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띄는 공연-1 | 제주에서 열린 제1회 홍신자 국제 춤명상 축제] 춤명상, 몸짓으로 깨닫는 대자연은 하나다

“나 자신부터 사랑하라. 나 자신부터 행복하라”

깨달음으로 가는 길 위에 춤이 있었다. 내 안의 춤을 건드리고 일으켜 세우는 몸짓과 명상은 어느새 하나였다. 내 몸을 일깨우는 것, 그것은 명상이었다. 춤과 명상? 다른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그렇게 결합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나는 과연 솔직한 삶을 살고 있는가. 한번도 돌아보지 않고, 가슴에 묵직한 그 무엇을 얹혀 놓고 살던 나는 누구인가. 내려 놓아라. 비워라. 충실히 비워낸 그 자리에 커다란 울림이 있다. 내가 중심이 된 삶. 나 자신부터 사랑하라. 나 자신부터 행복하라. 나 자신부터 평화로워라.


그렇다. 한번만 고개를 틀면, 새로운 세계가 보인다. 그러면, 내 마음에 센터를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올 것이다. 우리가 선 자리에서 살짝만 고개를 돌려봐라. 다른 세계가 열린다. 마음의 중심이, 삶 속에 자기중심이 없으면 삶은 휘청거릴 뿐이다.

가까이서 제주섬의 가을을 찾아온 사람들은 자신을 찾아 떠나는 마음 여행에 푹 빠졌다. 그랬으리. 멀리서, 춤명상은 그렇게 알게 모르게 오랫동안 억압하고 억눌렀던 가슴 한 켠을 시원하게 풀어주는 순간을 선사했으리.

미술관 전시실은 몸짓 언어와 명상에 빠진 참가자들의 들고 나는 호흡과 열기로 가득 찼다. 춤명상 축제. 실컷 몸을 해방시키고 마음을 내놓아도 좋은 이색 축제, 제주도의 가을을 더욱 빛나게 했다.




자유롭게! 행복하게! 춤추듯 순간을 살아온 춤추는 구도자이며 세계적 무용가 홍신자. 지난해 개천절, 일흔에 독일 한국학자 베르너 삿세를 만나 결혼, 아름다운 황혼의 가능성을 제시한 그녀가, 제주 바다가 발 아래 찰랑이는 곳에 생의 거처를 마련한 그녀가, 제주사람이 되더니 기어이 제주에서의 첫 작품을 선보였다. 자신이 총괄 기획하고 연출 감독한 ‘제1회 홍신자 국제춤명상 축제’의 서막을 연 것. 인도 명상의 선구자인 오쇼 라즈니쉬와 니사르가닛따 마하라지로부터 사사받은 명상가 홍신자. 제1회라는 타이틀이 시사하듯 앞으로 계속 제주를 상징하는 춤명상 축제로 만들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축제는 누구라도 제주에 온 사람들의 가슴을 뒤흔들며 미치게 하는 은억새와 구비치는 오름의 능선, 짙푸른 가을 제주바다를 배경으로 시월의 첫날부터 사흘 동안 벌어졌다. 제주의 중산간인 저지리 예술인마을 제주현대미술관과 송악산이 그 현장이었다.

이질적일 것 같은 동적인 춤과 정적인 명상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춤명상 축제. 사람들은 행복해 보였다. 축제 내내 제주 대자연의 품에서 춤명상에 참가한 이들은.


제주의 은빛 가을, 춤명상으로 빛나다

춤명상이라니! 춤을 추면서 명상한다는 말인가? 맞는 말씀이다. “일상생활의 모든 게 명상이다. 춤은 가장 빨리 명상의 세계로 가는 길일 수 있다. 춤과 명상을 하나로 접목시켜 보자”는 홍신자의 의도대로 축제는 국내외 무용·명상가들이 다양한 몸짓 명상법으로 관객들과 함께 실연하는 워크숍 프로그램으로 진행됐다. 특히 인도의 정통 명상 지도자 수드히 P.니엣, 아프리카 아메리칸 여성 안무가 아리시카 라자크의 명상법은 깊은 울림을 이끌어냈다. 여기에 춤과 놀이를 활용한 예술치유 워크숍 등을 진행했던 여윤정, 금수화, 전주언, 최영아, 송순현의 명상법 등 국내에서도 보기 드문 다양한 프로그램이 선보였다.

개막식에 이어 워크숍 지도자로 나선 수드히. 그는 다양한 몸짓 명상법을 관객들과 함께 실연했다. 그는 지난 30년 동안 다양한 명상 테크닉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명상이란 무엇인가를 느낄 수 있게 해온 꽉 찬 이력의 소유자다. 인도의 선각자 오쇼 라즈니쉬와 30여년을 함께했고, 현대 최면술의 아버지인 밀턴 에릭슨의 제자 브라이언 알만으로부터 자기 최면요법을 사사받기도 했다.

점핑하면서 안의 것을 밀어낸다. 그러곤 다시 점점 새로운 것으로 채워 넣는다. 수드히의 다이나믹 춤명상이다. 그는 만달라 춤명상, 쿤다리니 춤명상 등의 명상법도 소개했다. 참가자들은 이 거장의 지도에 따라 온 몸짓을 통해 때론 눈을 감고 자신을 비워내며 새로운 명상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여성 몸의 신성함과 힘을 재조명하는 작업을 계속해 오고 있는 댄서이자 안무가인 아리시카. 프로그램 내내 밝은 미소로 참가자들과 호흡을 함께했다. ‘힐링 댄서’로 소개되곤 하는 그녀의 솔로 공연과 워크숍은 자신의 마음을 치유하게 하는 순간이었다.

음악과 함께 처음엔 격하게 30분을 계속 뛴다. 호흡에 맞춰 뛰다보면 한계를 넘겨 내면의 기쁨이 나온다. 고통이 지나면 희열이 나온다. 다음엔 내가 나무가 된다. 나무가 흔들리는 것처럼 나도 춤을 춘다. 다시 이완시키면 정말 느긋해지는 기분. 진짜 어려운 삶을 생각해 보라 한다. 이완시킨 다음 짝을 찾아서 서로 마주한다. 마주한 서로는 생의 힘든 것을 어떻게 풀어낼 것인가를 표현한다. 아리시카의 명상법. 그렇게 서로 같은 카드를 가진 짝을 찾아 서로 마주하게 하고 자기 안의 것들을 비워내 내가 중심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생활하면서 자기가 중심이 되어서 살아야 하는 것. 물론이다. 알지만 잘 안 되는 일. 그녀는 그런 것을 일깨워준다.

“모든 마음을 집중해서 슛! 하세요. 눈은 손끝을 따라가면서 한쪽 팔은 앞으로 내지르면서 소리를 쉿! 하고 내셔야 돼요. “쉿! 쉬잇!” 에너지를 저 멀리로 쏜다고 생각해야해요.” (최영아의 힐링댄스)


중요무형문화재 김금화 만신, 송악산에 제주를 기원하다

“기도와 명상, 염불처럼 굿도 인간을 정화시키는 도구로 기원제를 통해 제주 선정이 되고 모든 이의 가슴에 평화가 깃들기를 기원합니다.”

춤명상의 이색 이벤트는 송악산에서 펼쳐진 김금화의 제주 기원굿. 송악산은 일제강점기 시대 파놓은 진지동굴 등의 흔적과 4.3항쟁 등 제주 수난의 역사를 대변하는 역사적 공간. 산방산과 짙푸른 제주바다 위로 제주의 안녕을 기원하는 깃발들이 펄럭였다. 다정하게 맞닿은 형제섬, 멀리 가파도와 마라도가 보이는 송악산 앞바다는 만신의 사설에 맞춰 평화로웠다.

강한 바닷 바람이 부는 송악산에서 진행된 기원굿은 하얀 술을 들고 나온 홍신자의 퍼포먼스로 시작됐다. 이어 김금화는 제주 세계7대경관 기원으로 문을 열었다. 서해안배연신굿 및 대동굿 중요무형문화재 예능보유자인 그녀는 올해로 81세. 두 거장의 좀처럼 보기 드문 공연에 많은 이들의 시선이 쏠렸다.


춤명상 축제에 함께한 이들, “내가 중심이 되는 삶을 살자”

춤명상은 춤으로 어려운 상황을 뛰쳐 나가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그럴려면 내 몸을 우선 이완시켜야 할 일. 진짜 삶 속에 어려운 것을 생각하면 춤을 통해서 극복해 나가는 방법은 무엇인가. 눈물이 나오니까 속이 시원했다는 참가자도 있었다. 명상을 통해서 자기가 추는 줄 모르게 영혼의 춤, 우주의 춤에 몰입하는 것, 어려운 것은 아니다.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되는 것이다. 어린아이처럼 받아들이면 된다는 것.

참여했던 고은경은 수드히 선생 시간에도 울었다 했다. “펑펑 울었어요. 울어도 괜찮다고 했어요. 영혼이 정화되는 거예요. 긴장과 이완을 통해 치료하는 거지요.” 모든 삶이 긴장과 이완을 잘 해야 속엣 것이 나오는 거다. 예술은 가장 효과적으로 사람 마음 안으로 들어가서 맺힌 것을 풀어준다.

“명상을 하는 내내 스스로 치유받고 있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어요. 에너지를 많이 얻어서 가는 것 같습니다. 여기 와서 해결하고 간다는 느낌, 참여하면서 응어리졌던 것들이 다 풀렸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정말 풀리는 과정에선 눈물이 났지요. 울기 시작했어요. 서울 생활을 하는 동안 너무 내 자신 솔직한 삶을 산 게 아니고 가려진 삶을 살았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어요. 자유로운 영혼인데 나는 눈물이 나오는 것조차 남들을 의식하고 참고 있었구나 하는 느낌 같은 것. 나는 왜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세상에 하지 못하고 사는 거지? 그러면서 치유가 되는 거죠. 나도 내 말을 하고 싶어하는 느낌을 강렬하게 받았어요.” 서울에서 요가 선생을 한다는 권미혜.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그러한 마음을 얻었다는 것에 큰 감동을 받았단다.

축제의 피날레는 현대무용가 남정호와 홍신자의 솔로 공연이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남정호는 일주일 전 세상을 뜬 은사를 기리는 애틋한 춤을 추었고, 홍신자는 삶의 억압에서 해방되는 춤으로 관객들에게 많은 여운을 남겼다.

글·사진_ 허영선 전 제민일보 편집부국장, 제주대강사

2011-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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