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인류애는 총보다 강했다

인류애는 총보다 강했다

입력 2011-07-18 00:00
업데이트 2011-07-18 00:10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소말리아 탈레반’ 알 샤바브, 2년 만에 유엔 구호활동 허용

이미지 확대
최악의 가뭄으로 신음하는 아프리카 최빈국 소말리아를 살리기 위해 유엔과 토착 테러단체가 손을 잡았다. ‘아프리카의 알카에다’로 불리는 소말리아 이슬람 테러조직 알 샤바브가 자신의 통제구역 내에서 유엔 요원의 구호 활동을 허용한 것이다. ‘인류애’의 이름 아래 세계가 협력하면서 60년 만의 가뭄으로 타들어가던 ‘아프리카의 뿔’(아프리카 북동부 지역)에도 ‘단비’가 내리게 됐다.

유니세프(유엔 아동기구)의 소말리아 지부 대표인 로잔나 쇼를톤은 16일(현지시간) “알 샤바브가 자신의 점령 지역 안에서 해외구호단체들이 활동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고 밝혔다. 2009년 국제구호단체들을 향해 “반무슬림 정서를 가지고 있다.”면서 내렸던 ‘영토 진입 금지령’을 2년 만에 푼 것이다. 다만, ‘긴급 구호 활동 외에 숨은 의도가 없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유니세프는 즉시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에서 200㎞가량 떨어진 바이도아 지역에 식량과 의약품 보급을 시작했다.

쇼를톤은 “알 샤바브가 구호요원의 진입을 허락하면서 돈을 요구하거나 다른 대가를 바라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유엔은 이번 조치로 국제 구호 단체의 소말리아 지원이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극단주의 성향의 알 샤바브가 못이기 듯 세계를 향한 빗장을 푼 것은 감정을 앞세우기에는 자국 상황이 너무 악화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2년째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아 농지는 갈라질 대로 갈라졌고 이 탓에 소말리아 식품가격은 1년 새 300% 가까이 치솟았다. 동물들도 떼죽음을 당하자 더위와 배고픔에 지친 소말리아 국민 중 4분의1가량이 터전을 버리고 케냐, 에티오피아 등으로 떠났다. 자신들이 점령한 지역 주민마저 먹거리를 찾아 탈출하기 시작하자 알 샤바브도 자존심을 굽히기로 한 듯 보인다. 알 샤바브는 지난 5월 미군 특공대가 테러 지도자 오사마 빈라덴을 사살하자 “앙갚음할 것”이라고 선언했던 알카에다 연계 테러조직이다.

앤소니 레이크 유니세프 총재는 “소말리아에서는 ‘올해 안에 곡물 수확이 불가능하고 몇 달 안에 최악의 상황을 목격하게 될 것”이라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다하겠다.”고 말했다.

미국과 영국 등 주요국들도 소말리아 지원 계획을 앞다퉈 내놓았다. 영국은 지난 15일 소말리아에 대해 약 5225만 파운드(약 890억원) 규모의 식량 및 자금 지원을 약속했고 미 국무부도 이날 “소말리아에 상당한 지원을 하겠다.”는 뜻을 명확히 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2011-07-18 15면

많이 본 뉴스

의료공백 해법, 지금 선택은?
심각한 의료공백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의대 증원을 강행하는 정부와 정책 백지화를 요구하는 의료계가 ‘강대강’으로 맞서고 있습니다. 현 시점에서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사회적 협의체를 만들어 대화를 시작한다
의대 정원 증원을 유예하고 대화한다
정부가 전공의 처벌 절차부터 중단한다
의료계가 사직을 유예하고 대화에 나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