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 9호선 염창~당산 구간 혼잡도 236%
“악~ 그만 밀어요. 사람 죽어요.” “여기 임신부 있어요. 큰일 납니다.”5일 오전 8시 13분 서울 지하철 9호선 염창역에 도착한 신논현 방향 급행열차. 이미 발 디딜 틈 없는 열차를 타려는 승객들 때문에 차 안은 순식간에 아비규환으로 변했다. 곳곳에서 비명과 신음이 터져나오고 욕설까지 오가는 등 출근길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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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전 서울 지하철 9호선 염창역 승강장에서 승객들이 이미 꽉 차서 들어온 신논현역행 급행열차를 타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손형준 기자 boltagoo@seoul.co.kr |
김현민(34·강서구 염창동)씨는 “특히 오전 7시 40분~8시 30분 출근시간에 9호선 염창역에는 승객들이 너무 많아 지하철 타기가 겁난다”면서 “이렇게 밀고 타다가 노약자들이 열차에서 질식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동식(48·강서 가양동)씨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하철 9호선을 한번 타보면 시민들의 고충을 이해하고도 남을 것”이라면서 “서울시는 시민의 안전을 위해서 객차를 늘리고 지하철 운행 간격을 좁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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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도 이미 9호선 혼잡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예산’ 핑계로 강 건너 불구경만 하고 있다. 9호선이 완전히 개통되는 2016년까지 증차 계획은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구간의 혼잡은 수년간 계속될 전망이다
시에 따르면 지하철 혼잡도가 가장 높은 구간이 9호선 염창역~당산역 구간으로 혼잡도가 236%(2012년 10월 기준)로 조사됐다. 정원보다 두 배 이상 승차하는 셈이다. 가장 승객이 많다는 2호선 사당~방배 구간(196%)이나 4호선 한성대~혜화 구간(180%)보다 훨씬 혼잡도가 높았다.
서울시는 9호선 혼잡도가 너무 높아 사고의 위험성까지 있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예산 부족으로 새로운 열차를 주문하지 못하고 있다. 복지예산 등 다른 사업 예산 때문에 뒷전으로 밀린 것이다.
서울시는 일단 급행열차의 승객 몰림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10분 간격인 급행열차 배차 간격을 5분으로 줄이는 것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 관계자는 “10분에 한 대였던 급행열차를 5분으로 줄이면 혼잡도가 20~30%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기홍 한국교통시민협회 대표는 “박원순 시장이 이런 지옥철을 타고 다니는 서울 시민의 심정을 한번이라도 생각해 보았는지 궁금하다”면서 “서울시는 복지도 중요하지만 시민들에게 질 높은, 아니 최소한의 대중교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예산 편성을 다시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