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드리브 타고나… 내 연기 보고 울어”

입력 : ㅣ 수정 : 2010-03-24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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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육혈포 강도단’ 김수미
평균연령 65세의 할머니들이 은행 강도가 됐다. 평생친구 사이인 세 할머니가 하와이 여행을 가기 위해 8년간 힘겹게 모은 돈을 은행 강도에게 빼앗기자 이를 되찾기 위해 직접 은행을 턴다는 코미디 영화다.

영화 ‘육혈포 강도단’에서 걸쭉한 입담으로 관객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김수미. 더홀릭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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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육혈포 강도단’에서 걸쭉한 입담으로 관객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김수미.
더홀릭컴퍼니 제공

개봉 5일 만에 30만명을 돌파, 벌써부터 흥행 돌풍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영화의 주역은 뭐니뭐니해도 김수미(59)다. 걸걸한 목소리와 걸쭉한 욕설은 관객들의 배꼽을 잡게 만든다. 23일 서울 자양동의 한 영화관에서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원래 영화 시작할 땐 욕 안 하려고 했어. 정석으로 가려고. 그런데 찍다 보니 간이 안 맞는 거야. 그래서 한 번 했더니 스태프 반응이 괜찮더라고. 어떻게 해. 또 애드리브하는 거지.”

인터뷰 시작부터 구수한 입담을 쏟아낸다. 평소 영화나 드라마에서 최고의 애드리브를 선보였던 그 명성은 달리 쌓인 게 아니었다. ‘육혈포 강도단’에서 그의 애드리브는 절정에 달했다. “애드리브는 적절한 타이밍, 흐름에 맞게 해야 해. 너무 과장하면 맛이 안 나거든. 그러니 준비를 하면 안 되는 거야. 영화를 보면 여행사에 가서 ‘조크야.’라고 말한 장면이나 은행에서 ‘기껏 생각한 게 택배냐.’라고 말한 게 다 내 애드리브였어. 그냥 나도 모르게 나와. 뭐랄까. 타고났나 봐.”

하지만 마냥 재밌는 영화만은 아니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스스로도 연기 인생 40년만에 가장 만족하는 영화라고 자부한다. 자신의 연기를 보고 눈물을 흘린 적도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세 여자의 인생이 너무 가여운 거야. 이 시대의 할머니들이 외롭게 살아가는 현실이 너무 답답하기도 했고. 자식과 남편에게 간, 쓸개 다 빼주고 결국 남는 건 자기 몸 하나잖아.”

김수미는 요즘 너무 바쁘다. 아이돌 가수 같은 살인적인 스케줄 때문이다. 뮤지컬 ‘친정엄마’와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 촬영까지 하고 있다. 환갑의 나이가 무색하다. 그 에너지가 어디서 나느냐고 묻자 ‘노예 근성’이란 뜻밖의 대답이 돌아온다. “내가 좀 날 부려야 편해. 아직도 새벽 5시 반이면 일어나서 운동을 해. 집안일도 내가 직접 해야 편하고.”

작품 욕심도 끝이 없다. 원래 연기를 하지 않았더라면 작가가 됐을 거라고 말하는 김수미는 요즘엔 시나리오도 쓰고 있다. 나이 차이를 극복한 ‘정극 로맨스’(?)란다. “50대 여자가 가출을 하고 산 속 깊은 곳에서 혼자 살면서 한 탈영병을 만난다는 얘기야. 사실 이 세상 모든 여자들의 공통된 고민이잖아. 왠지 집에서 도망 나오고 싶은 그런 기분. 이 보편적인 심정을 담아내고 싶더라고.” 실제 그는 1990년 ‘너를 보면 살고 싶다’는 소설을 내놨고, 이를 연극으로 직접 공연한 이력도 있다.

끝으로 ‘육혈포 강도단’을 관객들이 어떻게 봐줬으면 하는지 물었다. “각박한 시대에 맘놓고 웃을 수 있는 영화야. 지금 우리 할머니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젊은 사람들도 직접 느껴 보고. 웃다가 마지막에 손수건을 준비해 두면 더 좋고.”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2010-03-24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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