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 살레 대통령 출국… ‘예멘의 봄’ 전기맞나

입력 : ㅣ 수정 : 2011-06-06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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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차 사우디行… “독재 퇴진” vs “야권 분열” 예측
국민적 퇴진 요구를 받아온 예멘의 알리 압둘라 살레(69) 대통령이 부상 치료차 출국하면서 넉달 넘게 끌어온 예멘의 반정부 소요사태가 분수령을 맞았다. 살레 대통령이 출구전략을 위한 첫 행보를 시작함으로써 33년 독재정권 퇴진의 서막이 열렸다는 관측도 있지만 ‘공공의 적’을 잠시 떠나보낸 야권이 분열해 더 큰 혼란 이 발생할 것이라는 비관론도 나온다. 한편 시리아에서는 정부의 유혈진압으로 숨진 반정부 시위대원들의 장례식에 10만명이 모여드는 등 ‘아랍의 봄’을 둘러싼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머리 등 부상 흔적… 생각보다 심각

사우디 왕실은 4일(현지시간) “살레 대통령이 부상한 관리 및 시민들과 함께 치료받기 위해 사우디에 도착했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살레 대통령은 지난 3일 수도 사나의 대통령궁에 머물다 반정부성향의 하시드 부족의 포탄 공격을 받고 머리 뒤쪽 등에 상처를 입었다. 그는 4일 항공기를 타고 35명의 측근 등과 함께 사우디 수도 리야드의 공군기지에 도착했다. 살레 대통령은 걸어서 비행기에서 내려왔지만 목과 머리, 얼굴 등에 부상 흔적이 뚜렷이 남아있었다. BBC방송은 그가 심장 아래 7.6㎝의 포탄 파편을 맞았고 가슴과 얼굴에 2도 화상을 입었다고 전했고 CNN은 사우디 소식통의 말을 인용, 살레의 부상 정도가 처음 알려진 것보다 심각한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살레 대통령이 내전상황에서 출국한 것이 비록 치료를 위해서라고 하더라도 권력 유지를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동정치 전문가인 압델칼레크 압달라 교수는 “예멘 사람들이 인내심을 잃어가는 상황에서 건강을 구실로 떠난 것은 최고의 출구전략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그러나 살레의 출국을 장밋빛 신호로만 볼 수 없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특히, 살레를 주적 삼아 단결했던 예멘 야권의 여러 당파와 청년 그룹이 권력진공 상태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서로 다퉈 자중지란에 빠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알카에다 등 이슬람 과격세력이 예멘의 정치적 혼란을 틈타 지역 기반을 다지려할 것이라는 예측도 힘을 얻는다.

예멘 정국이 새 국면에 접어들면서 중동의 맹주인 사우디와 예멘의 대테러전쟁을 지원해 온 미국은 한층 바빠졌다. 우선 사우디는 지역의 안정을 위해 살레가 권좌로 돌아갈 수 없도록 조치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시리아, 희생자 장례식 10만 운집


미국 백악관도 예멘의 압드 라부 만수르 하디 부통령과 4일 전화 통화를 하는 등 사태의 변화 추이에 주목하고 있다. 한편, 반정부 시위가 날로 격화하는 시리아에서는 지난 3일 집회 중 70명 숨진 가운데 4일 중부 하마 등에서 거행된 희생자의 장례식에 모두 10만명의 시민이 운집, 당국을 긴장시켰다. 시리아에서는 정부가 시위대에 대한 강경진압을 펼치면서 지금까지 모두 1100명이 죽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파키스탄에서는 3일 알카에다의 차기 지도자 후보 중 한 명인 일리아스 카슈미리가 미군 무인전투기의 공습으로 숨지는 등 아랍권의 혼란은 계속되고 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2011-06-06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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