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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광장] 가진 자의 탐욕, 비자금/박현갑 논설위원

[서울광장] 가진 자의 탐욕, 비자금/박현갑 논설위원

입력 2013-05-25 00:00
업데이트 2013-05-25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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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갑 논설위원
박현갑 논설위원
가진 자의 탐욕의 상징인 검은돈, 비자금이 세간을 달구고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 비자금 추징을 촉구하는 여론이 뜨겁고 재벌기업의 비자금 조성도 다시 도마에 올랐다.

이런 가운데 검찰이 2004년 전두환 전 대통령의 차남 전재용씨의 조세포탈 사건 수사과정에서 73억 5500만원대의 비자금 채권을 찾아놓고도 추징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검찰이 직무유기를 한 셈이다. 뒤늦게 검찰은 전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을 집행하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에 전담팀을 구성했다.

재임 중 대기업에서 받았던 뇌물 중에서 법원이 추징을 선고한 2205억원 중 1672억원을 전 전 대통령은 아직 내지 않고 있다. 추징할 수 있는 법적 시효는 오는 10월까지다. 재산이 29만원밖에 없다는 전 전 대통령을 상대로 검찰이 도깨비방망이 같은 요술을 부려서 얼마라도 추징해 낼 수 있을지 궁금하다.

노태우 전 대통령도 4000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처벌을 받았고 230억원의 추징금을 내지 않고 있다. 다음 대통령들도 비자금 문제에 휘말렸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1000억원 비자금 조성 의혹이 제기됐으나 증거불충분으로 흐지부지됐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이 2011년 회고록에서 1992년 당시 대선 후보였던 김 전 대통령에게 3000억원을 지원했다고 밝혀 의혹은 여전히 남아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아들들이 이권에 개입하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은 딸의 아파트 구입자금 문제 등으로 검은돈의 시비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재벌가는 어떤가. 정경유착의 파트너인 권력에 대해 ‘을’의 위치에 있으면서 국부 창출을 해온 공이 있으나 검은돈 거래라는 어두운 그림자를 안고 있다.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 비자금 문제를 폭로하면서 삼성 비자금 특별수사본부까지 발족했으나 비자금의 실체 규명은 이뤄지지 않았다. 수사를 받고 있는 CJ그룹 이재현 회장의 비자금 문제는 규모도 크고 수법도 새롭다. 여기에 해외 조세피난처를 이용한 245명의 신원이 드러나고 재계 유명 인사들도 여럿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재벌가의 탈세 의혹 규명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권력층과 재벌가에서 비자금이 만연하게 된 원인에는 정경유착 등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검찰 수사의 무뎌진 칼날도 한몫했다.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을 제때 추징하지 않은 검찰은 재벌 수사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행보를 보인다. 검찰은 5년 전인 2008년에 CJ그룹 이 회장의 차명계좌 등 관련 증거와 진술을 상당 부분 확인했었다고 한다. 한동안 묻혀 있더니 이제야 탈세 의혹을 전면 규명하겠다고 뒤늦게 칼을 빼들었다.

검찰은 이런 우려를 기우로 만들려면 철저한 수사로 그 성과를 내놓아야 한다. 차명계좌 변칙거래 등 기업 비자금 조성수법과 해외수익 미신고, 해외투자이익의 손실위장 등 역외 탈세 수법은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 이런 위·탈법에 대응하려면 정부도 ‘무장’할 필요가 있다.

국회에 제출된 특정금융거래 정보 보고법 개정안도 속히 통과되어야 한다. 2000만원 이상 고액현금 거래내역과 의심거래에 대해 검찰과 국세청 등이 금융정보분석원 정보를 활용할 수 있어야 세금 탈루를 방지할 수 있다.

부패재산의 몰수 및 회복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도 마찬가지다. 이 개정안은 부정부패 재산 환수를 제대로 하기 위해 범인 외의 자가 부패재산 등을 취득한 경우의 권리관계에 대하여 스스로 선의 등을 증명하도록 하고 추징금을 납부하지 아니하는 범인에게는 노역장 유치를 시키는 게 골자다. 과잉금지 논란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입법취지를 살리는 지혜를 기대해본다. 탈세의 낙원이라는 버진아일랜드보다 더 좋은 곳이 한국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더는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eagleduo@seoul.co.kr

2013-05-25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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