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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광장] 정치의 실패는 국민의 실패/박대출 논설위원

[서울광장] 정치의 실패는 국민의 실패/박대출 논설위원

입력 2012-01-04 00:00
업데이트 2012-0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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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출 새누리당 의원
박대출 새누리당 의원
2005년 10월 1일. 청계천 복원사업 개통식이 열렸다. 시민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열기는 식을 줄 몰랐다. 서울신문사 앞도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회사는 부업까지 나섰다. 좌판을 설치해 어묵을 팔았다. 하루 매상이 500만원을 넘기도 했다. 열풍은 이명박(MB) 대선 주자로 연결됐다. MB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2007년 벽두부터 경선 정국이 조성됐다. 한나라당의 후보 검증은 혹독했다. MB 지지도는 잠시 주춤했다. 그때 아프간에서 초대형 사건이 터졌다. 샘물교회 신도 23명이 탈레반에 납치됐다. 2명이 살해되고 21명은 42일 만에 풀려났다. 언론에는 관련 뉴스로 도배됐다. 검증 정국은 묻혔다. MB는 경제만 외쳤다. 여론은 그 기대에 함몰됐다. 500만표 차라는 압승을 안겨줬다. 경제는 시대정신으로 포장됐다. 그 밖의 것은 ‘묻지마’ 선거였다.

그 5년 전. 월드컵 4강 신화가 창출됐다. 태극기가 전국을 뒤덮었다. 정몽준 바람이 불었다. 노란 바람과 합쳐졌다. 정몽준·노무현 후보 단일화가 시도됐다. 노 후보가 쟁취했다. 노란 바람은 돼지저금통으로 이어졌다. 이회창 대세론은 한순간에 꺾였다. 노무현 신화가 창출됐다. 역시 묻지마 선거였다.

국민은 철석같이 믿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세상을 바꿀 줄 알았다. 그도 바꾸려고 했다.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갔다. 국민이 원하는 방향이 아니었다. 그는 과거를 부정했다. 저항세력만 키웠다. 갈등과 분열로 이어졌다. 국민은 또 철석같이 믿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경제를 살릴 줄 알았다. 그 역시 경제를 살리려고 했다. 가진 자들을 위한 경제였다. 못 가진 자들은 외면당했다. 소통은 일방으로만 전개됐다. 국민은 불통에 분통을 터뜨렸다.

선거는 제로섬 게임이다. 승자와 패자만 있다. 패자 쪽은 늘 흔들어댄다. 승자가 잘하면 그뿐이다. 승자에겐 표를 준 국민이 있다. 국민이 변함 없으면 끄떡없다. 그런데 승자는 오만해졌다. 국민 위에 군림했다. 불신을 자초했다. 촛불정국은 그래서 왔다. 국민은 대통령이 바뀌기를 고대했다. 허사였다. 뒤늦게 땅을 쳤다. 속았다고 개탄했다. 되돌릴 수 없는 일이다. 먼저 살펴야 했다. 못 가진 자를 위하는 경제로 갈 후보를 골라야 했다. 개발 독재의 리더십인지, 경제 기적 재현의 리더십인지 따져봐야 했었다. 국민이 원하는 대로 바꿀 인물을 뽑아야 했다. 분열의 리더십인지, 혁신의 리더십인지를 분간해야 했었다.

대통령이 국민을 뽑는 게 아니다. 국민이 대통령을 뽑는다. 바람에 속은 책임은 국민에게 있다. 속였다고 탓할 일이 아니다. 속았다고 후회하고, 또 속았다고 한탄한다. 18대 국회도 마찬가지다. 역대 최악의 국회로 기록될 판이다. 국민은 이것도 후회한다. 미리 살펴봐야 했었다. 민생을 위할지, 그들만을 위할지 가늠해야 했었다. 선택의 실패다. 정치의 실패로 이어졌다. 국민의 실패로 귀결된다.

올해는 선거의 해다. 20여개 나라가 새로운 최고 권력을 결정한다. 오는 14일 타이완 총통 선거를 시작으로 미국, 중국, 러시아 등 줄줄이다. 지난해 시위자(The Protester)가 힘을 입증했다. ‘바꿔 열풍’이 심상치 않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4월 총선, 12월 대선을 앞두고 있다. 국민은 단단히 벼른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까지 고삐가 풀렸다. 규제는 위헌이라고 헌법재판소가 결정했다. 위력을 떨칠 조짐이다. 또 하나의 바람을 예고한다. 강풍(强風)이 될지, 광풍(狂風)이 될지 알 수 없다.

파사현정(破邪顯正). 그릇된 것을 깨뜨려 바른 것을 드러낸다는 뜻이다. 교수신문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정했다. 대선, 총선과 맞물린다. 일단은 파사(破邪)가 대세다. 심판론이 예사롭지 않다. 파사는 현정(顯正)으로 자동 연결되는 게 아니다. 파사에만 집착하면 또 실패한다. 현정이 아닌 현사(顯邪)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파사로만 겉도는 악순환을 멈춰야 한다. 현정으로 가는 파사를 선택해야 한다. 파사 바람에 휘둘릴 때가 아니다.

dcpark@seoul.co.kr

2012-01-0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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