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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광장] 근로시간 줄이면 일자리 늘어날까/우득정 수석논설위원

[서울광장] 근로시간 줄이면 일자리 늘어날까/우득정 수석논설위원

입력 2012-01-18 00:00
업데이트 2012-01-18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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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득정 논설위원
우득정 논설위원
전세계적으로 ‘고용 없는 성장’이 고착화되고 있는 가운데 올해 총선과 대선에서는 일자리 창출 문제가 정치권의 핵심공약으로 떠오를 것 같다. 민주통합당의 전신인 민주당은 지난해 청년 일자리 문제가 논란이 되자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창출’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한나라당도 올 들어 성장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라는 이명박 정부의 노선을 폐기 처분하고 초과근로 해소를 통한 일자리 창출과 삶의 질 향상으로 선회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성장률이 잠재성장률(4% 내외)을 밑돌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더불어 사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

우리나라 근로자의 평균 근로시간은 취업자 기준(2193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 임금근로자 기준(2111시간)으로는 칠레에 이어 2위다. 우리나라는 5인 이하 사업장의 근로자들이 근로시간 통계에 잡히지 않아 외국과의 단순비교는 다소 무리가 있다. 5인 이하 사업장 근로자의 절반에 가까운 일용·임시직의 평균 근로시간은 상용직의 62.5%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근로시간은 매우 긴 편이다. 법정근로시간 주 40시간에 주당 12시간까지 연장근무를 허용하고 있으나 완성차 5개사 근로자들은 평균 주 55시간 일한다. 63시간까지 근무하는 사례도 있다. 휴일 특근은 제외한 수치다. 직장인 10명 중 7명이 초과근무를 할 정도로 장기간 근로가 일상화되어 있다.

반면 독일은 연간 1419시간, 프랑스는 1562시간, 네덜란드는 1377시간, 스웨덴은 1624시간, 미국은 1778시간, 일본은 1733시간이다. OECD 평균은 1749시간이다. 따라서 우리나라 근로자의 평균 근로시간을 OECD 평균만큼 줄인다면 25%, 437만개의 일자리가 더 생겨난다. 정치권이 내세우는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창출의 근거다. 산술적으로 따진다면 맞는 말이다.

근로시간을 줄인다고 그만큼 일자리가 생겨날까. 외환위기 직후 사상 초유의 고용위기를 겪으면서 독일의 일자리 나누기 사례를 참조, 근로시간을 줄여 일자리를 나누자는 캠페인이 펼쳐진 적이 있다. 유한킴벌리나 대한제강 등은 교대제 변경 등을 통해 근로시간을 줄이고 일자리를 늘렸다. 하지만 정부의 노력은 노사 모두로부터 큰 호응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기업들은 부담 증가를 이유로, 근로자들은 임금 손실을 이유로 근로시간 단축을 꺼렸기 때문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정부의 강권으로 금융권과 공기업을 중심으로 근로시간 단축이 아닌, 임금 삭감으로 일자리를 늘리는 방안이 추진됐으나 신규 일자리 창출보다는 기존 일자리 유지 이상의 효과는 거두지 못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지난해 말 발표된 OECD 고용전망에 따르면 우리나라 상용 근로자의 평균임금은 OECD 회원국 평균의 75%에 불과하다. 게다가 낮은 고용률로 인해 가장 1인의 수입에 의존하는 비율은 상대적으로 높다. 집값, 전·월셋값, 사교육비 등 돈 들어갈 곳은 많다. 초과근무 수당이나 연차휴가 수당 등을 받아야 소득 보전이 가능하다. 임금총액에서 초과근로 수당이 차지하는 비율이 11.8%(제조업 기준)나 된다. 우리나라 근로자들은 평균 연·월차휴가 18.6일 중 평균 7.6일만 사용하고 나머지 11일은 수당으로 수령한다. 결국 근로시간 단축이나 연·월차휴가 소진 요구는 소득 삭감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기업은 근로시간을 경기 상황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유용한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다. 따라서 근로시간 단축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려면 노사 모두가 한발씩 양보해야 한다.

우리 국민의 절반 이상은 초과근무 등으로 ‘시간이 없어’ 규칙적인 운동을 하지 못한다(2010년 국민 생활체육참여 실태조사)고 한다. 이런 슬픈 현실은 바뀌어야 한다. 경제규모에 걸맞게 삶의 질과 고용률을 높이려면 지금이라도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한다.

djwootk@seoul.co.kr

2012-01-1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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