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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광장] 월성 1호기를 어찌할까/노주석 논설위원

[서울광장] 월성 1호기를 어찌할까/노주석 논설위원

입력 2012-12-01 00:00
업데이트 2012-12-01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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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미국의 세일가스 개발 논란을 그린 ‘21세기 골드러시 세일가스’라는 TV프로그램을 흥미롭게 보았다. 미국이 앞으로 100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천연가스로 알려진 세일가스의 어두운 그림자를 다룬 내용이었다. 한마디로 식수원을 오염시키는 주범이라는 얘기였다. 수돗물을 그냥 마시는 미국 가정의 수도꼭지에서 세일가스가 새 냄새가 날 뿐 아니라 심지어 불이 붙는 장면을 보면서 미국인들이 느꼈을 충격을 실감했다. 세일가스에 반대하는 시민운동가의 멘트도 인상적이었다. 그는 태양력,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를 개발해 사용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맞는 말이다. 혁신적인 대체에너지로 칭송을 받던 세일가스에 흠이 드러난 이상 달리 대안이 없어 보였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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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주석 논설위원
노주석 논설위원
미국인들이 세일가스로 혼란을 겪는다면 지금 우리 앞에는 원자력에 대한 거대한 불신이 있다. 최근 잇따른 원전사고와 한수원의 내부 비리는 우리를 ‘원자력 멘붕’에 빠지게 했다. 그렇다면 시민운동가가 주장하는 것처럼 신재생에너지가 과연 우리를 구원해 줄 것인가. 안전하고, 경제적이며, 환경친화적인 ‘마법의 에너지’를 희구하는 것은 인지상정이지만 확신을 갖기엔 요원하다. 무엇보다 원전을 대체할 만큼의 안전성과 경제적 장점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불편한 진실’이 선뜻 마음을 열지 못하게 만든다.

미래에너지 정책에서 에너지 믹스(Energy Mix)가 화두다. 정답은 없지만, 화석연료와 원전을 점차 줄여나가되 신재생에너지를 차츰 늘리자는 게 공식이다. 원전과 신재생에너지의 일정기간 공존은 필수적이다. 신재생에너지가 경쟁력을 가지기 전까지 30년 정도는 원전이 차선의 대안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경제규모가 세계 10위권이지만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이다. 에너지 해외의존도가 96%이고, 에너지 다소비 구조로 산업이 짜여 있으며, 에너지 요금 체계가 심하게 왜곡돼 있다는 점 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이런 현실에도 극단적으로 원전에 반대하는 사람들에게는 한 가지 뚜렷한 특성이 있다. 당장 전기요금이 얼마나 인상될지에 대해서는 입을 닫는다는 것이다.

문제는 여전히 원자력이다. 월성 1호기의 설계수명 30년이 완료됐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앞으로 6개월 이내 수명 연장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한다. 세간에는 수명 연장 불가피론과 폐기론이 맞서 있다. 수명 연장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새로 짓는 데 필요한 비용의 절반에 가까운 7000억원을 투자해 전면 개보수했기 때문에 폐기는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만에 하나 폐기한다면 돈도 돈이지만 대구시 연간 전기소비량의 35%에 해당하는 전력이 단숨에 날아간다고 한다. 전 세계 435기의 가동 원전 중 151기의 수명이 연장됐다는 그럴싸한 통계도 내놓는다. 폐기론자들의 입장은 명약관화하다. 후쿠시마 사태를 반면교사로 제시하면서 단 한 번의 사고로 전 국민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는 재앙에 몸을 맡기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고 강변한다.

월성 1호기의 수명 연장 여부는 단순히 월성1호기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2008년에 국내 원전 중 처음으로 수명을 연장한 고리 1호기는 물론 가동 중인 23기 전부와 건설 중인 5기의 존폐에 영향을 미친다. 한 번의 결정에 미래 에너지 믹스의 향방이 걸려 있다. 월성 1호기의 운명은 차기 대통령 당선자에 달려 있기도 하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원전정책에 근본적인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박 후보는 핵발전의 안전관리를 강조하면서 증설에는 신중 모드를 견지하고 있다. 직접적인 언급은 없지만, 수명 연장에는 반대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신규 증설과 수명 연장에 반대하고 있다. 재생에너지의 비중을 20%까지 확대하겠다는 탈핵론자에 가까운 공약을 내놓고 있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간에 국가의 에너지 미래를 결정지을 ‘솔로몬의 지혜’를 보여줘야 한다.

joo@seoul.co.kr

2012-12-01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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