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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세상] NLL, 더 이상 곡해돼선 안 된다/조성환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

[열린세상] NLL, 더 이상 곡해돼선 안 된다/조성환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

입력 2013-06-28 00:00
업데이트 2013-06-28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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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환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
조성환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
노무현 전 대통령의 10·4 남북정상회담 발언록이 공개되어 온 나라가 시끄럽다. 노 전 대통령의 정상회담 발언은 헌법과 주권의 최고수호자인 대한민국 대통령의 위상을 지키기는커녕 절대독재자에 대한 굴종적 언사에 불과했다. 발언록 공개에 대한 정치 공방과는 별도로 많은 국민들은 이 발언에 경악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은 북방한계선(NLL)에 대한 편견에서 출발한다.

“NLL은 국제법적인 근거도 없고, 논리적 근거도 분명치 않은데… 이상하게 생겨가지고, 무슨 괴물처럼 함부로 못 건드리는 물건이 되어 있다” “나는 김 위원장과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NLL은 바뀌어야 한다”라는 노 전 대통령의 NLL 발언은 소위 ‘운동권’에서는 일반화된 관념이다. 1989년 이전까지는 대한민국의 어느 누구도 NLL이라는 해상 군사분계선의 합법성과 배타적 관할의 정당성을 의심하지 않았다. 그러나 1989년 운동권의 대부였던 고(故) 리영희가 “‘북방한계선’은 합법적 군사분계선인가?”라고 발표하여 NLL의 합법성을 부인한 후, NLL 문제는 한국의 정치·이념적 대립을 격화시키는 동시에 북한의 NLL 무력화를 가중시켰다.

노 전 대통령이 리영희의 사상에 영향을 받았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은 바로 NLL에 대한 리영희의 ‘곡해’와 무관하지 않다. 노 전 대통령의 비상식적 발언의 원천을 밝혀야 NLL 문제화의 맥락을 이해할 수 있다. “NLL은 합법적인 군사분계선이 아니다”라는 리영희의 결론은 오도된 도그마이다.

첫째, 리영희는 육상의 휴전선과 달리 해상의 분계선은 정전 당사자 쌍방이 합의하지 않은 정전협정의 ‘공백’이라고 주장했지만 이는 논리적 조작이다. 7·27 정전협정에서 ‘분계선’을 적시하지는 않았지만 제2조 13항 (ㄴ)목은 서북 5도 등의 도서군(島嶼群) ‘경계선 이남’은 연합군 총사령관의 군사통제하에 둔다(지도 생략)라고 명시함으로써 분계의 원칙을 분명히 했다. 아울러 리영희는 정전협정의 적용에서 육상과 해상이 달랐다는 사실을 외면했다. 육상은 유엔군의 주장이었던 ‘점유의 원칙’(uti posseditus)에 따라 당시의 교전선(交戰線)이 휴전선으로 획정되었고, 해상은 북한이 끈질기게 고수한 ‘전전복귀’(戰前歸, status quo ante bellum)의 원칙에 따라 38도선 이남의 서북 5도와 그 이남에 대한 관할권이 유엔군에게 귀속되었던 것이다.

둘째, 리영희는 서북 5도를 잇는 NLL은 백령도와 연평도 간 100㎞ 이상의 거리를 이은 선으로 국제법상 영해 획정의 기준을 넘는다고 강변했고 도서 3해리 이외의 해면은 남한의 영해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의 강변과 달리 NLL은 영해법에서 통용되는 “해안 일반의 외측선을 연결한 직선기준선”에 부합하며, 북한이 주장한 전전복귀의 원칙에 따라 해면은 당연히 유엔군(남한)의 관할권에 속한다. 정전협정과 함께 서북 5도가 우리의 관할로 되고 NLL이 해상분계선이 된 것은 유엔군이 한반도 해역 전체를 장악한 상황에서 해상봉쇄의 위기를 피하고 38도선 이북의 도서와 해면을 확보하기 위해 북한이 고집한 ‘전전복귀’의 원칙에 의해서였다. NLL은 해주와 등산곶의 해로를 열어주었다는 점에서 휴전 당시에는 북한이 고마워한 정당한 군사분계선인 것이다. 그러지 않았다면 북한은 왜 휴전 직후 1959년의 ‘조선중앙년감’에서 황해도 남쪽의 한계선을 NLL로 명기했을 것이며, 1991년 ‘남북불가침협정’에서도 불가침의 경계를 “휴전선과 지금까지 쌍방이 관할해온 구역으로 한다”고 합의하였겠는가?

NLL에 대한 북한의 무력화 시도는 리영희의 왜곡된 논문으로 더욱 집요해지고 과감해졌다. 여기에 더해 노 전 대통령의 위험천만한 발언들이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등 북한의 NLL에 대한 고강도 도발을 자극하지 않았다고 단언할 수 있겠는가? NLL은 휴전이라는 ‘소극적 평화’라도 지킬 수 있는 합법적이며 정당한 우리의 생명선이다. 더 이상 궤변과 거래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NLL을 공물(供物)로 삼아 전대미문의 독재 권력에 평화를 구걸하는 것은 비굴한 패배주의일 뿐이다.

2013-06-28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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