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성 있는 손가락 댄스도 인터넷을 달구고 있다. 이에 힘입어 1차 제작분 1만 5000장은 모두 동났다. 발매 첫 날, 각종 음원 및 앨범 판매율 1위도 휩쓸었다. 부랴부랴 1만장을 더 만들었다. ‘장얼’의 얼굴, 장기하를 지난 13일 서울 합정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2집 나오는 데 너무 오래 걸린 것 아닌가.
-원래 데드라인(마감시한)을 정해놓고 작업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1집은 작사, 작곡, 편곡을 모두 나 혼자 했다. 이 때문에 다른 멤버들로부터 섹션 연주자와 다른 게 뭐냐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번에는 멤버 전원이 편곡 작업에 참여했다. 1집에 비해 좀 더 밴드다운 밴드의 앨범이 됐다. 녹음도 합주로 했다. 아무튼, 밴드적인 음악이다. 하하.
→밴드 음악임을 유난히 강조하는 것을 보니 너무 혼자 주목받는 게 적잖이 부담됐던 모양이다.
-맞다(웃음). 장기하 개인이 아니라 밴드 ‘장기하와 얼굴들’을 주목해달라. 1집 활동 때 공연장에 가면 스태프조차 ‘장기하씨 공연 들어갑니다’ 이랬다. 왜 ‘얼굴들’은 없는 취급을 하는가. 그땐 제가 곡을 혼자 다 만들어서 그런가 보다 했지만 이번엔 다르다. 멤버들 모두 기여도가 확실하다. 부탁 하나 하자. ‘장기하와 얼굴들’ 줄여서 ‘장기하’라고 하지 말고 ‘장얼’이라고 해달라.
→2집 인기가 이렇게 폭발적인데 장기하면 어떻고 장얼이면 어떤가(웃음).
-솔직히 이렇게 반응이 좋을 줄은 예상 못했다. 너무 기분 좋다. 1집보다 못하다는 소리만 듣지 말자 했는데….
→뮤직비디오가 장안의 화제다. 누구 아이디어인가.
-멤버들 중에 뮤직비디오 찍어본 사람이 한 명도 없다. 1집 때는 뮤직비디오 찍을 엄두조차 못 냈다. 우리도 ‘뮤비’ 한번 찍어보자고 의기투합했는데 ‘장얼’ 음악에 맞는 영상을 만들어줄 만한 사람을 찾지 못했다. 고민 끝에 결국 우리 음악은 우리가 가장 잘 아니까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직접 해 보자고 해서 사고친 거다.
→손가락 댄스는 어떻게 나온 건가.
-손이라는 게 보고 있으면 가끔 사람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손 자체가 훌륭한 배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반전도 주고 싶었다. 사람들이 ‘손가락만 나오는 뮤직비디오인가 보다’라고 느끼게 한 뒤 마지막에 멤버 전원이 짜자잔 하고 등장하는 거다. 솔직히 멤버들을 강렬하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우린 밴드니까.
→미미시스터즈(두 명의 여성 백댄서)와 결별했는데.
-의도된 결별이다. 이젠 어떤 정해진 안무를 하지 않아도 될 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전형적인 밴드의 공연을 보여줄 생각이다. 새 멤버(건반 이종민)와 객원 멤버(하세가와 요헤이)가 영입되면서 팀 분위기도 무척 좋아졌다. 음악적으로도 약간 변화가 있다. 건반 사운드가 강화됐다.
→2년여의 공백 기간은 어떻게 보냈나.
-2년을 전부 논 것은 아니다(웃음). 1집 앨범 내고 2009년 한 해는 정말 공연을 많이 했다. 그 전까지는 학생(서울대 사회학과) 아니면 군인이었던 탓에 그렇게 바빠 본 적이 없다. 어느 순간, 패닉이 오더라. 무조건 쉬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렇게 쉬다가 작년 7월에 지산밸리 록페스티벌 무대에 올랐는데 삼손 같은 느낌이 들면서 에너지가 솟구치더라. 그때부터 다시 힘을 내 2집 준비에 들어갔다.
→요즘 서바이벌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가 화제인데 출연 의향은.
-글쎄. 일단 출연 제의가 올 것 같지도 않은데? 하하. 지금 멤버들은 폭발적인 가창력을 자랑하는 분들인데 저는 그런 부류가 아니다. 등수 매기는 거, 못 견딜 것 같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