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동맹을 검증하라/최종건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입력 : ㅣ 수정 : 2013-08-30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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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건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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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건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미국은 지난 60년간 우리 안보에 공헌한 유일한 군사 동맹국이다. 미국의 안보우산은 한국 경제 발전에 견인차 역할을 했다. 미국의 군사 원조로 우리는 경제발전에 보다 많은 재원을 투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6·25전쟁 직후 한국군의 건설과 전력 강화는 미국의 군사 원조가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그야말로 미국은 우리가 어려울 때 우리를 도와준 동맹이다.

우리 역시 미국의 세계전략 운영에 많은 부분 공헌했다. 1970년대 베트남전에 세계 최대 지원군을 파병하였고, 지난 이라크전에도 영국 다음으로 최대 규모의 지상군을 파병했다. 그러니 혈맹이란 말이 어색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세계적 패권국 미국이 경제적으로 매우 어렵다. 미국의 부채규모는 여전히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어, 국가부채 한도를 올 초 16조 3940억 달러에서 임시로 16조 6990억 달러로 늘려야 했다. 그러나 이 부채 한도가 올 10월에 다시 상한선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연방정부는 현재 매우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한다. 만약 이를 막지 못하면 패권국 미국이 디폴트 (채무불이행)의 위협에 직면하게 되며, 이는 곧 국채이자와 사회보장비용, 공무원 인건비 등을 지불하지 못함을 의미한다. 그렇게 된다면 미국의 신용등급은 다시 강등되는 수모를 맞게 된다.

이러한 미국 경제의 침체는 이미 대외정책에 큰 족쇄로 작용했다. 아무리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고 북한의 핵을 해결하고자 하여도, 미국 대외정책의 큰 걸림돌은 바로 미국 경제라는 점에서다. 이미 미국 정부는 예산 자동삭감에 따라 앞으로 10년간 국방예산을 5000억 달러(약 547조원) 줄여야 한다. 비록 미국의 국방예산 삭감이 한반도 안보공약에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한·미 당국자들이 여러번 강조하고 있지만, 이는 사실상 두고볼 일이다.

당장 미 국방부 군무원 예산이 20% 삭감됨에 따라 주한미군 군무원들은 이미 주 4일 근무로 바뀌었다. 육군은 54만명에서 38만명으로, 해병대는 18만명에서 15만명으로 감축될 예정이다. 항공모함은 현재 11척에서 9척으로 축소해야 할지 모른다. 미국의 스텔스 전투기 개발은 지난봄 한반도 상공에 등장한 F22 스텔스 전투기로 사실상 종결됐다. 또한 미국의 핵폭격기들은 대폭 감축되거나 특정 기종이 도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필리핀과 싱가포르와의 연합훈련은 취소됐으며, 전략적으로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미국 내 군사훈련들 또한 취소 내지 연기됐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을지프리덤가디언 연습에서 일부 한·미연합훈련도 축소됐다고 한다. 미국이 아무리 동북아에 집중하고 싶어도, 중동 문제가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라 그쪽을 계속 바라봐야 한다. 엄습한 시리아에 대한 인도적 군사 개입이 그 적나라한 예이다.

우리는 참 난감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2015년에 환수할 전시작전지휘권을 연장한다는 것이 정부 방침인데, 미국은 우리에게 많은 동맹 비용을 전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높아진 한국의 경제적, 정치적 위상 때문에 미국 사회에서 ‘왜 미국이 한국의 안보를 책임져야 하는가’라는 비판 여론이 매우 높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은 방위비 분담금 증가 및 미국산 대형 무기 구입 압박도 한층 더해가는 듯하다. 즉, 동맹의 비용도 증가된다.

그렇다면 미국의 공약을 치밀하게 검증하고 우리의 실천적 자주국방 의지와 능력 또한 냉철한 검증의 대상이 돼야 할 것이다. 막연히 ‘미국이 도와주겠지’라는 기대는 결국 우리 안보에 긍정적이지 않다. 당장 한반도 유사시 미군의 증원계획이 현실화되겠냐는 의심을 할 필요가 있다. 즉, 한반도 유사시 가장 먼저 투입되는 미국의 해병대와 항모전단의 전개가 가능하겠느냐는 것이다.

대북태세가 미국에 의해 약화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무엇보다 우리는 우리가 지켜야 한다는 사즉생의 각오를 새롭게 해야 한다. 또한 굳건한 한·미동맹의 정치적 미사여구를 떠나 그것이 정말 대북억지 능력과 의지를 구현하고 있는지 그리고 한국이 어떠한 역할을 실천적으로 할 수 있는지 면밀히 검증해야 할 것이다.

2013-08-31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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