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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광장] HQ(가정지수)를 높이자/임태순 논설위원

[서울광장] HQ(가정지수)를 높이자/임태순 논설위원

입력 2012-05-05 00:00
업데이트 2012-05-05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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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신문에서 본 기사가 자꾸 눈에 밟힌다. 미국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 셰릴 샌드버그가 자녀들과 저녁식사를 함께 하기 위해 칼퇴근을 한다는 내용이다. 다른 평범한 한국의 아버지들처럼 가정보다는 직장에 더 매달려 온 나로서는 부럽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다. 시간, 업무강도 등 샌드버그보다 여러 면에서 나쁜 조건도 아닌데 가정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최고경영자(CEO)가 저렇게 가정에 충실하면, 성인이 돼서 내 아이가 그의 아이와 부딪치면 어떻게 될까 상상을 하니 더럭 겁도 났다. 개인들의 역량이 모여서 국력이 되는 것이니 가정의 소중함, 중요성이 더욱 크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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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태순 논설위원
임태순 논설위원
우리나라 50대 전후의 가정은 남편이 직장을 다니면서 가정경제를 책임지고, 아내가 자녀교육 등 집안일을 담당하는 구조다. 당연히 최우선 관심사는 남편의 사내 지위나 승진 등이고, 가정 내 소사는 다음이다. 회사형 인간이 돼 버린 가장은 바쁘다, 피곤하다는 핑계로 가정을 등한히 하고, 자연 집안일은 아내가 전권을 행사해 ‘가정 백치’가 되고 만다. 어느 날 불쑥 커버린 아이들에게 다가가지만 대화는 오래가지 못한다. 아내에게 향하지만 회사일에만 매달려 왔으니 부부간 대화도 공허하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부모들이 대학교에 좋은 직장만 늘어놓으니 벽을 쌓는다.

가정 붕괴의 폐해는 여기저기서 쉽게 확인된다. 최근 발표된 청소년 백서에 따르면 청소년(15~24세) 스트레스율은 2008년 56.5%에서 2010년에는 69.6%로 치솟았고, 사망원인은 자살이 13%로 가장 높았다. 학업, 취업, 외모 등을 고민하다 해결이 되지 않자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이다. 한동안 높아지던 이혼율도 지난해의 경우 1000쌍당 9.4쌍으로 낮아져 안정추세를 보였지만 유독 50대 이상에서만 높아져 장·노년층의 불안한 삶을 말해준다. 백년해로는 옛말이 돼 버린 것이다.

한국 부모의 자식사랑은 남다르다. 아들, 딸에 대한 희생, 헌신, 인내는 세계 최고일 것이다. 어머니들의 치맛바람은 물론 자녀교육을 위해 기러기가 되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 아버지들의 열성이 이를 뒷받침한다. 하지만 가족 구성원 간의 친밀감, 만족도 등 가정의 행복은 거의 바닥권일 것이다. 부모·자녀는 물론 부부간 대화와 소통도 되지 않으니 행복과는 거리가 멀다. 투자는 많이 해도 거두는 것은 빈약한 대표적인 고비용 저효율 구조다.

가정의 고비용 저효율 구조를 깨기 위해선 어머니·아버지들이 부모로서, 부부로서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직장에 필요한 지식도 중요하지만 가족 간의 관계를 어떻게 맺으며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알아야 한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우리는 학교에서 대학에 가기 위한, 좋은 직장에 들어가기 위한 지식만을 배우고 인간관계는 등한시한다. 각자 알아서 잘하라는 투다. 그러나 지식보다는 인간관계가 삶에 있어 훨씬 중요하다. 좋은 남편, 좋은 아버지는 열정과 마음으로만 되는 게 아니다. 자녀의 심리를, 남녀의 차이를 알아야 한다. 왜(Why)보다는 어떻게(How)로 질문을 하고 아이의 자존감을 살려줘야 자녀와 대화의 생산성이 높아진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남성은 혼자 해결하려 하지만 여성은 공유할 누군가를 찾는다고 한다. 이런 차이를 알면 부부간 오해나 다툼은 적어진다. 외국어 습득, 취미생활 등도 좋지만 부모, 부부가 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찾아보면 좋은 부모 학교, 부부 코칭 학교 등 가르쳐주는 곳은 의외로 많다.

지능(IQ)을 넘어 감성지수(EQ), 창조성지수(CQ) 등 다양한 지수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최근에는 상대방의 감정, 사고 등과 교감하며 타인과 잘 어울리는 사회성지수(SQ)가 부각되고 있다. 사회성지수를 습득하고 높일 수 있는 출발점은 가정이다. 좋은 부모, 좋은 부부가 되는 법을 배워 가정지수(HQ)를 높여야 한다. 가정이 행복하면 사회, 국가는 저절로 행복해진다.

stslim@seoul.co.kr

2012-05-05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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