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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FnC ‘착한패션’ 실험

코오롱FnC ‘착한패션’ 실험

입력 2012-03-22 00:00
업데이트 2012-03-22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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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류기업 첫 재활용 브랜드 ‘래코드’

자라나 유니클로 등 제조와 유통을 일괄하는 SPA 브랜드들은 유행과 소비자의 기호에 맞춰 1~2주 내 옷을 지어 내다 팔아 ‘패스트 패션’으로 불리기도 한다. 즉석에서 소비하는 햄버거와 같은 패스트푸드에 빗댄 것이다.

최대 장점은 가격이 싸다는 것. 가격을 낮추기 위해 대부분 저급 소재 사용이 필수다. 때문에 내구성이 떨어져 한 시즌 입고 버리고 또 사는 소비행태를 부추기고 있다. 이들 옷은 합성섬유라 재활용이 어려워 결국 소각되는데, 엄청난 탄소 배출로 지구환경에 유해하다는 점이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국내 ‘빅3’ 패션업체인 코오롱FnC가 이런 분위기에 경종을 울리는 의미 있는 ‘실험’을 벌인다.

브랜드 관리 차원에서 소각되는 의류들을 새로운 의류, 소품으로 탈바꿈시킨 브랜드인 ‘래코드’(RE; CODE)를 출범한 것. 국내에서 에코파티메아리나 리블랭크 등 헌옷을 재활용하는 디자이너그룹들이 있긴 했으나 대기업이 이런 사업에 뛰어든 것은 처음이다. 기업 입장에서 돈이 되는 사업 분야가 아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3년차 재고 의류들은 브랜드 관리 차원에서 소각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코오롱의 경우 전체 23개 브랜드의 재고 의류를 처리하는 데만 연간 약 40억원이 든다. 21일 강남 사옥에서 만난 코오롱FnC의 한경애 이사는 “‘래코드’는 이렇게 버려지는 옷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했다.”고 말했다.

그는 “수많은 SPA 브랜드들이 난립하는 요즘 옷을 만드는 자들도 생각하고 고민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작업”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날 행사장에는 남성·여성복뿐 아니라 텐트 등을 활용해 만든 원피스, 재킷, 가방, 쿠션 등 희소성이 돋보이는 독특한 제품들이 방문객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래코드는 패션의 사회적 참여에 가장 큰 의의를 두고 있다. 따라서 작업활동도 기부와 연결돼 있다. 재고 의류 해체 작업은 장애인 단체인 ‘굿윌스토어’가 맡았다. 유망한 독립 디자이너와 협업을 통해 이들에 대한 지원이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홍보물 제작은 사회 환원을 표방하는 홍보업체 ‘우디’를 거친다.

브랜드 정착의 관건은 바로 가격. 티셔츠·가방 10만원대, 바지 20만원대, 재킷류는 50만원대다. 아무리 새옷이라지만 재고에서 나온 제품치고는 비싸다는 소비자들의 저항이 만만찮게 뒤따를 수 있다. 제품의 특성상 대량생산은 어려워 가격을 낮출 수 있는 요인도 적다.

한경애 이사는 “래코드는 재활용 개념이 아니라 재해석”이라며 “사회와 환경을 생각하는, 100% 수작업을 통해 만들어지는 가치 있는 브랜드라는 점을 소비자에게 끊임없이 알리는 것이 숙제”라고 말했다. 래코드는 5월 초 팝업스토어를 열고 하반기부터 본격 매장을 열 계획이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2012-03-22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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