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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와 생활] 한산 세모시를 구수하고 영양가 많은 모시잎차로!

[차와 생활] 한산 세모시를 구수하고 영양가 많은 모시잎차로!

입력 2010-06-13 00:00
업데이트 2010-06-13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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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이면 이슬이 방울방울 맺히고, 스치는 바람 붙잡지 않는 거미줄을 닮은 세(細)모시. 세모시의 고장 한산에는 바람 냄새, 나무 냄새를 담아 옷을 짓고 차를 만드는 이들이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가장 가벼운 옷감이 있다하면 모시일 것이다. 그중 으뜸으로 치는 것이 있으니 바로 서천군의 한산 세(細)모시이다. 한산 세모시는 올이 거미줄처럼 가늘고 엷어 보기만 해도 그 시원함이 느껴진다. 시원하면서도 단아한 멋을 잃지 않고, 단아하면서도 속살이 비치는 은근함을 두루 갖췄으니 여름철 옷감으로는 그만인 것이다.

서천군 한산면 지현리 ‘한산모시관’. 아직도 전통방식 그대로 모시를 만드는 이들을 만났다. 평생을 모시와 함께한 이들. 생면부지의 낯선 사내에게 허연 허벅지를 드러내놓고도 모시삼기에 여념이 없다. 주름살 가득한 얼굴 뽀글뽀글한 파마머리가 정겨워 조심스레 카메라를 들이밀자, ‘쓸쩍’ 눈길 한번 준다. “뭣 하려 왔당가?”라는 물음에 “그냥 할매들 모시 만드는 거 구경하러 ‘마실’ 나왔다”고 하자 “볼 게 뭐 있냐”고 하면서도 손주놈 보듯 싱글벙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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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근함 속에 감춰진 여인네의 삶


“옛날에는 마을 큰애기들은 모두 모시 맹그는 일을 했당게. 저산팔읍 중에서도 우리가 으뜸이었제. 모시장 중에서 한산 모시장이 제일 크고 질도 좋아서 지금도 한산 세모시, 한산 세모시 하는 것이여. 한산 모시장이 서면 여기저기서 나온 모시가 산더미처럼 쌓였당게. 이유? 이유가 뭐 있당가, 어머니도 했고, 할머니도 했응게 나도 당연히 모시 맹그는 일을 하는 것이제.”

한산 세모시는 서천 여인네의 삶이요, 인생 자체이기도 하다. 한 벌의 모시옷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모시풀재배, 태모시만들기, 모시째기, 모시삼기, 모시굿만들기, 모시날기, 모시매기, 모시짜기, 모시염색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모든 과정이 수작업의 고된 노동이다.

나 어릴 적 / 어머니는 한산장날 태모시를 사와 / 마당 한쪽 우물 옆에 담가 바래기를 한다 /

저녁이면 등잔불 옆에 동네 아낙 모여 / 모시째기로 입술 부르트고 / 다음날 대청마루에서 /

한 올 한 올씩 빼어 양쪽 끝을 무릎 위에 맞이어 / 손바닥으로 비벼 연결시켜 광주리에 /

차곡차곡 쌓아 놓는다

- 이현주, <한산 세모시>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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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시잎 채취, 줄기의 중간 부분 잎만을 사용한다
모시잎 채취, 줄기의 중간 부분 잎만을 사용한다
한평생을 고단하게 했던 모시. 오늘도 하루 종일 모시째기가 끝난 모시실을 잇고 있다. 모시의 품질은 모시째기의 과정에서 결정된다. 모시실은 얼마나 가늘게 쪼개냐에 따라 상저·중저·막저 세 가지로 나뉜다. 그중 최상품으로 치는 상저는 ‘밥 그릇 하나에 모시 한 필이 다 들어간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가늘어 이것만을 세(細)모시라 부른다. 이렇게 만들어진 실에 침을 바르고 무릎에 문질러 잇는 모시삼기만 수백 번이다. 한 필(폭 30.3㎝, 길이 21.6m)의 세모시를 만들기 위해 모두 680가닥이 필요하다고 하니 모시를 삼는 입술은 부르트고 무릎은 벌겋게 달아오른다.

이 모든 과정을 마쳐야 비로소 베틀에 앉히고 모시짜기에 들어간다. 다시 인내의 시간이다. 모시실을 잉아에 걸고 날줄 사이로 씨줄을 던져 바디 내려치기를 무려 9만여 번. 겨우 모시 한 필이 완성된다.

“지금이야 이렇게 나눠서 일하니 그나마 편하게 됐당게, 그 전에는 혼자하려니 석 달이 뭐여, 넉 달은 꼼짝없이 매달려야 했지. 모시를 짜고 있으면 별 생각이 다 들어. 그런데 신기하게도 날줄 사이로 씨줄을 던지고 내려치다 보면 어느새 잡생각이 싹 사라져 분당게.”

한 올 한 올, 날줄과 씨줄을 엮어 세모시를, 아니 삶 그 자체를 짜고 있는 것이다.

입는 모시에서 마시는 모시차로

한산 모시박물관에서 300m 정도 떨어진 곳, 구수한 차향기 가득한 이곳은 한산모시산업화 클러스터사업단 내 한산모시식품연구회(대표 허광무)의 작업실이 있는 곳이다. 한산모시화 클러스터사업단은 모시풀을 다양한 쓰임새로 활용하여 모시풀 재배농가의 생활여건을 개선할 수 있는 사업을 고민하던 중, 예로부터 모시 재배농가에서 모시를 덖거나 쪄서 말리는 형태로 대용차를 만들어 음용해 왔다는 사실을 착안, 모시잎차사업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지난 2006년 3월 한산모시식품연구회를 만들었다. 본격적인 차를 만들기에 앞서 한국식품연구원으로부터 성분 분석을 의뢰하고 공동연구도 했다.

“한국식품연구원 실험결과 모시잎차에는 다량의 칼슘과 섬유질이 들어 있었습니다. 모시잎차에 함유된 칼슘은 우유의 수십 배에 달한다고 하니 모시잎 하나에 얼마나 많은 칼슘이 들어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예로부터 모시를 만드는 사람들은 종일 베틀에 앉아 모시를 짜도 허리가 아프거나 무릎이 쑤시는 병을 가진 사람들은 없었다고 합니다. 아마 모시를 째는 과정에서 모시 속의 칼슘을 섭취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모시잎차에 함유되어 있는 칼슘은 우리 인체에서 골격과 치아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뿐만 아니라 신경전달, 근육의 수축과 이완, 세포 신진대사 등에 필요한 중요한 물질이며, 고지방식을 하는 현대인의 경우 대장암의 위험도 감소시킬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여타 성분의 약리작용으로 혈액을 정화시켜 고지혈증, 동맥경화, 고혈압, 중풍 등의 예방 치료에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효능 때문인지 모시잎차를 찾는 이들은 고혈압, 동맥경화, 골다공증을 앓고 있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한산모시식품연구회는 5~6월 초, 8월과 10월에 거쳐 일 년에 세 번 모시잎차에 사용되는 찻잎을 채취한다. 이렇게 채취한 모시잎은 시들기 전 기계덖음을 이용하여 차로 만들어진다. 차를 만드는 제다방식은 정읍 치재제다에서 녹차 제다법을 익힌 뒤 이를 응용했다. 지금의 구수하고 부드러운 맛과, 아침 산책길 바람 냄새를 내기까지 실패도 많이 했다.

“모시잎차는 녹차잎과 달라서 처음에는 실패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치재제다 사장님과 끈덕지게 연구한 결과 오늘날과 같이 구수하고 부드러운 맛과 향을 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모든 게 시작 단계이다. 허광무 대표는 더 좋은 맛의 모시잎차를 만들기 위해 철저한 모시잎 관리와 덖는 기술을 개발해 나가고 있다. 지금은 전화주문만으로 파는 모시잎차를 앞으로는 국내의 차 관련 업체와 함께 알릴 개획도 세워두었다. 하루 빨리 시중에서도 손쉽게 모시잎차를 구해 먹을 수 있길 기대해 본다.

글·사진_ 임종관·자료제공_ 월간 《다도》

TIP

모시잎차의 제다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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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모시풀 줄기의 중간 부분에서 자라는 모시잎을 채취한다
1. 모시풀 줄기의 중간 부분에서 자라는 모시잎을 채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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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기계 덖음(300℃)을 한다. 덖음은 3분여 동안 한 번만 덖는다
2. 기계 덖음(300℃)을 한다. 덖음은 3분여 동안 한 번만 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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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덖은 찻잎을 기계에 넣고 문지르기(유념)를 한다
3. 덖은 찻잎을 기계에 넣고 문지르기(유념)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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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자연 건조를 한다
4. 자연 건조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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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가향. 이 과정만이 손으로 이루어지는데 이 과정에서 완전 건조와 가장 향기로운 차향을 만들어낸다
5. 가향. 이 과정만이 손으로 이루어지는데 이 과정에서 완전 건조와 가장 향기로운 차향을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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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완성된 모시잎차를 40g씩 포장한다
6. 완성된 모시잎차를 40g씩 포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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