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분의 소통 TED2011] ‘스티브 잡스’를 꿈꾸는 젊은 지성… ‘소통의 갈증’ 풀다

입력 : ㅣ 수정 : 2011-07-11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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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지성의 향연 TED… 한국 열풍 왜

“커뮤니케이션은 원래 구술(口述), 곧 말로 이뤄지는 것입니다. 그리고 구술문화에서는 말 자체뿐 아니라 시각, 청각, 후각 등 대면하고 있는 사람의 모든 것이 함께 사용됐지요. 그러나 활자 시대가 시작되면서 커뮤니케이션의 형태는 오감(五感)을 사용하지 않는 지식 전달이 본격화됐습니다. 지금 TED가 각광받고 있는 것은 바로 디지털 시대에 커뮤니케이션의 원류가 접목됐기 때문이지요.” (이준환 서울대 언론학부 교수/ 올초 ‘TEDx SNU(서울대)’ 강연에서)

① 지난해 9월 서울 명동 ‘TEDx체인지’에서 ‘우리들의 인권의식’을 주제로 강연 중인 안효철 국가인권위원회 주무관. ② 지난해 9월 서울 명동 ‘TEDx체인지’에서 ‘우리가 만들어갈 미래’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 유네스코한국위원회 협력사업팀 김명신씨. ③ 지난해 2월 대전컨벤션센터의 ‘TEDx 대전’에서 젊은 참가자가 자기 생각을 말하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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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① 지난해 9월 서울 명동 ‘TEDx체인지’에서 ‘우리들의 인권의식’을 주제로 강연 중인 안효철 국가인권위원회 주무관. ② 지난해 9월 서울 명동 ‘TEDx체인지’에서 ‘우리가 만들어갈 미래’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 유네스코한국위원회 협력사업팀 김명신씨. ③ 지난해 2월 대전컨벤션센터의 ‘TEDx 대전’에서 젊은 참가자가 자기 생각을 말하고 있는 모습.





2000년대 초반부터 전 세계에 폭넓게 확산되고 있는 TED가 한국에서 본격적인 관심을 끈 것은 3~4년에 불과하다. 애플이 아이폰을 출시하면서 콘텐츠 마켓인 ‘아이튠스’를 통해 TED 동영상을 접하는 사람들이 급격히 늘기 시작했다.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www.youtube.com)도 중요한 매개체로 작용했다. TEDx SEOUL을 시작으로 한국에서 TEDx를 시연하려는 사람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정보기술(IT) 강국답게 국내 TED의 확산속도는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빠르다. 현재 한국에는 70여개의 TEDx가 TED의 공식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다. 인도에 이어 세계 2위로, TED의 원조인 미국보다 많다. ‘TEDx 강남’ 운영자인 대학생 김홍석씨는 “TEDx 카이스트, TEDx 성균관, TEDx 숙명, TEDx 건국, TEDx 연세 등 웬만한 대학에는 이미 다 자리잡고 있다.”면서 “광화문, 대학로, 명동, 한강 등 지명을 딴 TEDx가 늘어나면서 새로운 이름을 구하는 데 애를 먹을 정도”라고 밝혔다. 열기가 워낙 뜨겁다 보니 TED 본부는 난립을 우려해 최근 한국에 2명의 전담 대사를 임명하고 교육시스템을 만들어 관리에 들어갔다.

전문가들은 한국 내 TED 열풍의 이유로 ‘젊은층의 주도’, ‘프레젠테이션에 대한 갈망’, ‘새로운 소통방식에 대한 호기심’ 등을 꼽고 있다.

●20대 젊은층이 주도한다

한국의 TEDx 운영자들은 전 세계에서 가장 연령대가 낮다. 20대가 주를 이루고 10대도 있다. 40대 이상은 거의 없다. 다른 나라의 TEDx가 어느 정도 사회적 기반을 쌓은 사람들이 주도하고 있는 것과는 전혀 다른 현상이다. ‘TEDx 숙명’ 창립 멤버인 신하영 숙명여대 연구원은 “한국의 젊은층이 새로운 현상을 받아들이는 것은 물론 직접 주도하고 싶은 욕망이 강하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프레젠테이션 기술에 목마르다

스티브 잡스로 대표되는 ‘프레젠테이션 기술’에 대한 욕구도 크다. TED에서는 해외의 대기업 최고경영자나 유명인들의 화려한 강연을 얼마든지 볼 수 있다. ‘자기 표현’의 시대에 가장 적합한 교재인 셈이다. TED는 유명인뿐 아니라 일반인을 강연자로 초청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본인만의 특별한 경험’이 유명인들과 같은 시간을 배정받고, 똑같이 동영상으로 제작돼 공유된다는 것만으로 동기부여가 된다는 얘기다. ‘TEDx 광화문’을 만든 안효철 국가인권위원회 주무관은 “내가 저 자리에 설 수 있고, 모두에게 말할 수 있다는 것이 참석자 누구에게나 특별한 느낌을 준다는 인상을 받았다.”면서 “실제로 평범한 강연자들의 얘기에 참석자들은 더 쉽게 감동받고 함께 눈물을 흘렸다.”고 밝혔다.

●새로운 소통의 창구를 찾다

TED를 ‘새로운 소통방식’으로 인식하는 사회적 조류도 한국 내 열풍의 비결이다. 최근 몇 년간 사회적 화두로 ‘소통’이 떠올랐지만, 정작 구체적인 실천방안에 대해서는 뚜렷한 해답이 없었다. 그러나 ‘진실, 다양성, 호기심, 비영리, 비정치’라는 컨셉트를 가진 TED를 접하면서 젊은층을 중심으로 새로운 대안이 마련되기 시작했다.

지난해 ‘TEDx SEOUL’ 강단에 섰던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자신의 삶에서 무엇인가 답을 찾고 싶은 사람,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지식을 찾는 사람들에게 TED는 지식과 함께 긍정적인 동기를 부여한다.”면서 “누구나 저 자리에 설 수 있다는 인식이 공유되기 때문에 참석자 누구나 발표자에게 서슴없이 다가설 수 있는데, 이는 한국에서 일반적인 대중강연이나 콘퍼런스에서는 찾기 힘들었던 요소”라고 했다.

●‘한국형 TED’ 나올 수 있을까

이 같은 TED의 장점만을 취해 ‘한국적 TED’를 만들려는 시도도 있다. 지식경제부는 ‘한국판 TED’를 표방한 ‘테크플러스포럼’을 개최하고 있고, 일부 대학이나 시민단체들도 자체적인 브랜드로 행사를 속속 열고 있다. 일각에서는 TED가 2000년대 초반 한국 학계를 강타했던 ‘통섭’(지식의 대통합)의 구체적인 현실화 방안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서로 다른 분야에 대해 서슴없이 말하고, 거기에서 나오는 아이디어를 현실화시키는 데 주력하는 부분이 단순히 개념적인 주장만 넘쳤던 통섭에 비해 한단계 발전한 구조라는 것이다.

물론 보완하고 발전시켜야 할 과제도 있다. 한국 TEDx 행사장에 섰던 연사들 중 일부는 “청중과 여전한 거리감을 느꼈다.”고 말하고 있고, 참석자들 중에서는 “전문적이지 못하다.”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한다. 기관이 아닌 개인들의 모임을 중심으로 소규모 행사가 난립하고 있어 지속적인 행사추진이 쉽지 않고, 행사 비용을 ‘직접적인 광고’를 하지 않는 스폰서에게 의존해야 하는 점도 쉽지 않은 부분이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2011-07-11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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