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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생이 장애 동급생 성폭력…학교는 죽었나?

초등생이 장애 동급생 성폭력…학교는 죽었나?

입력 2010-06-22 00:00
업데이트 2010-06-22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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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는 시간 빈교실.옥상 번갈아…주민들 ‘충격’

 울산의 한 초등학교 빈 교실에서 장애 여학생이 동급생 2명으로부터 성폭력을 당한 일은 장애-비장애 통합 성교육 부재와 생활지도 실종 등 일선 학교 교육의 총체적인 부실을 드러냈다.

 특히 가해자들이 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인데다 사건이 방과후도 아닌 교과 활동 중 쉬는 시간과 점심때에 벌어졌고,장소가 빈 교실과 학교 옥상이었다는 점에서 충격을 더하고 있다.

 지난주 초 발생한 이 사건은 이 학교 일부 학생은 물론 일부 동네 주민들도 알 정도로 퍼져 버렸다.

 소식을 전해 들은 주민들은 “학교 일과 시간에 빈 교실과 옥상에서 하루에 두 차례나 이런 일이 벌어질 동안 학교는 도대체 무엇을 했느냐”고 분개했다.

 학교는 장애-비장애 통합 성교육과 장애아동에 대한 인식 교육을 하지 않았고,교내 학생 생활지도도 아예 손을 놓고 있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빈 교실과 옥상 등 교내 ‘취약시설’에 대한 관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울산장애인성폭력상담센터 홍경련 소장은 22일 “학교에서 비장애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장애인을 괴롭혀서는 안 되며 장애인은 똑같은 학생이지만 차이가 있을 뿐이라고 교육해야 했다”고 밝혔다.

 장애인들에 대해서도 학교나 교육청에서 위기가 닥쳤을 때 상황대처 능력을 포함해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성교육이 필요하다고 홍 소장은 강조했다.

 홍 소장은 “가해 학생들이 ‘인터넷을 보고 호기심에 저지른 일’이라며 크게 뉘우치고 있다”며 “사전에 제대로 교육했으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장애인 대상 성폭력 사건은 비단 이번 일 뿐만아니라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다.

 울산장애인성폭력상담센터에서만 장애인 성폭력 관련 상담이 한 해 평균 1천여건이나 된다.

 인근 부산지역은 2001년부터 2005년까지 5년간 상담통계를 분석한 결과 여성장애인 성폭력 상담건수는 2001년 310건,2002년 461건,2003년 320건,2004년 458건,2005년 1천64건으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성폭력 피해자는 482명으로 나타났으며 피해유형은 강간이 399건(82.8%)으로 가장 많았다.

 성폭력을 당하는 장애인은 대부분 지적 장애인들이다.

 홍 소장은 “장애인에 대한 성폭력 범죄를 예방하려면 성폭력특별법 8조의 ‘항거불능조항’을 당장 삭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성폭력특별법 8조는 ‘신체장애 또는 정신상의 장애로 항거불능인 상태에 있음을 이용해 여자를 간음한 행위는 3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돼 있다.

 그러나 ‘항거불능인 상태’라는 문구 때문에 지적 장애인들이 재판과정에서 항거불능인 상태를 입증해야만 하는데 사실상 지적 장애인들은 이를 증명할 수가 없어 이들을 대상으로 저지른 성범죄자들이 줄줄이 풀려나고 있다는 것이다.

 지적 장애인들은 먹을 것을 주거나 때리면 아무나 따라가기 때문에 항거불능을 입증하기가 너무 어렵다는 것.

 이 조항을 삭제하지 않으면 장애인 성폭력범은 제대로 처벌받지 않고 풀려나와 같은 범죄를 다시 저지를 가능성이 크다고 홍 소장은 우려했다.

 실제 이번 사건에서도 피해 학생은 저항하지 않고 두 차례나 가해 학생들을 따라간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측은 사건이 발생하고 나서야 장애-비장애 학생 통합 성교육을 벌이고,학교의 빈 교실과 옥상을 모두 폐쇄하는 등 ‘사후 약방문’식 조처를 해 빈축을 사고 있다.

 홍 소장은 “학교 측은 사건이 발생한 일주일 후인 22일 사회단체와 피해자의 요구에 따라 학생들에게 장애인식과 성교육을 시행했다”며 “이 교육을 10일 전에만 했더라도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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