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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제불능’ 상태 처한 한국 병영문화”

“’통제불능’ 상태 처한 한국 병영문화”

입력 2011-07-29 00:00
업데이트 2011-07-29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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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HT, 총기난사.자살 잇따르는 해병대 문화 조명

사병 4명의 목숨을 앗아간 해안 소초 총기난사 사건, 자살 등 해병대에서 잇따른 사건과 관련해 한국의 병영문화가 ‘통제 불능(out of control)’ 상태에 처했다고 인터내셔널 해럴드 트리뷴(IHT)이 29일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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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후 경기 화성 해병대 사령부에서 열린 ‘해병대 병영문화 혁신 긴급 지휘관 회의 및 토론회’에 참석한 유낙준(가운데) 사령관과 김시록(왼쪽) 부사령관, 류지영 참모장 등이 총기난사 사건 희생 장병들의 넋을 위로하는 묵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8일 오후 경기 화성 해병대 사령부에서 열린 ‘해병대 병영문화 혁신 긴급 지휘관 회의 및 토론회’에 참석한 유낙준(가운데) 사령관과 김시록(왼쪽) 부사령관, 류지영 참모장 등이 총기난사 사건 희생 장병들의 넋을 위로하는 묵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문은 잇따른 사건 탓에 순수 자원자로 구성돼 ‘엘리트’ 위상을 뽐내던 한국 해병대의 자긍심은 물론이고 한국 군대 전반적인 기강이 불편한 정밀 조사의 대상이 돼 버렸다고 꼬집었다.

신문은 “이 사건들은 한국의 65만 강군이 직면한 문제를 증폭시켰다”며 “21개월의 군복무를 더 이상 ‘신성한 의무’로 여기지 않고 민간인으로서의 삶과 사회생활을 방해받는 것으로 여기는 젊은이들이 점점 늘어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해안 소초 총기난사 사건 뒤 이명박 대통령이 “자유롭게 성장한 젊은이들이 군에 입대해 바뀐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정신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같다”면서 병영 문화의 획기적 변화를 지시했음도 소개했다.

IHT는 같은 내무반에서 징집된 사병들이 공동생활하는 한국의 병영에서는 위계질서가 엄격하게, 종종 가혹하게 강요됐고 특히 공식 계급이 아니라 ‘기수’에 의해 서열이 매겨지는 해병대에서 이러한 상황이 더 심하다고 전했다.

화물차 중량계측소를 운영하는 해병대 예비역 김종렬(51)씨는 신문과 인터뷰에서 “해병대는 (상위 기수를) 신처럼 따른다. 해병대가 전시에 쏟아지는 총탄을 뚫고 나아갈 수 있는 힘이 바로 여기서 나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잇단 사건에 국방부는 이달 군대에서 구타 등 가혹행위를 근절하고 군대의 기반인 동시에 만연한 야만성의 원인으로 지적되는, 지휘관 이외 병사 상호간 ‘명령과 복종’ 관행도 퇴치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계획에 김씨는 “그들이 하려는 것(병영문화 개선)은 해병대의 정신을 죽이고 해병대원을 ‘계집애 같은 사내’로 만들려는 것”이라며 “이러한 조치에 기뻐할 유일한 사람은 김정일뿐”이라고 비난하는 등 예비역들의 반발이 만만찮다.

신문은 또 병영문화 개선이 군 생활뿐 아니라 한국 사회에 폭넓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군대 문화’가 오랫동안 한국 사회를 추동하고 때로는 병들게 한 원인으로 지목돼 왔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남성 직장인 거의 모두가 군 전역자인 상황에서 상급자를 존중하고 상급자의 지시에 이의를 달지 않으며 조직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자연스러운 것으로 여겨지고 이를 통해 한국의 기업 등은 빠르고 효율적으로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다는 게 신문의 해석이다.

신문은 이와 동시에 이러한 군대 문화가 개인의 자주성을 억제하고 부패를 조장하며 학교와 가정에서 신체적 폭력을 감내하도록 하는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한다고 ‘양면성’을 지적했다.

군인권센터의 임태훈 소장은 “군 복무를 통해 한국의 남성들은 불합리성을 참아내도록 배운다”고 설명했다.

신문은 또 요즘 불거지는 문제들이 북한에 맞서 지속적으로 국토방위의 임무를 수행하면서도 60년 동안 평화에 익숙하게 된, 한국의 징병제 군대가 직면한 도전을 조명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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