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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정·신현준 주연 ‘킬 미’

강혜정·신현준 주연 ‘킬 미’

입력 2009-11-06 12:00
업데이트 2009-11-0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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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만큼 자살도 어려운 女 소심하지만 인간적 킬러 男

진영(강혜정)은 7년 사귄 남자친구에게 차이자 자살을 결심한다. 연애만큼이나 자살도 쉽지 않다. 지하철 선로에 몸을 던지고, 천장에 목을 매달아도 매번 살아난다. 하는 수 없이 살인청부업자에게 의뢰해 피할 수 없는 죽음을 도모한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 현장에 당도한 킬러 현준(신현준)은 자신의 목표물이 여자라는 사실을 알자 한바탕 욕설만 퍼붓는다. 그렇게 돌아선 현준의 마음 속엔 이상하게 진영을 향한 애틋한 감정이 싹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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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의 등장만으로 언뜻 누와르 장르를 떠올릴 수 있지만, 어디까지나 ‘킬 미’는 코믹 로맨스 영화다. 총, 복수, 살인 같은 하드 고어 소재에 놀이동산, 꽃다발 같은 로맨스 이미지가 교묘하게 어우러지며 독특한 화음을 빚어낸다.

연출을 맡은 신인감독 양종현은 “높은 빌딩을 바라보다가, 누군가 나에게 총을 겨누고 있을지 모른다는 상상에서 출발한 영화”라고 설명한다. 말하자면, 무심한 듯 가벼운 아이디어에서 시작한 영화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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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한 대사들에 때로는 실소가, 때로는 폭소가 터진다. 가령, 죽이러 왔다가 임무를 수행하지 않고 돌아서는 현준에게 진영이 하는 말은 “뭐 문제 있어요? 당신 직업이 그거면 쏘고 가면 되는 거 아냐?”이다. 그에 대한 현준의 대답. “죽으려면 혼자 죽지, 내가 무슨 자살 도우미냐?” 시비는 계속된다. “경고하는데 그 따위로 사는 거 아냐!”라는 현준에게 진영은 “킬러는 보통 과묵하지 않나? 왜 이렇게 말이 많아?”라고 쏘아붙인다. 이쯤되면, 남자가 킬러인지 상담사인지 보는 사람이 헷갈릴 정도다.

능청스런 연기대결을 보는 재미도 두 말하면 잔소리다. 연기 귀신 강혜정과 충무로 터줏대감 신현준이 뭉쳤으니 할 말 다했다. 신현준의 킬러 연기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킬러들의 수다’에서 냉철한 성격의 리더 킬러 역을 선보이기도 했다. 그렇다고 캐릭터까지 비슷하다는 얘기는 아니다. ‘킬 미’에서는 114 전화안내원에게 외로움을 토로하는가 하면, 처음 맛보는 사랑의 설렘에 주뼛주뼛하는 소심한 킬러다.

연기파 배우 강혜정의 카멜레온 같은 연기도 볼만하다. ‘올드보이’, ‘웰컴 투 동막골’, ‘연애의 목적’, ‘우리집에 왜 왔니’ 등 전작들에서 늘 예측불가능한 변신을 보여준 그는 ‘킬 미’에서도 실연의 아픔에 자살삼수생 처지로 전락하는 모습을 실감나게 연기해 냈다.

‘킬 미’는 순전히 오락 영화다. 때문에 진한 감동이나 강렬한 카타르시스를 기대하는 건 무리다. 교훈을 얻기에도 대사나 스토리는 얄팍한 수준이다. 그럼에도 가볍게 ‘킬링 타임’하고 싶다면, 주저없이 ‘킬 미’를 선택해 보는 것도 괜찮겠다. 5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사진 싸이더스FNH 제공
2009-11-06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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