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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광장] 한나라당도 안희정 있다/박대출 논설위원

[서울광장] 한나라당도 안희정 있다/박대출 논설위원

입력 2011-08-24 00:00
업데이트 2011-08-24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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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의 한마디는 신선했다. 소신 발언은 통렬했다. 민주당의 모순을 꼬집었다. 그때까지 민주당은 일사불란했다. 오로지 반대만 외쳤다. 노무현 정부에서 잘한 협상을, 이명박 정부가 망쳤다며 똘똘 뭉쳤다. 한·미자유무역협정(FTA) 비준 얘기다. 그런데 안희정이 찬물을 끼얹었다. 당 소속으론 첫 충남도지사가 속을 후벼팠다. 민주당은 대꾸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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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출 새누리당 의원
박대출 새누리당 의원
그는 왜 그랬을까. 옛 주군을 띄워 주려는 의도일까. 국익을 위해서일까. 정의감의 발로일까. 정치적 도약을 위해서일까. 뭐가 맞든 중요하지 않다. 요체는 ‘바른 말’이다. 이명박 정부가 한·미 FTA에 가지 몇개를 쳤다. 나무는 노무현 정부가 심은 거다. 민주당이 뽑자고 할 주체는 아니다. 그러면 자기 부정이 된다. 안 지사는 이를 질타했다. 내부 비판이자, 자기 반성이다. 그래서 크게 보인다.

한나라당도 앞뒤가 다르다. 법무부 장관에 대한 잣대가 바뀌었다. 야당 때와 여당 때가 상반된다. 문재인은 안 된다더니, 권재진은 된다고 한다. 노무현 정부의 민정수석은 안 된다더니, 이명박 정부의 민정수석은 괜찮다고 한다. 정태근 의원이 지적했다. 역지사지 하라고 했다. 한나라당에도 ‘안희정’이 있다. 입바른 말을 하는 이는 오히려 더 많다.

홍준표 대표는 원조급이다. 최고위원 시절 쓴소리는 단골 메뉴였다. 정두언 여의도연구소장은 더하다. 대통령도 금역(禁域)이 아니다. 요즘엔 유승민 최고위원이 주역이다. 한나라당에 아픈 지적을 주저하지 않는다. 추가 감세 철회, 4대강사업 비판 등 거침 없다. 원희룡·남경필·나경원 최고위원도 가끔 등장한다. 중진 의원들도 심심찮게 거든다.

무상급식 투표일이 오늘이다. 한나라당은 당론을 정했다. 최고위원회에서 뚝딱 처리했다. 그 과정은 성급했다. 유 최고위원은 의견 수렴을 요구했다. 남 최고위원도 동조했다. 하지만 묵살됐다. “포퓰리즘 용납 못한다.” “나라 거덜내는 꼴 못 본다.” 반(反)포퓰리스트들의 주장이다. 한나라당 사람들은 반박하기 어려운 논리다. 그 위세에 쓴소리는 묻혔다. 한나라당은 논리의 덫에 갇혔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승부수를 하나 더 띄웠다. 한나라당은 인질로 잡혔다. 꼼짝 못하는 신세가 됐다. 이제 후퇴는 불가능하다. 묵살의 대가는 더 커졌다. 오 시장이 이긴들 끝이 아니다. 또 다른 포퓰리즘 논란으로 이어질 소지가 다분하다. 지면 감당키 어려운 상황으로 간다. 결국 정책투표는 정치투표로 변질됐다. 주민투표는 국민투표처럼 확산됐다. 그 전에 신중했어야 했다. 쓴소리를 경청했어야 했다.

훈수를 다 들어줄 수는 없다. 그러면 배가 산으로 간다. 정치현장, 정책마당에선 더하다. 집권 여당은 야당과 다르다. 야당처럼 주장만 할 수 없다. 국정에 책임을 져야 한다. 때론 훈수를 무시하는 게 편하다. 정책 혼선과 정국 혼란을 차단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게 도를 넘었다. 모조리 외면하는 게 문제다. 습관이 됐다. 옥(玉)도, 석(石)도 버린다. 한쪽은 무시하고, 다른 쪽은 불만이다. 불화부동(不和不同)만 노출된다. 화이부동(和而不同)은 요원하다.

‘표(票)퓰리즘’은 한나라당도 쏟아내고 있다. 민주당을 탓할 계제가 아니다. 다 해낼 재간이 없다. 그만한 돈이 없다. 여기서 또 꼬인다. 하나도 들어줄 수 없다는 경직성이 문제다. 처음부터 안 된다고 연신 발뺌이다. 들어줄 게 있는지 머리를 맞대려고 하지도 않는다. “하자”엔 “말자”로만 버틴다. 합치되는 게 없다. 고집불통은 이중적이다. 아이들 예산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어르신 예산만 올려댄다. 표 계산법이 놀랍다. 민첩하나, 비겁하다.

이명박 정부도 종반으로 가고 있다. ‘안희정’이 더 많아질 게다. 빈번한 등장은 분열과 혼란을 키운다. 잡음 없이 옥(玉)을 골라내는 내부 조율이 관건이다. 화합과 절충의 지혜에 달렸다. 저마다 딴소리를 해대면 모래알로 남을 뿐이다. 잘 담으면 모래시계가 된다. 모래시계 검사로 불리던 홍 대표의 몫이다.

dcpark@seoul.co.kr
2011-08-2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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