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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광장] 트위터에 쫄지 말고 청춘과 공감하라/구본영 논설위원

[서울광장] 트위터에 쫄지 말고 청춘과 공감하라/구본영 논설위원

입력 2011-11-09 00:00
업데이트 2011-11-09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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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영 논설실장
구본영 논설실장
트위터(twitter)란 본래 새가 지저귄다는 뜻이다. 하지만 요즘 활황세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트위터 공간에 한 번 들어가 보라. 새들의 정겨운 재잘거림은커녕 시퍼렇게 날 선 비판과 이죽거리는 언어들이 차고도 넘친다. 또 다른 SNS 페이스북이 친구끼리 조곤조곤 속닥거리는 방식이라면 트위터는 팔로어들에게 강한 주장을 지르는 게 대세다. 그래서 트위터는 소통의 통로로도, 정치적 선동의 도구로도 쓰일 수 있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나타난 ‘2040’세대의 민심 이반에 놀란 탓일까. 여당인 한나라당이 SNS 대책을 마련하느라 부산하다. 나경원 후보가 범야권의 박원순 후보에게 참패한 직후 홍준표 대표는 “디지털 노마드 정당으로 거듭나겠다.”고 선언했다. 김어준식 어법처럼 ‘트위터에 쫄아서’ 그런 게 아니라 젊은 세대와의 소통에 굼뜬 정당이라는 지적에 대한 자성이라면 다행이겠다.

선거전에서 트위터의 동원력은 대단했다. 기껏해야 버스 한 대에 50∼60명을 유세장으로 실어나르던 아날로그 방식은 애당초 족탈불급(足脫不及)이었다. 트위터러들은 벌써 400여만명에 육박했다. 이들이 모두 반정부 성향이거나 트위터 단문을 읽은 유권자 모두가 박원순을 지지한 것은 아닐 게다. 하지만 트위터 이용자의 88%가 ‘2030’이고, 50대는 2%에 그친다는 최근 여론조사(미디어리서치) 결과를 보라. 여당은 진보 혹은 좌파 성향의 트위터러가 많다는 걸 걱정할 게 아니라 트위터 사용 인구의 다수인 젊은 세대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한나라당은 최근 당직자들에게 SNS 교육을 하고, 파워 트위터러들과의 토론회를 열고 있다. 그 자체를 나무랄 순 없지만, 정작 여당이 직시해야 할 대목은 따로 있다. 트위터는 약도, 독도 될 수 있는 한낱 도구일 뿐이라는 사실이다. 파워 트위터러라는 조국 교수조차 실족할 때도 있었다. 그는 서울시장 선거전에서 “노친네들(친여 성향 부모)을 설득하기 힘들어 수안보 온천 예약해 드렸다.”는 한 트위터러의 멘션에 “진짜 효자!”라고 리트위트했다가 노인 폄하 논란이란 역풍을 불렀다. 하기야 선거전 막판 안철수 교수는 ‘로자 파크스’ 편지로 박 후보에게 결정적으로 힘을 실어 줬다. 트위터가 아닌, 지극히 아날로그적 방식으로 말이다.

나경원 후보는 ‘1억원 피부 클리닉’ 한 방으로 치명상을 입었다. 진위 확인이 안 된 보도가 트위터로 퍼날라지면서다. 반면 박 후보에겐 양손(養孫) 입양을 통한 현역병 기피나 ‘아름다운 가게’ 기부금 유용 의혹 등이 제기됐지만, 젊은 세대의 표심은 요지부동이었다. 여당은 트위터 탓으로 돌리고 싶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여권은 고위직에 병역 회피나 위장전입 의혹 등을 꼬리표처럼 단 인사들을 줄줄이 내놓은 ‘원죄’ 때문임을 진작에 깨달았어야 했다.

2008년 미국 대선에서 오바마의 SNS에 단단히 덴 공화당도 절치부심한 모양이다. 보수인 공화당이 트위터 메시지 건수나 팔로어 수에서 시나브로 민주당을 넘어섰다고 한다. 그러나 “소 왓”(So what?)이다. 여당은 SNS 강화로만 민심을 되돌릴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청년 실업과 보육 및 사교육비 문제, 그리고 전월세 가격 폭등으로 분노하는 ‘2040’의 마음부터 헤아려야 한다. 어차피 모든 이를 만족시키는 특효약은 없다. 김난도 교수의 책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많이 읽히는 건 등록금을 대줘서가 아니라 청춘의 아픔에 공감했기 때문일 듯싶다.

링컨이 그랬다. “일부의 사람을 잠시 속일 수 있을진 모르나, 모든 사람을 영원히 속일 순 없다.”고. 진보든 보수든 SNS를 통한 포퓰리즘 선전전으로 승리를 훔치려 하다 간 어느 순간 ‘훅 가고’ 말지도 모른다. 본질은 디지털 매체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속의 콘텐츠다. 특히 보수 한나라당이 살아남으려면 젊은 세대와 공감하는 정책과 자기 희생을 감내하는 진정성부터 보여 줘야 한다.

kby7@seoul.co.kr

2011-11-0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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