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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무상복지’ 논쟁, 어떻게 볼 것인가/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시론] ‘무상복지’ 논쟁, 어떻게 볼 것인가/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입력 2011-01-25 00:00
업데이트 2011-01-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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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급식, 무상보육 등을 포함한 소위 ‘무상복지’ 논쟁이 한겨울 정치권을 후끈 달구고 있다. 국민의 관심도 뜨겁다.

사회복지를 전공한 사람으로서 복지가 우리 사회의 주요한 의제로 자리매김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최근의 무상복지 논쟁을 지켜보는 마음은 그리 편하지만은 않다. 현재 진행되는 무상복지를 둘러싼 논쟁이 정략적 차원에서만 이루어져 자칫 복지논쟁을 복지 확대와 복지 축소의 단순 이분법적인 편 가르기로 몰고 갈까 하는 우려에서다. 이러한 우려는 무상복지라는 정치적 구호에는 몇 가지 중요한 오해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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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첫 번째 오해는 무상복지는 공짜라는 인식이다. 물론 복지급여를 무상으로 받는 입장에서는 공짜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사회 전체적인 측면에서 보면 절대 공짜일 수가 없다. 이는 늘어나는 복지급여를 충당하기 위해서는 재원이 필요하다는 차원에서의 이야기가 아니다. 무상복지가 공짜일 수 없는 것은 그곳에 쓰이는 재원은 더 시급하고 우선순위가 높은 다른 복지욕구에 쓸 수 없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제한된 자원 내에서의 기회비용의 문제다. 무상급식의 예를 들어보자.

모든 아동들에게 가구의 소득수준에 상관없이 무상으로 급식을 제공하는 데 드는 추가예산은 1조원 정도로 추산된다고 한다. 1조원이 많은 돈이기는 하지만, 우리 사회가 감당 못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무상급식에 1조원을 쓰는 것은 다른 복지욕구의 충족에 1조원을 쓰지 못한다는 점이 문제다.

아동 결식의 문제는 사실 우리 사회에서는 단순히 ‘밥을 굶는’ 문제가 아니다. 최근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빈곤 결식아동의 약 60% 이상이 가정에서의 방치 혹은 방임의 문제를 중복적으로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아동 결식의 문제는 ‘밥을 굶는’ 문제의 차원이 아니라 아동 방치와 방임 등의 문제를 포함한 포괄적이고 종합적인 문제로서의 접근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전체 9~11세 아동들의 약 25%가 평일 방과 후에 돌봐주는 사람 없이 3시간 이상 방치 상태에 있다는 최근 통계는 문제의 핵심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준다.

추가예산 1조원을 급식을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계층까지 늘리는 데 쓸 것인가 혹은 더 근본적인 문제인 아동 방임과 방치의 예방에 쓸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두 번째 오해는 복지국가의 확대는 보편적 복지의 확대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어느 국가도 모든 복지욕구를 보편적 복지로 해결할 수는 없다. 또, 그런 유례도 없다. 복지국가의 확대는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의 적절한 조합의 확대이지, 단순히 보편적 복지만의 확대 문제는 아니다. 일견 보편적 복지가 사회복지의 가치인 평등의 추구에 더 적합해 보인다. 모든 사람들에게 같은 혜택을 준다는 점에서 과정적으로는 더 평등하다.

하지만, 보편적 복지는 결과의 평등을 이루는 데는 별로 도움이 못 된다. 복지욕구의 많고 적음에 상관없이 모두 같은 혜택을 주기 때문에 결과적인 격차를 줄여주지는 못한다. 오히려 잘 설계된 선별적 복지가 모자란 부분을 메워주는 작용을 함으로써 결과의 평등을 이루는 데 효과적일 수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선택이 넓고 얇은 복지를 늘려가는 것인지 혹은 필요한 부분에 선택과 집중을 통해 격차를 줄여나가는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무상복지’ 논쟁이 편 가르기 식의 정략적 논쟁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우리나라 복지체제의 큰 발전방향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그를 통해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2011-01-25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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