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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vs놀이 | 유머발전소]웃음놀이가 세상을 바꾼다

[일vs놀이 | 유머발전소]웃음놀이가 세상을 바꾼다

입력 2011-01-23 00:00
업데이트 2011-01-23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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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하고 사는 게 별로 재미없어.” 어느 날 아침 출근하는 길에 내 뒤통수에 대고 던진 아내의 이 한마디는 내 인생을 바꾸는 씨앗이 되었다. 정말 부끄러워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다. 한 남자로서 가장으로서 소홀했던 미안함이 쓰나미가 되어 나를 덮쳤다.

‘재미’라는 말을 들으면 어렸을 때 소꿉장난이 떠오른다. 친구들과 소꿉장난에 빠져 있을 때 엄마가 밥 먹으라고 부른다. 하지만 놀이에 빠져 들리지도 않는다. 잠깐만, 잠깐만을 여러 번 외치지만 쉽사리 끝나지 않는다. 하지만 놀이는 한마디 말로 끝난다. 같이 노는 친구 중에 한 명이라도 “재미없다, 그만하자”하면 그 순간 소꿉장난은 끝난다. 재미없다는 말. 세상의 모든 놀이는 재미있을 때까지 계속되다가 재미없는 순간 끝난다. 비단 놀이뿐이랴! 일도, 게임도, 인간관계도, 사랑도, 열정도 재미가 없어지는 순간이 끝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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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재미없다”라는 말은 그렇게 내 영혼에 파고들었다. “어떻게 하면 아내를 즐겁게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은 결국 아내에게 유머를 들려줘야겠다는 생각에 미쳤다. 그래 이거야! 매일 아침마다 아내에게 유머를 들려주자. 그러면 재미있지 않을까?

바로 실행에 들어갔다. 일어나자마자 아내에게 준비한 유머를 던졌다. “당신 결혼했어?” 두 눈이 토끼눈처럼 커지는 아내에게 위트를 던졌다. “아직도 당신이 하도 예뻐서 한 번 더 꼬셔보고 싶어서 말야. 하하하.” 다음날에도 유머를 던졌다. “여보, 옷 예쁘게 입어라. 오늘 경복궁에 가자. 요즘 처갓집에 안 가본 지 오래 되서 말이야. 하하하.”

이 유치한 유머에 아내는 웃어주었다. 그리고 아침부터 웃게 된 아내는 밥을 하면서도 밥상을 차리면서도 그리고 배웅하는 순간까지 만면에 웃음을 띄었다. 아내의 웃는 모습이 하루 종일 얼굴에 떠올라 그렇게 행복할 수 없었다. 오랜 경제적인 어려움 속에 있었기 때문에 함께 웃는 웃음은 자신감과 자존감을 살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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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마다 주고받았던 유머 하나로 우리는 대한민국 최초의 부부유머코치가 되었다. 아침마다 즐기는 유머놀이를 통해서 우린 서로에 대한 배려와 관심을 배웠고, 무엇보다도 놀이처럼 즐길 수 있다면 오래할 수 있고 더 잘 할 수 있어 어느 순간 프로가 된다는 것을 배웠다.

“행복이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즐기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세상의 변화 속도가 너무 빠르다. 정신없이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일터는 전쟁터가 된 지 이미 오래다. 전쟁을 놀이처럼 즐긴다는 것은 사실 쉽지는 않다. 하지만 유머를 놀이처럼 즐겼던 지난 6년 동안 삶을 놀이처럼 즐겼던 몇 가지의 지혜가 있었다.

이 지혜는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놀이로 만드는 최고의 방법이 될 거라 믿는다.

첫 번째 자신이 하는 일의 본질을 파악해야 한다. 내가 아는 후배는 청주의 한 아파트단지에서 자장면집을 하는데 그는 고객을 즐겁게 해주는 엔터테이너가 자신의 진정한 본업이라 믿는다. 그래서 그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어떻게 하면 고객들을 즐겁게 해줄 수 있을까 궁리한다. 그의 고민은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냈다. 그는 우선 직원들의 봉급을 올려주면서 약속을 했다. 음식을 배달하고 나오면서 아파트 현관에 널려 있는 신발들을 정리하도록 한 것이다. 5초면 할 수 있는 이 신발 정리가 고객을 즐겁게 해줄 거라 믿었기 때문이다.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고객들은 작은 신발 정리 서비스에 감동하기 시작했고 이웃들에게 자신의 감동을 구전하면서 3개월 만에 매출이 50%가 오르는 기적을 만났다. 이후에도 엘리베이터에서 무조건 인사 하기, 유머팸플릿, 유머메뉴판 등을 만들어 고객을 즐겁게 했다. 맛있는 짜장을 만들어 파는 것은 자신의 직(職)이지만 그것을 통해서 고객을 즐겁게 해주는 것이 자신의 업(業)이라는 것이다. 직은 먹고 살아야 하는 책임을 가진 직무가 되지만, 업은 그것을 통해서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가치이다. 이 가치가 바로 일의 본질이 되고 이 본질을 실천할 때 일은 놀이가 된다.

일이 노동이 되어 고통스럽다면 분명 그 일의 업을 잊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유머엔터테이너라는 말로 내 자신을 표현한다. 유머는 먹고사는 직, 그리고 사람을 즐겁고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 바로 나의 본질인 업이다. 개인적으로 이 세상에 모든 사람들의 하는 일은 다르지만 업은 사람과 고객을 즐겁게 해주는 거라 믿는다.

고객을 즐겁게 해주는 정체성은 고객감동으로 이어지고 바로 핵심경쟁력이 된다. 일을 놀이처럼 하려면 자신의 일을 통해서 궁극적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를 끊임없이 물어야 한다. 오늘 자신의 정체성을 추가해 보자. 헤어디자이너가 아니라 헤어엔터테이너라고 붙여보면 어떨까? 세일즈맨이 아니라 세일즈를 통해서 고객을 즐겁게 해주는 세일즈엔터테이너라고 생각해 보자. 보이지 않는 놀라운 고객감동이 하나의 놀이가 될 것이다.

두 번째는 웃음을 문화로 만드는 것이다. 8년 전 진행했던 사업체가 무너지면서 큰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었다. 이후 함께 일했던 후배와 술자리를 같이 하면서 들었던 이야기가 잊혀지지 않는다.

“선배님은 사업이 실패했던 것이 돈이 떠났기 때문에 사람들이 떠났다고 믿겠지만 사실은 그 반대였어요. 사람들이 먼저 떠났기 때문에 돈도 함께 떠났지요. 선배님은 늘 찡그리고 웃지 않았기 때문에 직원들이 숨이 막혀서 떠난 거예요.”

이후 나는 밤마다 웃음을 연습했다. 잠실의 석촌호수를 따라서 미친듯이 웃었다. 경제적으로 힘들어 호주머니는 졸라매도 얼굴은 졸라맬 수 없는 일이었다. 세상에는 미친놈 주위에 미친놈이 몰린다고 했던가! 혼자서 웃는 웃음놀이가 7년이 지나면서 수백 명의 회원이 참석하는 대한민국 최초의 웃음클럽이 되었다. 그리고 직장에서도 아침에 30초씩 웃고 시작하면서 문화가 되어 갔다. 기분이 좋아지면 뇌는 본격적으로 활성화 되며 다양한 아이디어를 토해낸다. 그리고 어느새 일은 기분 좋은 놀이가 된다.

함께 웃으면 웃음은 문화가 된다. 문화의 다른 의미는 물듦이다. 일단 그 안에 있게 되면 모두가 서로 물들어간다. 웃음의 코드가 맞춰지면 어느 누구도 스트레스의 노예가 되지 않는다. 당연히 일터는 놀이터가 된다. 일이 아니라 인생을 놀이처럼 살려면 긍정적으로 세상을 가지고 놀 수 있어야 한다. 일을 놀이처럼 하려면 삶을 먼저 놀이터로 만들어야 한다. 오늘도 나는 웃음클럽에 놀러간다. 그리고 유머강의를 하러 놀러가고, 유머편지를 쓰기 위해 컴퓨터와 논다.

글·사진_ 최규상 최규상의 유머발전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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