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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광장] 재·보선 참패 박근혜에 좋은 걸까/곽태헌 논설위원

[서울광장] 재·보선 참패 박근혜에 좋은 걸까/곽태헌 논설위원

입력 2011-05-28 00:00
업데이트 2011-05-28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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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4·27 재·보선에서 참패한 지 1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한나라당에서는 당명 변경을 포함한 각종 쇄신안이 쏟아졌다. 이명박 대통령과 친이계에 대한 비난 및 공격의 강도도 높아졌다. 지난 6일 치러진 원내대표 선거는 한나라당의 현주소를 알 수 있는 상징적인 사례다. 비주류로 분류됐던 황우여 의원이 친이계를 탈퇴한 정두언 의원을 비롯한 소장파의 지지를 받으며 친이계인 안경률 의원을 결선투표에서 압도적으로 제치고 당선되는 파란을 일으켰다. 물론 친박계는 황 의원을 지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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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태헌 논설위원
곽태헌 논설위원
재·보선 패배 후 급조된 ‘새로운 한나라’에는 친이계에서 이탈한 소장파, 중립성향 의원, 일부 친박계 의원 등 40여명이 포함돼 있다. 요즘 신주류로 불리는 이들이 쇄신책을 내놓고 있지만, 구성원들의 면면과 과거 행태를 보면 그럴 자격은 별로 없어 보인다. 지난해 7월 14일 전당대회를 통해 임기 2년의 대표로 당선됐던 친이계인 안상수 전 대표는 재·보선 패배로 10개월 만에 중도하차했다.

황 원내대표는 19일 박 전 대표와 비밀회동을 한 뒤 수첩에 메모한 것을 기자들에게 브리핑했다. 선출직 원내대표가 전 대표를 ‘알현’한 뒤 대변인처럼 ‘지침’을 설명한 것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이런 말이 나오는 게 박 전 대표에게 좋을 것은 없다. 7·4 전당대회 방식도 황 원내대표가 밝힌 박 전 대표의 뜻대로 될 전망이다. 국회의원 및 당협위원장을 상대로 한 조사결과 ▲당권·대권 분리를 규정한 현행 당헌 지지 ▲대표와 최고위원을 통합 선출하는 현행 유지 ▲경선 선거인단 확대가 다수 의견이었다. 이미 한나라당은 ‘박근혜당(黨)’이 됐다는 말도 나온다. 이런 말이 나오는 것도 박 전 대표에게 별로 좋아보이지는 않는다.

재·보선 이후 한나라당의 세력 변화는 박 전 대표에게는 긍정적지만, 재·보선을 통해 두명의 대권 후보가 살아난 것은 부정적일 수 있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한나라당의 텃밭이나 다름없는 경기 성남 분당을(乙)에서 당선되면서 야권의 유력한 후보에 한걸음 다가섰다. 실제 야권의 단일후보가 될 수 있는지는 별개로 하더라도 야권의 경선이 보다 흥미로워진 것은 사실이다.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 김두관 경남지사 외에 문재인 전 비서실장도 유력 후보군에 가세했다. 2002년 민주당의 대선 경선에서 일반적인 예상과는 달리 노무현 후보가 1위를 하면서 흥행에 성공했듯이, 내년의 야권 후보단일화 경선도 ‘슈퍼스타 K’처럼 바람을 일으킬 가능성은 충분하다.

지난해 국무총리로 내정됐으나 낙마한 ‘젊은’ 김태호 전 경남지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인 경남 김해을에서 살아났다. 김 전 지사가 한나라당 대선 구도에 영향을 미칠지도 모른다. 물론 박 전 대표는 여론조사로만 보면 2007년 12월 대선 이후 부동의 1위다. 하지만 선거는 1년 6개월이나 남았다. 그동안 변수는 무수히 많을 것이다. ‘리서치 앤 리서치’가 최근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휴대전화를 통한 월례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선에서 야당후보를 찍겠다는 비율(46.2%)이 여당후보를 찍겠다는 비율(30.5%)을 압도했다. 정부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데다, 한나라당은 지리멸렬(支離滅裂)하고 있으니 어느 유권자가 한나라당 후보를 선뜻 찍겠다고 응답할 수 있을까.

박 전 대표는 현재의 지지율에 안주(安住)할 때가 아니다. 42.195㎞를 달리는 마라톤에 비유하자면 현재는 30㎞ 지점에 불과하다. 2위그룹이 막판 스퍼트를 할 시간은 충분하다. 재·보선 이후 여권의 분위기로 보면, 싫든 좋든 박 전 대표가 나서야 할 때가 됐다. 더 이상 막후의 최고실력자여서는 안 된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는 대세론은 있었지만 1997년과 2002년 대선에서 대권을 잡는 데 실패했다. 정몽준 의원, 고건 전 국무총리도 한때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렸지만 예선을 통과하지 못했거나, 예선도 제대로 치르지 못하고 중도하차했다. 박 전 대표는 여론조사 결과와 민심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tiger@seoul.co.kr
2011-05-28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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