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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세상] 복지 사각지대, 노인빈곤 그리고 세대갈등/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열린세상] 복지 사각지대, 노인빈곤 그리고 세대갈등/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입력 2013-01-02 00:00
업데이트 2013-01-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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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관련 대선공약에서 눈에 띄는 게 기초연금이다. 새누리당은 현행 기초노령연금을 국민연금의 틀에 포함시켜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월 20만원을 지급하는 기초연금을 도입하겠다고 했다. 선별적 복지에 가까운 입장인 새누리당이 보편적 제도인 기초연금을 공약으로 채택한 것 자체가 관심거리다. 새누리당이 유독 노후 소득보장에 관해서는 보편적 복지를 견지하는 배경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가장 높은 노인 빈곤율 때문인 것 같다. 산업화의 역군인 노인 상당수가 빈곤으로 생활이 고통스럽다 보니 OECD 국가들 중 가장 높은 자살률을 보이고 있어 이에 대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여겼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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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금연구센터장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금연구센터장
대통령 선거 이후 박근혜 당선인의 첫 공식 일정이 소외계층, 그중에서도 쪽방에 살면서 빈곤에 시달리는 노인들이었다는 점은 향후 국정 운영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당선인이 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복지정책에서 최우선 과제로 제시하는 이유도 다수의 노인 빈곤층에 대한 대책 마련을 염두에 둔 것일 수 있다. 노인 빈곤의 완화를 목적으로 하는 보편적 기초연금제는 매우 효과적인 정책 대안이 될 수 있다. 본인의 보험료 기여 내역과 관계없이 모든 노인에게 일정액의 연금을 지급함에 따라 노후 빈곤 문제를 일거에 해결하는 장점이 있어서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하지 않을 것이다. 기초연금을 도입하면 당장 내년에 13조원, 2017년에는 17조원의 예산이 소요된다. 현재의 기초노령연금에 비해 적게는 8조원, 많게는 11조원이 더 필요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재정부담이 급격히 늘어나는 게 불가피하다.

현재 우리의 사회보장 지출수준 및 국가부채 규모를 고려할 때 제도 도입 이후 일정기간 부담이 되더라도 재원 조달이 가능할 수도 있을 것이다. 세제 개편과 지하경제 양성화 등을 통한 세원 확대, 극단적인 경우에는 적자예산 편성 등으로 필요 재원을 조달할 수도 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되는 현실을 고려하면 시간이 흐를수록 증가할 제도 유지비용의 조달이 쉽지 않을 것이다. 초기 관점에서 기초연금의 소요 재원을 추정해 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4.5%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저출산·고령화·저성장 등 주변 환경이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후세대의 부담 증가는 적지 않은 파장을 몰고 올 수 있다.

가뜩이나 세대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요즈음, 보편적 기초연금제 도입이 세대 간 갈등의 도화선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필자만의 기우일까? 젊은 세대는 불만이 적지 않다. 산업화 시대에 비해 취업하기 어렵고, 고성장기의 집값 상승 등에 기인한 자본소득도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율이 높긴 하지만 노인이라고 모두 가난하지는 않다. 노인 중에서도 공무원연금 등 특수직역 연금과 국민연금 수급자, 고액 자산가도 많다. 이런 상황에서 “88만원 세대가 부자 노인까지 부양해야 할 것”이라는 키워드는 가뜩이나 심상치 않은 세대 갈등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 노인세대의 빈곤 완화 차원에서 기초연금의 도입 취지는 최대한 살리되, 후세대의 부담도 고려한 현명한 대처가 그래서 필요하다.

기초연금이 정치 쟁점화된 것은 참여정부 때다. 아직도 도입되지 않은 것은 그만큼 고려할 대목이 많아서인 듯하다. 여러 사정을 고려할 때 급속한 산업화 과정에서 노후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65세 이상 노인들에게는 현재의 준보편적 기초노령연금제도를 유지하되, 빈곤에 심하게 노출된 취약 노인(전체 노인의 40~50%)에게 더 많은 연금을 지급하는, 차등화된 연금액 인상이 대안이다. 현재 근로세대의 잠재적 연금 사각지대 문제도 당선인의 의지로 지난해 하반기에 도입된 ‘두루누리 사회보험’과 같은 방식으로 접근하는 게 효과적이다. 근로기간 동안 취약계층의 보험료 일부 부담을 전제로 국가가 나머지 보험료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사각지대 축소를 유도해 나가는 게 바람직하다. 복지 사각지대 해소, 노인빈곤 완화, 그리고 후세대의 불만을 잠재울 대안을 찾는다면 해법을 못 찾을 이유가 없다. 아무쪼록 기초연금 도입 문제가 세대 갈등의 도화선이 아닌, 복지국가의 목표를 달성하는 지름길이 되도록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2013-01-02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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