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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씨 창업자의 요절복통 수감기

디씨 창업자의 요절복통 수감기

입력 2011-07-09 00:00
업데이트 2011-07-09 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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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드립 파라다이스】김유식 지음 가쎄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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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식 디시인사이드 대표
김유식 디시인사이드 대표
“질럿 네 마리가 러쉬가면서 흐뭇해 있는 동안 리버드롭에 걸려 내 프로브들이 한 개의 스캐럽에 전멸당했을 때의 멍한 기분으로 서 있자 정복을 입은 법무부 직원이 다가왔다.”

인터넷과 스타크래프트 게임에 정통하지 않으면 이해 못할 말로 법정구속된 기분을 표현한 저자는 김유식 디시인사이드 대표다. 1999년 노트북과 디지털 카메라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면서 시작된 디시인사이드는 이후 ‘아햏햏’ ‘개죽이’ ‘폐인’ 등 각종 인터넷 유행을 양산하는 진원지가 된다.

‘개드립 파라다이스’(가쎄 펴냄)는 김씨가 횡령 및 배임 혐의로 징역 1년 2월을 선고받고, 서울구치소에서 113일을 복역하다가 집행유예 판결을 받고 풀려나기까지의 생활에 대한 기록이다. 제목의 ‘개드립’은 기발한 헛소리를 뜻하는 인터넷 조어다.



김씨가 구치소에 가게 된 것은 우회상장을 통해 코스닥 상장기업으로 디시인사이드를 키우려다 벌어진 일이었다. 합병을 했던 해당 코스닥 회사는 상장 폐지되고, 전 경영진은 국외로 도주하면서 김씨가 법정에 서게 된 것.

‘개드립’을 ‘사생활 팔아먹기’쯤으로 치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2.17평의 좁은 구치소 방에 이처럼 다양한 인간 군상이 모일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할 정도로 저자는 유머작가 출신답게 요절복통할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히로뽕 투약으로 구치소에 온 존은 미국 로스앤젤레스 KK(Korean Killer) 출신의 한국계 갱이다. 존은 김씨가 1년 2월을 선고받았다고 하자 “에~ 뭐야? 얼마 안 되네! 내가 지금까지 캘리포니아 제일(jail·교도소)에 살았을 때 오줌 싼 시간밖에 안 되네!”라며 가소로운 표정을 짓는다.

사기 죄목으로 구속된 캐나다 교포 헨리는 기업 인수·합병(M&A) 브로커다. 판사가 무조건 무죄라고 할 줄 알았는데 징역 1년을 선고하기에 급한 마음에 “뭐라고요?”라고 묻는 것이 영어가 튀어나와 “What?”이 됐다. 판사는 “와~”라고 말한 줄 알고 “와?”라고 되물었고, 헨리는 정신을 차리고 우리말로 다시 대답했는데 이번엔 “뭐?”가 튀어나왔다. 그러자 판사는 인상을 아주 찌푸리며 “뭐어?”하면서 턱을 저어 교도관에게 빨리 집행하라는 눈치를 보냈단다.

저자는 독자들이 자칫 ‘구치소도 꽤 살 만하네.’라고 느낄 수 있는 것을 걱정한다. 다만 창업을 꿈꾸며 대박을 노리는 젊은이들이라면 재미로 읽어 볼 만하다고 제안한다. 사람 일은 모르기에 언젠가 당신도 법정구속될지도 모른다며. 1만 3800원.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2011-07-09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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