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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눈] 한국판 10월의 하늘을 꿈꾸다/박건형 사회부 기자

[오늘의 눈] 한국판 10월의 하늘을 꿈꾸다/박건형 사회부 기자

입력 2013-02-12 00:00
업데이트 2013-02-12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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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건형 사회부 기자
박건형 사회부 기자
11년에 걸친 한국형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I) 프로젝트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하지만 발사 성공 직후부터 다양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러시아의 성공’이라거나 ‘안이한 연구원들의 태도’라는 적나라한 표현이 나오는가 하면 ‘깡통 위성’이나 ‘5000만 달러짜리 우주쇼’라는 식으로 곳곳에서 나로호 발사를 폄훼하고 있다.

나로호에 쏟아지는 비난들이 모두 틀렸다고 할 수는 없다. 분명 과도한 돈이 투입됐고, 1단 발사체 기술 확보라는 당초 목적을 달성하지도 못했다. 하지만 ‘비난을 위한 비난’만 쏟아지고 있다는 느낌을 감출 수 없다. 나로호 비판에 열을 올리는 대학교수와 전직 미 항공우주국 연구원은 선진국에 비해 수십년 이상 한국 기술이 떨어졌다고만 할 뿐 이를 따라잡을 복안 따위는 없다. 더구나 스스로 ‘세계적 석학’이라고 주장하는 이들 중에는 나로호에 참여해 연구비를 받고 나서 돈만 챙긴 뒤 안면을 바꾼 이들도 있다.

한국은 이미 자력(自力) 발사체인 KSLV-II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늦었지만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나로호’가 남의 기술이었던 것은 과거의 일이다. 비싼 교훈이 됐지만, 얻은 것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무엇보다 나로호를 보면서 언젠가 우주과학자가 되겠다는 꿈을 키울 어린아이들과, 한국도 자체 기술을 가져야 한다고 예산 투입의 당위성에 공감하게 된 국민들이 있는 한 나로호는 절대 실패한 프로젝트일 수 없다.

거대 과학은 원래 시행착오와 교훈을 먹고 큰다. 미국이 우주왕복선을 도입할 때 과학자들은 “1주일에 한 번씩 1년에 50회 우주왕복이 가능하고, 모든 부품이 그대로 사용되는 비행기”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30년간 우주왕복선 5대가 우주를 다녀온 횟수는 모두 135회에 불과하고 발사 때마다 모든 부품을 바꿔야 했다. 나로호를 비판하는 입장에서 보자면 엄청난 사기극이다. 만약 예산 효율성 논란이나 정비 및 부품 불량으로 일어난 컬럼비아호·챌린저호 폭발사고에 따른 책임자 처벌론이 힘을 얻었다면 오늘날 미국은 과연 우주과학 최강국의 위치를 지키고 있었을까.

1999년작 할리우드 영화 ‘옥토버 스카이’는 1957년 10월 4일 소련의 스푸트니크 1호 발사 소식을 듣고 로켓 공학자로 커 나가는 탄광촌 아이들의 꿈을 담고 있다. 나로호를 본 한국의 어린이들이 먼 훗날 “나는 나로호 키즈”라고 당당히 말하는 날, 한국판 ‘10월의 하늘’이 실현되는 날이 기다려진다.

kitsch@seoul.co.kr

2013-02-12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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