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이희수 교수의 이슬람 이야기] 사막이 건축 퍼레이드를 하고 있다

[이희수 교수의 이슬람 이야기] 사막이 건축 퍼레이드를 하고 있다

입력 2010-02-21 00:00
업데이트 2010-02-21 14:56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21세기 중동의 현재와 미래

지금 사우디아라비아 사막에는 밀밭이 들어서고 있다. 밀 생산은 2800만 자국 인구의 자급자족을 넘어 수출을 하고 있다. 웬만한 채소와 과일들도 비닐하우스에서 유기농 재배를 통해 생산하고 있다. 1년 내내 비가 거의 오지 않는 사막 한가운데서 어떻게 이러한 농작물 생산이 가능할까?



이미지 확대


엄청난 석유 자본과 탈석유 산업의 현대화를 통해 현재 중동의 산유국들은 새로운 나라를 꿈꾸고 있다. 물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담수화 공장을 지어 바닷물을 끓여 신선한 물을 가정용수로 공급하고 있다. 이 물을 마시고, 이 물로 목욕하고 세탁한다. 너무나 비싼 물을 그냥 버리기 아까워 이 물을 모아 재처리하여 공업용수와 농업용수로 사용한다. 사막이라고 해서 모래만 있는 것은 아니다. 비옥토와 퇴적층에 관개수로를 만들어서 물길을 대주면 농작물이 잘 자란다. 일조량이 좋아 1년에 3모작은 기본이다. 게다가 50도를 웃도는 고온 건조한 날씨에는 병충해도 거의 없어 농약을 뿌릴 염려도 없다. 사우디아리비아 원산지 표시가 확인된 밀은 세계곡물시장에서 상당한 원가상승이 있어도 폭발적인 수요가 있다.



이미지 확대


인근 리비아에서도 사막에서 물을 퍼올리는 대수로 공사가 완공되어 2012년부터는 사하라 사막의 옥토화 작업이 본격화 되리라는 전망이다. 앞으로 중동은 식량 생산의 기지로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인류의 미래를 펼쳐나갈지도 모른다. 나아가 사우디아라비아 한 나라만 미국 금융가에 투자하고 있는 재정 규모가 1조 달러에 달한다고 알려져 있다. 한국의 1년 GDP를 웃도는 엄청난 액수다. 따라서 중동 산유국들이 지금은 석유자본 때문에 거들먹거려도 석유가 고갈되면 힘없이 무너질 것이라는 우리의 일반적인 생각은 더 이상 실체가 아니다. 막대한 자원과 자본을 무기로 21세기 미래를 우리 못지않게 정교하게 준비하고 있다.



이미지 확대
세계 최대의 실내 스키장-스키 두바이
세계 최대의 실내 스키장-스키 두바이


중동 산유국들의 첫 번째 목표가 탈석유산업의 정착과 인재양성을 위한 교육투자이다. 이미 두바이 모델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하고 있다. 석유가 거의 고갈될 지경인 두바이는 아랍에미리트라는 나라의 조그만 항구도시에 불과했다. 무함마드 막툼이라는 걸출한 지도자가 두바이의 생존과 미래를 위해 석유에 의존하지 않는 글로벌 도시로 탈바꿈시키는 데 성공했다. 세계 최고층 빌딩인 부르즈 두바이가 180층 높이를 자랑하며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고, 세계에서 가장 화려한 세븐 스타 호텔인 부르즈 알 아랍을 걸프해 바다 한가운데 초호화판으로 건축해 놓았다.

바깥 온도 50도인 사막 한가운데 실내 스키장을 지어 연간 50만 명에 달하는 전세계 스키어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미국의 디즈니랜드의 8배 규모에 해당하는 두바이 랜드(두즈니랜드)를 지어 연간 관광객 5천만 명을 받아들일 구상을 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번화한 쇼핑몰, 세계에서 가장 편리한 금융서비스, 뉴욕 JFK 공항과 런던 히드로 공항을 합한 규모의 세계 최대의 국제공항, 세계 최초의 해저 호텔인 하이드로폴리스 등 두바이의 목표는 “The First, The Most, The Best”를 지향한다. 이제 두바이는 누구나 인정하는 세계 금융의 허브, 부동산과 물류 중심지, 관광과 쇼핑 명소, 문화와 엔터테인멘트 도시, 중동의 통신, 항공, 언론의 메카가 되었다.





이미지 확대
세상에서 가장 화려한 물품이 전시되는 두바이 공항 면세점
세상에서 가장 화려한 물품이 전시되는 두바이 공항 면세점


그러나 두바이는 2008년부터 세계경제위기를 맞으면서 외국인 투자위축에 따른 침체국면을 맞고 있다. 이미 포화상태에 도달한 개발계획에 따른 부작용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외국인 저임금 노동자들의 권리 착취에 따른 사회 불안 요인 증대, 심각한 교통 체증, 환경오염 문제들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이러한 부작용들을 충분히 고려하면서 중동의 많은 산유국들이 두바이 모델을 따라가고 있다는 점이다. 카타르,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의 아부다비,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장기적인 21세기 전략을 마련하고 대규모의 미래형 도시 개조 사업을 벌이고 있다. 쿠웨이트도 부르즈 두바이보다 더 높은 1,000m에 달하는 무바라크 타워를 발주했고, 사우디아라비아는 홍해안 도시 제다에 건물높이 1,620m, 즉 1마일에 달하는 ‘Mile High Tower’를 발주했다. 375층에 건축비만 약 10조 원에 달하는 이 건물이 완공되면 인류는 아마 ‘고층 세계’라는 새로운 개념의 문화를 창출하게 될지도 모른다.

단순한 고층 건축 건설 퍼레이드만 펼치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21세를 이끌어나갈 인재양성을 위해 이미 코넬 의과대, 조지 타운대 외교학과, 미시건 주립대, 로체스터 공대 등 수십 개에 달하는 미국과 유럽의 유수한 대학들을 중동에 유치하는 데 성공했고, 중동 산유국들은 루브르 박물관이나 구겐하임 미술관 같은 현지 문화시설까지 직접 유치해 문을 열고 있다.



이미지 확대
버즈 알 아랍
버즈 알 아랍


물론 중동지역에는 이러한 호화로운 장밋빛 미래만 있는 것은 아니다. 비산유국 중동국가들의 상대적인 빈곤과 팔레스타인, 이라크 이란 등지에서의 전쟁과 핵위협은 중동을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지역으로 계속 묶어둘 것이다. 사담 후세인이라는 독재자가 물러간 이라크에서는 일상적인 테러와 미국에 대항하는 저항이 하루가 멀다 하고 이어지고 있다. 이스라엘의 강경정책에 저항하는 팔레스타인인들의 생존투쟁도 쉽게 가라앉을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국제법 상 돌려주어야 하는 아랍 영토를 강제로 점령하면서 유대인을 위한 정착촌을 짓고 분리방벽으로 팔레스타인인들의 이동과 기본권을 차단하는 이스라엘의 정책 변화가 없는 한, 그리고 세계의 경찰인 미국이 보다 공정한 중재자로서 본연의 자세를 회복하지 않는 한 중동에서의 평화는 멀게만 보인다.

번영을 구가하는 산유국과 생존의 틈바구니 속에서 테러를 통한 결사항전을 굽히지 않는 비산유국 중동 국가 사이의 불균형이 중동의 현재이고, 중동 평화협상이 마무리되어 석유의 부와 풍요가 골고루 나누어지는 중동의 미래 사이에는 아직도 간격이 크지만, 지구촌은 밝은 미래를 위한 노력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글·사진_ 이희수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한국중동학회 회장

많이 본 뉴스

의료공백 해법, 지금 선택은?
심각한 의료공백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의대 증원을 강행하는 정부와 정책 백지화를 요구하는 의료계가 ‘강대강’으로 맞서고 있습니다. 현 시점에서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사회적 협의체를 만들어 대화를 시작한다
의대 정원 증원을 유예하고 대화한다
정부가 전공의 처벌 절차부터 중단한다
의료계가 사직을 유예하고 대화에 나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