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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광장] 스티브 잡스보다 위대한 대한민국 정치인/이도운 논설위원

[서울광장] 스티브 잡스보다 위대한 대한민국 정치인/이도운 논설위원

입력 2011-10-08 00:00
업데이트 2011-10-08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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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운 논설위원
이도운 논설위원
스티브 잡스의 사망을 전 세계가 애도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오늘 아침 모든 신문이 ‘세상을 바꾼’ 그의 삶과 죽음의 스토리를 1면 톱으로 실었다. 근래 들어 세계인의 존경을 받는 미국의 리더는 정치가 아니라 비즈니스 쪽에서 나오고 있다. 정보기술(IT) 시대를 열고 꽃피운 빌 게이츠와 잡스. 그리고 그들에 버금가는 또 다른 위대한 혁신가가 아마도 그린 테크놀로지(GT) 쪽에서 나올 것이다.

왜 최강대국 미국에서 더 이상 위대한 정치 리더가 나오지 않는 것일까. 미국과 국제사회에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고 일관되게 추진한 미국의 마지막 대통령은 로널드 레이건이었던 것 같다. 그는 ‘정부가 문제의 해결자가 아니라, 정부 자체가 문제’라며 신자유주의 깃발을 들어 올렸다. 레이건의 뒤를 이은 조지 H W 부시는 임기 중에 소련의 붕괴로 동서냉전이 끝났기 때문에 새로운 세계의 ‘패러다임’을 제시할 기회가 있었지만 잘 살리지 못했다. 빌 클린턴은 IT 붐을 타고 역사상 최고의 호황 경제를 이끌었지만 르윈스키 스캔들 등으로 수세적인 상황에서 임기를 마무리했다. 조지 W 부시도 선거 기간 동안 감동을 줄 만한 특별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데다 임기 초 닥친 9·11테러 이후에는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에 몰두했다. 버락 오바마는 당선 그 자체로 세계인에게 큰 감동을 줬지만, 글로벌 경제 위기 등으로 정치적 여건까지 어려워져 업적이 아니라 재선에 몰두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미국뿐만이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정치적 리더십의 하락은 하나의 추세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위대한 정치 지도자는 사라져 가고 있다. 일제시대에는 나라를 되찾으려는 독립운동가들이 정신적인 지도자였다. 안중근, 윤봉길, 김좌진, 김구 같은 인물이다. 광복 이후에는 국가를 세우는 데 정치 지도자들의 역할이 있었다. 이승만 같은 인물이다. 이후 산업화 과정에서 정치 지도력이 나왔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대표적이다. 1980년대에는 민주화 과정에서 정치 지도자가 부각됐다.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으로 대표된다. 물론 평가는 엇갈린다. 100년 뒤 역사가 광복 이후의 역대 대통령들을 어떻게 기록할지 아직 알 수 없다. 민주화가 어느 정도 정착된 이후 우리나라는 갈 길을 잃고 있다. 정치인들은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천도로 상징되는 국가 주도세력 교체나 ‘특권 없는 세상’을 목표했지만, 이를 현실화하기에는 세력이 너무 약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경제 살리기는 그 구체적인 방법이 IT시대의 흐름과는 달랐고, 국제 상황도 좋지 않았다.

한국 정치에서 잡스와 같이 세계사를 바꿀 만한 위대한 인물이 나올 가능성은 없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남북한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국들의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정해 한반도를 통일로 이끄는 인물이 나온다면 그는 한국사뿐만 아니라 세계사에 남을 위대한 지도자가 될 것이다. 우리 정치인들도 대부분 그런 사실을 잘 알고 있지만 통일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는 데 적극적이지 않다. 남북 문제는 논란만 될 뿐 ‘표가 되지 않는다.’는 계산도 작용하는 것 같다. 현재 거론되는 내년 총선과 대선의 우선적인 이슈는 복지 문제다. 복지도 중요하고, 복지 정책이 한국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 각 정당이나 후보가 내세우는 복지정책은 그런 전략적 수준은 못 되는 것 같다. 유권자의 표심을 잡기 위한 전술 정도로만 보인다.

1985년 국회의원 총선. 그때 투표권을 행사했고,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기자가 된 이후에는 중립성을 지킨다고 스스로를 합리화하며 투표하지 않았다. 물론 후보에 대한 호·불호는 있었지만 투표장에 나가 표를 던질 만큼 끌리는 인물은 없었다. 내년 대통령 선거에서 누군가 통일이나 복지, 교육 등 다른 분야에서 국가의 미래를 이끌 만한 비전을 제시하는 인물이 있다면 27년 만에 다시 투표장에 나갈 용의가 있다. 물론 큰 기대는 하지 않고 있다.

dawn@seoul.co.kr
2011-10-08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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