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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여전히 준비 안 된 세종시, 답답한 2단계 이주

[사설] 여전히 준비 안 된 세종시, 답답한 2단계 이주

입력 2013-12-11 00:00
업데이트 2013-1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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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레부터 교육부, 보건복지부, 산업통상자원부, 고용노동부 등 6개 부처 4800여명이 세종청사로 내려간다. 지난해 이맘 때쯤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등이 옮겨간 데 이어 2단계 이주다. 그런데 ‘행복도시’(행정중심복합도시)로 이삿짐을 싸는 공무원들의 표정이 그다지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이사를 앞두고 국무조정실이 전수조사를 벌인 결과 “수도권에서 출퇴근하겠다”는 공무원 비율은 19.9%로 지난해(12%)보다 되레 8% 포인트가량 늘었다. 세종시대가 열린 지 1년여가 지났음에도 여전히 세종행을 꺼린다는 의미다. 2단계 이전 대상 부처의 육아휴직 신청이 급증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복지부는 전체 여직원의 17%인 56명이 육아휴직 상태라고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작게는 세종시가 아이 낳고 교육시킬 만한 도시 인프라를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요, 크게는 행정중심체가 오히려 국가행정의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첫 이주 때 화장실과 주차장 등 생활필수시설이 부족해 원성이 자자했던 세종은 지금도 3무(교육시설, 의료시설, 주차시설)도시로 불린다. 더 큰 문제는 행정의 비효율성이다. ‘근무처는 세종, 근무는 서울’이라는 자조 섞인 냉소가 난무하고 길거리에 뿌려지는 시간과 돈이 숱하게 환기됐음에도 별반 나아지지 않은 게 세종의 현주소다.

이를 의식한 듯 박근혜 대통령은 어제 국무회의에서 “2단계 이전이 완료되면 모든 활동이 세종시 중심으로 수행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정비하라”고 주문했다. 청와대부터 원격회의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구두선에 그치지 않기를 바란다. 일각에서는 청와대와 국회도 세종으로 옮겨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강력한 해법이지만 현실성이 떨어지는 만큼 국회 상임위만이라도 세종에서 여는 방안을 적극 강구하기 바란다. 국회의원들이 권위의식을 조금만 내려놓으면 얼마든지 실현 가능한 방안이다. 그러면 시늉 단계인 화상회의도 좀 더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다. 세종으로 내려가기도 싫고 화상회의도 마뜩잖다면 건건이 장·차관을 불러올리지 말고 실무자 설명으로 대체하라. 국회의 협조 없이는 세종의 비효율 해결은 요원하다. 지금처럼 어정쩡한 개념에서 벗어나 세종을 행정타운으로 아예 줄이거나, 아니면 인근의 오송·조치원·대덕 등을 합쳐 100만명 규모의 자족도시로 키우라는 주장에도 귀를 기울일 만하다. 새집증후군 같은 1단계 시행착오 재발 방지는 말할 것도 없다.

2013-12-1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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