년 만에 벽에 부딪히거나 무산됐다. 국가재정이 감당할 수 없는 공약을 강행하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돼 지니계수가 커지고 있고, 1997년 외환위기 이후 15년째 양극화가 진행돼 근로자의 48.8%가 연간 2000만원 미만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는 점을 직시해 해결책을 제시해 달라는 것이다. 대기업을 키워도 낙수 효과(trickle down effect)가 사라졌다. 삼성전자가 연간 40조원의 영업이익을 내지만, 그 혜택은 5만여명이 나누고 끝난다. 철도원의 연봉 7000만원이 질시와 분노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좋은 일자리가 늘어야 한다.

또한, 국정운영에서 헌법 1조 1항과 2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는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여론형성의 메커니즘을 설명한 ‘침묵의 나선이론’에 따르면 표현의 자유가 억압되면 사람들은 침묵하겠지만, 그 침묵이 정부에 찬성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런 사람들까지 다 헤아려 정책을 펴는 100% 대한민국이 되었으면 한다.

symun@seoul.co.kr
2014-01-0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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