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18년만에 DADT법 폐지

입력 : ㅣ 수정 : 2011-09-22 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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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밍아웃한 한국계 대니얼 최 “육군 복귀”
미국 공군 중령 숀 해크버스(44)는 그동안 부대 안에서 남모를 고통을 겪었다. 그가 동성애자(게이)인 줄도 모르고 동료들이 게이에 대한 진한 농담을 하곤 했기 때문이다.

미군은 1993년부터 게이 신분을 밝히지 못하도록 하는 ‘묻지도, 밝히지도 말라’(DADT:Don’t Ask, Don’t Tell) 법을 시행했기 때문에 해크버스는 자신의 성 정체성을 밝힐 수 없었다. 이 법을 어기는 장병은 강제 전역 조치를 당했다.

이처럼 18년 동안 군대 내 동성애자 차별 조항으로 존속돼온 DADT가 20일(현지시간) 자로 미군 내에서 철폐됐다. 리언 패네타 국방장관과 마이크 멀린 합참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철폐 사실을 공표했다.

DADT는 동성애자가 성적 취향을 공개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선에서 군 복무를 하고 지휘관은 부하의 성 정체성에 대해 묻지 못하도록 했다.

지난해 동성애자 인권단체가 제기한 소송에서 이 법이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연방법원의 판결이 나온 이후 의회를 통과한 폐지안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서명했다.

국방부에 따르면 미군의 97%가 지난 수개월에 걸쳐 DADT 폐지에 따른 교육을 받았다. 공개적인 장소에서 애정 표현을 하는 등 개인행동과 관련한 종전 규정은 동성애자나 이성애자 할 것 없이 그대로 적용된다.

해크버스는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이제 책상에 내 짝의 사진을 붙여 놓을 수 있게 됐다.”고 기쁨을 표시했다. 그동안 게이의 배우자들은 군인 배우자 대접을 받지 못했다. 군인 할인매장을 이용할 수 없었고, ‘배우자 모임’에도 나갈 수 없었다. 한편으로는 게이 군인과 헤어진 게이 배우자가 “게이라는 사실을 부대에 알리겠다.”고 협박한 사례도 있었다.

1993년 이래 1만 4500명이 DADT 위반으로 군복을 벗었다.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군대에서 쫓겨난 전직 군인들은 DADT 폐지에 따라 재입대할 수 있기 때문에 재입대 러시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2009년 방송에 출연해 동성애자임을 스스로 공개했다는 이유로 전역 조치를 당한 한국계 대니얼 최(30) 전 미 육군 중위도 이날 재입대 의사를 밝혔다.

최 전 중위는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군대로 돌아가는 것은 나의 정당성을 입증하는 것”이라면서 “DADT가 폐지됐지만 차별은 더 교묘하고 합법적인 방식으로 계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2011-09-22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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