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온라인 극우 세력 재특회, 시민들이 고립시켜야”

입력 : ㅣ 수정 : 2013-06-03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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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로 나온 넷우익’ 작가 야스다
 인터넷에서만 회자하던 극우 성향 커뮤니티 일베(일간베스트저장소)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희생자를 ‘홍어(호남 주민들을 비하하는 표현)택배’ 등으로 모욕한 게시글에 대해 5·18 관련 시민단체들이 법적 대응에 나서면서 ‘일베 현상’에 대한 우려가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으로 표면화하기 시작했다. 여성, 외국인, 진보 세력 등을 향해 저열한 욕설과 조롱을 일삼는 이들에게서 신념이나 진지함을 찾아보긴 어렵다. 아직은 모니터 뒤에 숨어 사회 금기를 깨는 배설의 쾌감과 일차원적 재미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언제 이들이 세력을 형성해 거리로 나올지는 모를 일이다. 인터넷에서 시작돼 지금은 회원 1만 3000명의 극우 보수 세력으로 성장한 일본의 반한(反韓) 단체 ‘재일 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시민모임’(재특회)처럼 말이다.

일본의 프리랜서 저널리스트인 야스다 고이치는 “재특회는 아직 소수지만 재특회 출현을 가능하게 만든 토양은 일본에 널리 퍼져 있다”면서 이런 사회 분위기가 하시모토 도루 오사카 시장의 위안부 망언 같은 행태를 낳고 있다고 우려했다. 손형준 기자 boltagoo@seoul.co.kr

▲ 일본의 프리랜서 저널리스트인 야스다 고이치는 “재특회는 아직 소수지만 재특회 출현을 가능하게 만든 토양은 일본에 널리 퍼져 있다”면서 이런 사회 분위기가 하시모토 도루 오사카 시장의 위안부 망언 같은 행태를 낳고 있다고 우려했다.
손형준 기자 boltagoo@seoul.co.kr

 재특회의 실체를 파헤친 탐사르포 ‘거리로 나온 넷우익’(후마니타스)의 국내 출간에 맞춰 방한한 저자 야스다 고이치(59)는 지난 2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재특회는 ‘걸어다니는 인터넷 게시판’이다. 인터넷의 언어와 생각, 감정을 그대로 표출한다”면서 “이들의 인터넷 활동을 일본 지식인들과 언론은 무시했다. 지금, 그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말했다.

 재특회의 주 공격 대상은 ‘재일 코리안’(재일 교포)이다. 이들은 ‘재일 코리안이 일본인보다 더한 특권을 누리고 있다’는 근거 없는 주장을 떠벌리며 일본 전역에서 혐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조선인 강제동원 피해자 마을인 교토의 우토로 마을을 찾아가 행패를 부리고, 한류 연예인 김태희의 퇴출 시위를 주도했다. 이들의 시위 현장에선 ‘조선인을 죽여라’같은 인종차별 발언이 아무렇지 않게 흘러나온다.

 1년 반 동안 재특회의 집회 현장을 쫓아다니며, 이들의 일상을 밀착 취재한 야스다는 “재특회 회원 대부분은 사회로부터 거절당한 아픔, 주위 사람들에게 이해받거나 공감을 얻지 못한 경험이 있는 나약한 사람들이다. 그래서 강한 일본, 강한 일본인을 동경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에 대한 분노와 불안, 누군가로부터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 등이 뒤엉켜 왜곡된 형태의 애국주의로 발현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재일 한국인이 타깃이 된 건 ‘가장 알기 쉬운 적(敵)’이기 때문이다. 재특회는 일본 정부도, 학교도, 언론도 믿지 않는다. 인터넷만 진실을 말한다고 믿는다.

 야스다는 “재특회는 일본 사회가 낳은 병리 현상의 하나다. 하지만 이는 어느 사회에나 생길 수 있는 병이다. 일본은 재특회를 허용하고 말았지만 한국은 그러한 우를 범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뒤늦게나마 시민 사회가 나서서 재특회가 확산하는 걸 막고자 애쓰고 있는 점을 부각시켰다. 그는 “법적 제재나 올바른 역사인식 교육 등도 물론 필요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시민의 힘이 중요하다. 시민들이 나서서 이들의 주장이 허위임을 밝히고, 이들을 사회에서 고립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재특회도, 일베도 불안한 세대를 양산한 우리 사회의 책임”이라면서 “차별·배외적 운동은 절대 용납될 수 없다는 사회적 합의가 흔들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일본에서 출간된 ‘거리로 나온 넷우익’은 일본저널리스트회의상 및 고댠샤논픽션상을 수상했다.

이순녀 기자 coral@seoul.co.kr

2013-06-04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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