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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초 이야기] 긴병풀꽃

[야생초 이야기] 긴병풀꽃

입력 2010-06-13 00:00
업데이트 2010-06-13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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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병을 다스리는 약초, 긴병풀꽃

봄이면 한차례 벚꽃이 만발하고 세상에는 바야흐로 꽃으로 가득 찬다. 봄은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만치 많은 꽃이 피는 계절이다. 주로 관상을 목적으로 하는 벚꽃 말고도 각종 과수에 피는 꽃이 우리의 눈길을 끌게 되는데 매화를 필두로 복숭아꽃 살구꽃 들이 집중적으로 이 시기에 피어난다. 이들은 잎을 피우기 전에 꽃부터 무더기로 피어나기 때문에 자연 사람들의 눈길을 먼저 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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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발밑을 가만 바라보면 수많은 풀꽃들이 피어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마 수많은 들꽃 가운데 봄에 피어나는 것이 가장 많지 싶다. 이들은 그렇게 현란하지도 화려하지도 않다. 이들은 또한 잎과 함께 피어나는 것이 많기 때문에 푸른 잎 색깔에 묻혀 그다지 눈에 잘 띄지도 않는다. 그래서 어느 시인은 허리를 굽힐 줄 아는 사람에게만 들꽃들은 그 아름다움을 보여준다고도 했다.

그런데 오늘은 꽃이 아름답다거나 그 향기가 좋다거나 해서가 아니라 만병에 두루 쓰이는 민간 약재로 더 잘 알려진 풀꽃을 하나 소개하고자 한다. ‘긴병풀꽃’이 그것이다. 아마 기다란 병모양의 꽃을 일러 그렇게 이름을 붙였으리라 짐작은 가지만, 우리 몸에 생기는 오랜 고질병에 두루 약효가 있어(이것은 순전히 필자의 추측이다) 이름이 그렇게 붙여진 것은 아닌가 할 정도로 민간에서는 약재로 많이 쓰인다.

4월 중순이면 습기가 많은 양지 쪽 언덕이나 산기슭에 가느다란 철사줄처럼 약20~30cm 정도의 긴병풀꽃이 자란다. 그러나 꽃이나 피워서야 비로소 거기에 긴병풀꽃이 있구나 할 정도로 크게 눈에 도드라지는 풀은 아니다. 한 군데 모여 자라긴 하지만 다른 풀 틈에 섞여 있으면 그렇게 쉽게 눈에 띄지는 않는다. 가느다란 줄기는 육안으로는 쉽게 구분이 가지 않으나 만져보면 사각으로 모가 져 있다. 꿀풀과의 많은 식물들이 대개가 그렇다. 만약 광대나물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광대나물을 크게 확대해 놓은 모양을 상상하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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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꽃 모양을 보자. 그 크기는 손가락 한 마디쯤, 그러니까 약 2cm 내외 정도나 될까? 줄기를 따라 올라가다가 마주 나 있는 잎사귀의 겨드랑이에서 꽃대가 나와 두 세 개가 맺혀 핀다. 작고 뾰족한 꽃받침이 받쳐 들고 있는 꽃은 윗부분이 오목하게 굴곡이 져 있고 아랫입술꽃잎은 세 갈래로 나뉘어져 가운데 부분은 윗입술꽃잎보다 두 배 정도가 길다. 벌이 날아와서 아래 꽃잎에 앉기 좋은 구조로 되어 있다. 연한 자홍색이라고 할까, 색깔이 은은하다.

그런데 고깔처럼 생긴 안쪽을 따라 약간 짙은 자줏빛의 반점이 벌레를 유도하고 있다. 이른바 허니웨이(honey way)이다. 자세히 보면 4개의 수술이 있고 그 주위에 수많은 솜털이 촘촘히 나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암술은 위쪽에 붙어 있다. 벌이나 벌레들이 찾아와 그 좁은 꽃을 기어들어 갈 때 등이나 날개에 묻은 꽃가루를 이 긴병풀꽃의 암술에 묻혀주기 좋게, 그리고 나갈 때 잔뜩 꽃가루를 묻혀 나가기 좋게 생긴 것이다. 전문가가 아니다 보니, 그리고 꽃에게 물어보았으나 아무 대답이 없기에 꽃을 들여다보면서 상상한 것이다. 이 긴병풀꽃은 꽃을 피울 때까지는 곧추서서 자라지만 꽃이 이울고 난 다음에는 덩굴을 뻗기 시작한다. 왕성하게 줄기를 뻗어 그 길이가 50~100cm에 이르기도 한다.

꽃은 그 자태나 빛깔과 향기로 평가받기도 하지만 그 기묘한 생김새나 그 생리적 특성을 보면 오묘하지 않은 것이 하나도 없다. 사람이 그렇듯이, 온갖 생명, 피조물이 그렇듯이 그 나름의 질서와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이 풀은 수많은 약효가 알려져 있어 그 약리작용으로도 널리 평가되고 있다. 이 분야에서는 전혀 문외한인 필자로서는 여기저기서 소개하고 있는 내용을 잠깐 옮겨서 소개한다. 이 풀꽃이 약재로서 가치가 있음을 말하고자 한 것이지 구체적이고 정확한 약학지식은 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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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슬 좋은 부부가 있었는데 남편이 죽어, 그 죽은 몸의 담낭 속에서 수많은 담석이 발견되는데 우연히 어떤 풀에 닿아 그 담석이 녹아 없어지는 것을 경험한 이래 그 약효가 널리 알려졌다고 전한다. 믿기 어려운 이야기이긴 하지만 약효는 틀림이 없는 것 같다. 금전과 닮았다 하여 금전초라고 불리웠다고 하는데 여러 고서에 소개되고 있다.

《본초강목》에서는 이 긴병풀꽃 즉, “금전초는 먼저 ‘여름과 가을에 채취해 말려 약으로 쓰는데 소변을 잘 나오게 하고, 황달을 없애주며, 몸이 붓는 것을 막아준다. 또 방광 결석과 담낭 결석을 녹이는 작용을 한다”고 소개하고 있다. 또 “토혈과 하혈, 강장, 해열, 진, 해, 지사, 이뇨, 월경 복통, 산후 어혈로 인한 복통, 삐어서 생긴 어혈, 신장 결석, 수뇨관 결석, 관상동맥, 신장, 뇌혈관 강화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그 효능을 설명하고 있다. 이 밖에도 이 긴병풀꽃은 금황색포도구균, 상한 간균, 이질간균, 백색염주균을 억제하는 항균작용도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쯤이면 만병통치약 수준이 아닌가? 이 말고도 여러 약효와 함께 채취시기와 건조방법 그리고 약재로 이용하는 방법이 여기저기서 소개되고 있다. 일일이 여기에 소개하지 못함이 아쉽다. 그러나 좋다고 하여 누구에게나 어느 질환에나 좋은 것은 아닐 테니 유의해야 할 것이다. 잘못 써서 독이 되는 경우도 없지 않으니 말이다. 한때 쇠뜨기가 좋다는 소문이 널리 퍼져 쇠뜨기의 씨가 마른 적이 있었다. 이미 각종 부작용으로 사람들이 많은 폐해를 경험한 뒤의 일이다. 정확한 정보를 알고서 이용하는 것이 사람을 위해서도 풀을 위해서도 좋을 것이다.

5월의 들판에 나가보면 이 긴병풀꽃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손을 뻗어 채취하기 전에 이렇게 유용한 풀에 대하여 허리를 낮춰 가만 들여다보며 ‘나는 다른 생명들에게 얼마나 유용한가?’하고 스스로에게 한 번쯤 물어보아도 좋을 것이다.

글·사진_ 복효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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