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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제훈 소설집 ‘퀴르발 남작의 성’

최제훈 소설집 ‘퀴르발 남작의 성’

입력 2010-10-09 00:00
업데이트 2010-10-09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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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제7회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놀라운 신인’으로 주목받은 최제훈(37)이 소설집 ‘퀴르발 남작의 성’(문학과지성사 펴냄)을 냈다. 그가 지난 3년간 발표했던 단편 소설들을 모아 출간한 소설집에는 등단작인 ‘퀴르발’을 비롯해 총 8편의 소설이 실려 있다.

기존 서사를 해체하고 재구성해 독창적인 상상력을 선보인 저자는 소설집에서 속도감 넘치는 문장, 허를 찌르는 위트로 참신한 ‘이야기꾼’으로서의 내공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표제작인 ‘퀴르발’은 최제훈 소설 특유의 구조적 완성도와 재기 발랄함을 맛볼 수 있는 작품이다.

젊음과 생명을 영원히 유지하기 위해 어린아이들의 인육을 먹는 퀴르발 남작 이야기가 중심이다. 허구의 구전 설화 ‘퀴르발 남작 전설’을 토대로 했다. 전설을 소재로 구성된 총 12개의 에피소드들은 한국, 미국, 프랑스, 일본 등 공간을 초월해 각기 다른 시간대의 6월9일에 있었던 일들이다.

책은 퀴르발 남작이라는 인물과 그에 대한 이야기가 어떻게 변형되어 다른 시공간의 사람들에게 전달되는지 그 과정을 추적한다. 설화에서 소설, 영화는 물론 각종 블로그와 보고서 등 각종 텍스트에 따라 전달되는 사람들의 입맛에 맞춰 이야기가 재해석되는 과정은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처럼 흥미진진하다.

작가는 이처럼 무한 복제 과정을 역추적함으로써 이야기의 속성과 본질에 접근한다. 이야기 속 진실은 실상 가능하지 않으며, 오히려 변용과 왜곡이 본질에 더 가까울 수도 있다는 가정은 우리가 편의에 따라 삶을 굴절시키고 진심을 왜곡하기도 한다는 것을 상기시킨다.

서간문 형태의 소설 ‘셜록 홈즈의 숨겨진 사건’도 흥미롭다. 그는 이 작품에서 명탐정 셜록 홈즈가 코넌 도일의 죽음을 추적하는 과정을 특유의 상상력에 근거해 재구성한다. 메리 셰리의 소설 ‘프랑켄슈타인’을 분석하고 재해석한 소설 ‘괴물을 위한 변명’도 독특하다.

작가의 말을 대신하는 마지막 단편 ‘쉿! 당신이 책장을 덮은 후’에서는 ‘퀴르발 남작의 성’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이 총출동한다. 작가가 생각하는 소설적 정의를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2010-10-0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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