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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구글, 게임 팔며 심의까지… 정부는 ‘뒷짐’

애플·구글, 게임 팔며 심의까지… 정부는 ‘뒷짐’

입력 2013-11-05 00:00
업데이트 2013-11-05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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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템 구입에 수백만원씩… 중독성·사행성 조장 심각

‘지금 접속하면 열쇠 5개 지급, 2시간 동안 접속과 동시에 열쇠 2개 지급.’

최근 4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한 모바일 게임 ‘몬스터 길들이기’가 사용자를 유혹하는 ‘미끼’다. 여기서 ‘열쇠’는 횟수 제한에 걸린 게임을 계속할 수 있는 아이템으로, 게임업체는 사용자의 조바심을 유도하기 위해 이 같은 메시지를 수시로 보낸다. 한때 국민 게임으로 인기를 모았던 ‘애니팡’의 하루 최대 매출이 2억원 수준이었지만, 몬스터 길들이기는 하루 최대 매출이 15억원이다. 지난달 30일에는 하루 접속자 100만명, 동시 접속자 30만명을 넘었다. 이 게임 공식 카페에는 아이템과 캐릭터 구입을 위해 수백만원까지 결제했다는 사용자의 글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스마트폰 모바일 게임 ‘몬스터 길들이기’의 화면. ‘단 한번! 놓칠 수 없는 기회!’, ‘팝업창을 닫으면 이 상품을 다시 구매할 수 없다’ 등의 문구들이 게임 사용자의 현금 결제를 유도하고 있다. 화면 캡처
스마트폰 모바일 게임 ‘몬스터 길들이기’의 화면. ‘단 한번! 놓칠 수 없는 기회!’, ‘팝업창을 닫으면 이 상품을 다시 구매할 수 없다’ 등의 문구들이 게임 사용자의 현금 결제를 유도하고 있다.
화면 캡처
스마트폰 모바일 게임들이 과도하게 소비자의 현금 결제를 유도하고 사용자 중독을 부추기고 있지만 게임 심의를 구글과 애플 등 기업 자체에 맡기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게임산업 발전 논리에 밀려 정부가 손을 놓으면서 사행성 조장이 도를 넘어섰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 게임물을 심의하고 등급을 매겨 승인하는 기관은 게임물등급위원회이지만 안드로이드 ‘플레이스토어’와 애플의 ‘앱스토어’를 통해 제공되는 모든 모바일 게임의 심의는 서비스 제공자인 구글코리아와 애플코리아가 맡고 있다. 특히 등급위원회는 오는 25일 게임물관리위원회로 새롭게 출범하면서 게임물 등급 심의 업무를 민간기구에 이양하고 사후 관리만 담당한다.

규제를 업계 자율에 맡기다 보니 게임 곳곳에서 과도하게 몰입을 유도하는 장치들이 여과 없이 사용자를 유혹한다. 게임에 접속하지 않은 사용자에게도 하루에 몇 번씩 ‘지금부터 2시간 동안만 아이템을 준다’는 진동 알림을 보낸다. 일부 게임은 ‘자동 플레이’도 있어 사용자가 업무 중에도 게임을 진행할 수 있고 캐릭터를 성장시킬 수 있다.

그러나 관련 기관은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게임물등급위원회는 플레이스토어나 앱스토어에서 제공하는 모바일 게임 수가 너무 많아 전수 조사를 진행할 수 없다고 밝혔다. 위원회 관계자는 4일 “현금 결제를 하지 않으면 진행이 안 된다는 민원이 있거나 모니터링 결과에 따라 지나치다고 판단될 때 제재를 한다”면서 “하지만 위원회 성격상 법적 구속력이 없는 권고 수준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학부모단체 등은 게임 심의가 민간으로 넘어가는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민선 아이건강국민연대 사무국장은 “게임물 민간 심의기구에 학부모가 참여할 수 없고, 게임산업협회 등 산업 관계자들이 참여하는 탓에 중독성 등을 판단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게임도 마약, 도박과 같은 중독 유발물로 보고 정부가 직접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2013-11-05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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