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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따라 바람따라 맛따라] 거제, 통영

[길따라 바람따라 맛따라] 거제, 통영

입력 2010-07-11 00:00
업데이트 2010-07-11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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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두레박을 타고

길이 끓는다. 어느덧 여름이다. 올 여름은 그 어느 해보다 뜨거울 것이란 전망이다. 유난히도 춥고 눈도 많았던 지난겨울과 이상저온현상을 보였던 봄의 대반격이다. 길 위의 사람들은 벌써부터 가슴을 풀어헤친 채 울고 웃고 떠들고 소리친다. 그러는 사이 장마는 시작될 것이고 무더위는 미친 듯이 옷깃을 파고들 것이다. 해가 갈수록 기온은 상승해 우리나라의 기후가 곧 아열대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기분을 우울하게 한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엘니뇨의 직접적인 피해가 한반도를 덮치기 시작한 것도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약 백년 후쯤에는 이 땅에서 소나무를 볼 수 없을 것이라는 보고서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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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도해를 지키는 파수꾼, 갈매기
다도해를 지키는 파수꾼, 갈매기
가뜩이나 날씨는 덥고 길은 들끓고 있는데 느낌만으로도 시원한 말들이 뭐 없을까? 강, 바다, 폭포, 분수, 바람, 계곡, 수박, 아이스크림, 팥빙수, 바캉스…. 연상이미지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말들을 떠올리며 잠시 현실을 벗어나 시원한 바닷가를 찾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열심히 일한 당신, 휴가철만이라도 맘껏 즐기는 것은 어떤가? 바다로 가자! 길은 항상 열려 있다. 동양의 진주라는 통영으로 길을 잡는다. 길을 떠나기도 전에 통영 앞바다의 푸른빛이 먼저 머리를 적신다. 한국의 나폴리라고 했던가. 통영은 음악가 윤이상, 시인 유치환, 김춘수, 화가 전혁림과 얼마 전 타계한 토지의 작가 박경리 등 수많은 예술의 거장들을 배출시킨 예향이기도 하다. 여행 중간 중간 짬을 내어 이들 거장들의 생가와 문학관, 기념관을 찾아보는 것도 소중한 추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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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언덕
바람의 언덕
1931년부터 1932년까지 1년 4개월에 걸쳐 만든, 길이 483m의 해저터널이 있는 곳. 바다 양쪽을 막고 바다 밑을 파서 콘크리트 터널로 만들었다. 터널 입구에 씌어 있는 용문달양은 “섬과 육지를 잇는 해저도로 입구의 문”이란 뜻이다. 비록 일제의 손에 의해 건설된 것이긴 하지만 동양 최초의 해저터널이다. 이렇듯 길은 바다 밑으로도 이어져 있다. 길과 사람,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했던가. 미륵관광특구 방향에서 해저터널로 걸어 나가면 바로 윤이상 거리를 만나게 된다. 또 한 군데, 남망산 조각공원에서 내려다보는 통영의 전망은 참으로 깨끗하고 수려하다. 미륵산이 한눈에 내려다보는 다도해를 끼고 맑은 공기와 푸른 하늘 그리고 바다를 끼고 들어서 있는 작은 어촌 마을의 풍경이 아름답다. 산양해안 일주도로 중간에 위치한 달아공원에서 바라보는 일몰은 통영 8경에 꼽힐 정도로 유명하다. 낯선 이방인에게 색다른 풍경을 선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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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돌해수욕장
몽돌해수욕장
어부는 늘 말이 없다. 바다를 닮았다. 말이 없음은 보는 이로 하여금 신비와 환상을 품게 한다. 건장한 어깨에 바람을 짊어지고 배는 떠난다, 떠나야 한다…. 능포를 거쳐 ‘바람의 언덕’으로 가보자. 숲 사이로 다도해의 전경이 펼쳐져 있다. 섬과 섬 사이를 돌아온 바람이 잠시 쉬어가는 언덕… 바람은 섬과 육지를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한다. 바람에 실어 보내는 섬 처녀의 마음을 읽을 수 있을까? 저 푸른 다도해의 물결 한 잎을 접어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고 싶다. 잠시 벤치에 앉아 보이지 않는, 그러나 분명 이어져 있는 바닷길을 본다. 섬은 외롭다. 그러나 길이 있기에 섬은 외로움을 견딜 수 있다. 그 섬에 사는 사람들의 이마에 잔주름을 타고 바람이 흐른다. 외지인을 경계하는 흑염소의 뿔에도 바람이 흐른다. 한여름, 흑염소의 뿔은 뜨겁다. 내 마음도 덩달아 뜨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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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롭고 높고 쓸쓸한, 외도
외롭고 높고 쓸쓸한, 외도
여차리로 들어가는 홍포길은 아직 비포장이다. 오랜만에 보는 흙길이 정겹기만 하다. 하늘은 잔뜩 구름을 머금고 있다. 금방이라도 내려앉을 듯 무거운 하늘에는 구름의 길이 있다. 구름의 산책로가 바다까지 이어져 있다.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바다인가. 수평선 사이에 걸린 섬들이 통통배처럼 떠다닌다. 바다 속으로 뛰어들고 싶은 충동을 애써 참는다. 먹구름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이, 빛줄기가 푸른 두레박 같다. 저런 두레박이라면 여름 무더위도 얼마든지 이겨낼 수 있으리라. 두레박을 타고 갈매기가 하늘 높이 떴다. 갈매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갈증이 가신다.

장승포에서 유람선을 타고 외도 나들이를 해보는 것도 좋은 추억거리가 되겠다. 이국적이면서도 너무 인위적인 조경이 다소 거슬리기도 하겠지만 한 사람의 의지로 무릉도원을 방불케 하는 실낙원을 꾸며 놓았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멀리 해안선에서 아름다운 섬 외도를 둘러보면서 학동 몽돌해수욕장으로 향한다. 단지 방향만 잡았을 뿐인데 벌써부터 귀가 시릴 정도다. 수많은 몽돌들의 속삭임을 듣고 있노라면 저절로 콧노래가 흘러나온다. 몽돌에 앉아 있는 다정한 연인들의 밀어를 훔쳐 듣는다. 길은 늘 이렇듯 여유로움을 준다. 아직 해수욕장이 개장되지 않아 물놀이를 하는 이는 드물다. 파도가 일으키는 포말이 부서질 때마다 일상의 권태가 함께 부서진다. 일탈의 행복은 언제나 선택하는 자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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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로수용소
포로수용소
그러나 기억하는가. 60여 년 전 이 땅에는 좌우의 대립이 있었고 피흘림이 있었다. 그 역사의 현장인 거제 포로수용소에는 아직도 이념의 갈등이 숨 쉬고 있다. 간혹 잊기도 하지만 이 땅의 허리엔 아직 철조망이 쳐져 있고 북녘 땅에는 핍박받는 주민들이 있다. 우리도 결코 진보와 보수의 갈등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모든 역사는 길 위에서 이뤄지고 기록된다. 그 길을 열고 그 길을 가는 것은 우리들의 의지에 달렸다. 한라에서 백두까지 자유롭게 걸어갈 수 있는 그날을 위해 길은 오늘도 초인을 기다리고 있다.

글·사진_ 고영 시인




<tip> 찾아가는 길

경부고속도로 이용 시

대전에서 대전-통영고속도로로 진입하여

통영 IC에서 빠지면 된다.

대전-통영고속도로는 길이 좋은 반면

이용 차량이 적어 무심코

속도에 무감각해지게 되는데

무인카메라가 많으므로

반드시 내비게이션을 이용하는 게 좋다.

하지만 통영 시내로 접어들면

사방천지가 다 볼거리고 먹을거리이므로

내비게이션은 잠시 꺼두어도 좋다.

특히 해안일주도로의 드라이브는

내비게이션이 오히려 방해가 된다.

시내의 이정표도 비교적 잘 되어 있는 편이므로

길을 잃을 염려는 하지 않아도 좋다.

겨울에서 봄까진 다양한 굴요리가 좋고,

여름엔 멍게비빔밥이 별미다.

통영은 모든 음식점이 다 맛집이다.

특히 공동어시장 주변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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