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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트와 함께 사라진 ‘디지털 추억’

사이트와 함께 사라진 ‘디지털 추억’

입력 2013-02-19 00:00
업데이트 2013-02-19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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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챌’도 15년만에 폐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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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시절이 담긴 소중한 기록 창고가 문을 닫는다. 온라인에 남기는 기록에 슬며시 회의감이.’(@Naw***)

‘나의 한 시절이 날아가는 느낌이다. 프리챌을 원망할까, 디지털 세상을 원망할까.’(@myc****)

인터넷 커뮤니티 포털 ‘프리챌’(www.freechal.com)이 18일 자정 서비스를 종료하면서 해당 사이트에 추억을 저장해 온 인터넷 세대가 깊은 상실감에 빠졌다. 이용자들은 사이트 폐쇄가 임박하자 서둘러 백업에 나섰지만 옮겨야 할 정보량이 방대한 데다 접속자까지 폭주해 어려움을 겪었다.

이번 사태는 한 인터넷 사이트의 서비스 중단 차원을 넘어서 사이버 공간 속 정보의 보호 및 이동성과 관련한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많은 정보기술 전문가들은 이번 일을 계기로 온라인 콘텐츠에 대한 정보 이주권·삭제권 등 관련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1999년 문을 연 프리챌은 커뮤니티 사이트의 원조다. 개설한 지 2년이 안 돼 1000만명이 가입했고 커뮤니티 112만여개가 만들어졌다. 그러나 2002년 유료로 전환한 뒤 동호회가 40만개로 줄었고 이용자 수도 급감했다. 2011년 3월 파산 결정이 난 뒤 결국 재정난을 이유로 회사는 서비스를 종료했다. 글이나 사진은 물론 이용자들끼리 주고받았던 자료도 전부 사라졌다.

이용자들은 서로 허탈함을 호소하고 있다. 일기장이나 앨범에 과거를 담는 앞선 세대들과는 달리 젊은 세대들은 온라인 공간에 추억을 저장하는 편이다.

교사 김현진(29·여)씨는 “소소한 일상부터 여행 사진, 졸업 사진까지 인화하지 않고 전부 블로그에 올린다”면서 “일기까지 비공개로 전부 인터넷에 쓴다”고 말했다. 그래서 일부에게는 사이트 폐쇄가 ‘데이터 삭제’가 아닌 ‘추억의 상실’이다. 앞서 야후코리아, 나우누리, 네띠앙, 파란 등도 경영상의 이유로 사라졌다.

한때 인기를 끌었던 사이트들이 연이어 문을 닫으면서 갑작스러운 서비스 종료에 따라 사라지는 이용자의 권리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개인이 인터넷에 남긴 글과 사진도 ‘디지털 자산’(저작물)이며 다른 공간으로 이동시킬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김봉섭 한국정보화진흥원 수석연구원은 “프리챌은 이용자들이 생산한 콘텐츠로 광고 등의 수입을 올렸으니 디지털 저작물에 대한 책임이 있다”면서 “운영자의 사정만큼이나 이용자의 권리도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홍 함께하는시민행동 정보인권국장도 “특정 사이트에 있는 개인의 저작·기록물을 언제, 어디로든 자유롭게 이동시킬 수 있는 정보 이주권에 대한 논의가 시작될 시점”이라면서 “관련 부처가 표준 약관으로 명시화해 기업에 의무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은지 기자 zone4@seoul.co.kr
2013-02-19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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