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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광장] 결국 저금리와 고환율이 문제다/우득정 수석논설위원

[서울광장] 결국 저금리와 고환율이 문제다/우득정 수석논설위원

입력 2011-06-22 00:00
업데이트 2011-06-22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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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득정 수석논설위원
우득정 수석논설위원
지난 15일 국회 기획재정위에서는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와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금리 인상 속도를 두고 설전을 벌였다. 박 전 대표는 8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의 심각성을 지적하면서 금리 정상화의 타이밍을 문제 삼았다. 선제적인 대응을 못한 탓에 가계부채가 악화됐다는 것이다. 이에 김 총재는 지난 1년 동안 5차례에 걸친 금리 정상화 노력과 국제적인 긍정 평가 등을 거론하며 박 전 대표의 지적에 동의하기를 거부했다. 하지만 이틀 후 국제통화기금(IMF) 협의단은 2주간에 걸친 연례협의를 마치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완곡하게 표현하기는 했으나 “물가를 잡으려면 금리 인상 속도를 높이고 추가 원화절상에 나서라.”고 권고했다.

정부가 경제지표와 체감경기 사이의 간극을 줄이기 위해 내수 활성화에 부심하고 있는 가운데 가격변수의 핵심인 금리와 환율에 주목하는 시각이 늘고 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 10일 기준금리를 연 3.25%로 0.25% 포인트 올렸으나 기준금리가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밑도는 ‘마이너스 금리’가 19개월째 지속되고 있다. 실질금리가 낮으면 저축보다는 투자와 소비를 촉진하지만 가격 거품을 키울 수 있어 장기간 지속되면 물가에는 독으로 작용한다. 2개 분기 연속으로 실질국민소득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저금리와 고환율은 가계에 깊은 생채기를 남기고 있다.

그 결과,전통적으로 돈을 빌려주는 주체인 가계의 순저축률은 2009년 4.1%에서 지난해에는 3.9%로 0.2% 포인트 하락한 반면 돈을 빌리는 주체인 기업의 총저축률은 전년보다 2.1% 포인트 늘어난 20.2%를 기록하면서 처음으로 20%를 돌파했다.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를 3년 만에 회복했다지만 가계는 치솟는 물가에 주머니를 계속 털리는 반면 기업엔 돈이 넘쳐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또 올 1분기 재화와 서비스의 실질 수출액은 139조원을 기록하면서 관련 통계가 나온 1970년 이후 처음으로 민간소비액(137조원)을 앞질렀다. 고환율에 힘입어 수출주도형의 성장 과실이 기업에만 돌아가고 민간부문에는 이어지지 못한 탓이다. 경기 활성화 덕분에 고용 사정이 호전되고 있다지만 취업자 증가분의 60% 이상이 비정규직이다.

따라서 정부가 발표하는 경제지표와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지표는 동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 간극을 줄이자면 시장기능보다 정책당국의 의지가 더 강하게 반영되고 있는 가격변수의 고삐를 늦춰 주어야 한다. 무엇보다 금리 정상화 과정이 너무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가계소득보다 빚의 증가 속도가 2배나 빠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과 일본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가계부채가 줄어든 반면 우리나라만 유일하게 늘어나고 있다. 물가 상승률을 밑도는 저금리 탓에 부채에 대한 부담이 둔감해졌기 때문이다. 물론 금리를 정상화하는 과정에서 가계의 이자 부담이 늘어나는 등 서민층의 고통이 따르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는 언젠가는 치러야 할 비용이다. 환율도 마찬가지다. 기업과 가계, 수출과 내수 간의 불균형도 따지고 보면 고환율이 주요 요인이다. 서민들은 수출기업들의 배를 불리기 위해 높은 수입가격으로 인한 물가 부담을 떠맡고 있는 꼴이다. 일각에서는 환율 절상은 고용의 절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중소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가격 경쟁력을 상실한 일부 중소 수출업체들 때문에 서민들이 언제까지나 고물가의 고통을 전담할 수는 없다.

이명박 정부의 임기가 1년 8개월가량 남았다. 레임덕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경제구조 개혁과 같은 거대 과제를 추진하기에는 힘도, 시간도 부족하다. 그렇다고 이벤트성 내수 진작대책으로는 서민들의 텅 빈 지갑을 채워줄 수도 없다. 우선 돈의 물꼬를 잘못 돌린 가격변수를 정상화해야 한다. 저금리와 고환율이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환상부터 버려야 한다. 금리와 환율 정상화, 인기 없는 정책이지만 지금 반드시 추진해야 한다.

djwootk@seoul.co.kr
2011-06-22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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